과거 1990년대 문화에 대한 다양한 변화와 시도가 있었던 그때 대중문화, 특히 TV프로그램은 젊은 시청자층을 겨냥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편성되었던 시기로 기억된다.

드라마는 트렌디 드라마로, 음악프로그램은 장년층보다는 10~20대들이 즐겨듣는 음악장르가, 코미디나 예능 프로그램도 시사나 정치 등을 소재로 다루었던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점차 사라지고 ‘예능’이라는 타이틀로 표현되는 코미디와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들이 방송되기 시작하였다.

▲ ‘야심만만2’에 출연중인 개그맨 이봉원과 최양락ⓒSBS
특히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체력테스트나 게임, 남녀출연자들의 짝짓기를 소재로 다룬 프로그램들이 대부분이었다. 프로그램의 진행속도는 너무 빨랐고, 친구들과의 게임도 어색해했던 나에게는 게임을 그렇게 잘 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재미있게 느껴지기보다는 그런 능력이 부럽다는 생각뿐이었다.

드라마 역시 트렌디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주인공들의 사랑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가족의 구성원도, 사회 한 조직의 구성원도 아니었으며, 단지 한 여자의 남자, 한 남자의 여자였다. 과거 정치나 시사적인 소재가 주를 이루었던 코미디 프로그램도 1990년대 후반부터 성격이 크게 변했다.

이렇게 TV는 ‘젊음, 나, 개인’이라는 키워드로 표현되기 시작했고, TV를 시청할 수 있는 사람들과 출연자는 모두 젊음을 강요받는 듯했다. 그러나, 그렇게 한참을 이끌어왔던 ‘젊음, 사랑, 나’라는 키워드는 언젠가부터 “가족, 사회’등으로 변화했고, 출연자들과 프로그램의 소재들 모두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우선 지난 2008년 SBS의 <조강지처 클럽>, KBS의 <엄마가 뿔났다> 등 가족구성원을 소재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으며, MBC의 <대장금>을 필두로 <이산>, <주몽>, KBS의 <황진이>, SBS의 <연개소문> 등 사극드라마도 큰 인기를 끌었다. 젊은 시청자들이 주로 시청했던 프로그램이었던 예능 프로그램 역시 소재와 출연자들의 연령대가 많이 높아졌다는 것 역시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최근 MBC의 <명랑히어로>, KBS의 <해피투게더>, <샴페인>, SBS <야심만만2>프로그램에 최양락, 이봉원, 김정렬, 황기순 등 브라운관에서 사라졌다고 평가받았던 개그맨들이 같이 출연하면서 아저씨들의 입담이 높게 평가받았다. 특히 최양락은 단 2회 출연으로 SBS의 <야심만만2-예능선수촌>의 진행자 자리를 꿰차기도 하였다. 다른 출연자들이 최양락의 이야기로 웃다가 바닥에 쓰러지는 장면을 연출시키는 최양락의 입담은 그 어떤 게스트보다 독보적인 존재였다.

▲ ‘세바퀴’ 홈페이지 캡처ⓒMBC
하지만 최양락이라는 개그맨이 지금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다. 1990년대 후반 사라졌던 그는 2000년 경인방송의 <금요코미디 쇼>를 진행하며 다시 방송에 복귀했다. 2001년 MBC <코미디 닷컴>의 ‘알까기 명인전’, 2005년 KBS <폭소클럽>의 ‘올드보이’에서 꾸준히 그의 개그 감각을 살려왔었다. MBC 라디오 프로그램인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에서 4년째 DJ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역시 1981년 MBC 라디오 축제 대상을 받으며 브라운관에 데뷔한 그가 2008년 다시 주목받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이봉원, 김정렬 등 과거 같이 이름을 날렸던 동료들과 함께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그동안 슬럼프를 겪었던 이유와 과거 예능프로그램에 적응할 수 없었던 사정들 그리고 지금의 예능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을 대신해 한마디씩 문제점을 언급할 때는 과거의 ‘네로25시’를 다시 보는 듯 통쾌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개그가 상대방을 밟고 일어서려는 개그였다면, 아줌마, 아저씨들의 개그는 솔직하게 생활 속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친근함과 편안함이 있기 때문에 주목받는 것이 아닐까. MBC <명랑 히어로>에서 진행자인 김구라식의 개그에 일침을 가하는 모습이나, <야심만만2-예능선수촌>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자신의 자리에 보이지 않는 견제를 하는 진행자 강호동에게 솔직한 언급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최양락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개그의 특징이라 할 것이다. 딸이 대신 만들어준 자신의 미니홈피에 방문자가 많아진 것에 놀라고, 자신에 대한 자녀들의 자랑과 기대로 즐거워하는 최양략의 모습은 우리시대의 아버지의 모습이기도 하다. 마치 영화 <백투터 퓨처>와 같이 과거로 돌아간 것 같다는 최양락은 얼떨떨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10년은 롱런할 것 같다”는 특유의 여유로움도 잃지 않는다.

MBC의 <우리결혼했어요>를 밀어내고 높은 시청률을 얻고 있는 <세바퀴> 역시 ‘아줌마들의 귀환’이라고 할 만하다. 이경실, 김지선, 박미선 등은 거침없는 입담과 몸개그로 개그우먼들의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TV폐인’으로서 아줌마, 아저씨들의 거침없는 입담과 삶을 보여주는 지금의 모습은 너무나 반갑다.

하지만 얼떨떨해하는 순간 자신의 자리를 잡지 못하고 기존의 예능 흐름에 묻혀버리거나 짜인 판에 그냥 적응하게 되는 순간, 다시 모든 프로그램에는 아이돌스타만이 자리잡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드라마 역시 아줌마, 아저씨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막장 드라마’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역시 한계라고 볼 수 있다. 가족의 이야기가 계속 이렇게 자극적이고 시청률만을 고려한 드라마만 만들어진다면, 다시 아줌마, 아저씨들은 젊은 남녀 주인공의 배경으로 밀려나게 될 것이다.

억지스럽게 짠 설정이나 자기중심적인 토크보다는 오랜 경험에서 묻어나는 리얼리티가 지금의 아줌마, 아저씨들의 인기 비결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리얼리티가 계속되기를 기대하며, 아줌마, 아저씨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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