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30일 밤 9시55분 SBS TV <대통령과의 원탁 대화-어떻게 생각하십니까?>에 출연하기로 한 가운데, 이번 TV토론 계획이 방송 이틀전인 지난 28일 오후 늦게서야 언론에 공개돼, 이 대통령의 TV 토론 출연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와 SBS는 이 대통령의 TV토론 출연 배경에 대해 “일방적인 정책을 홍보하려는 것은 아니다”면서 “국민들과 진솔한 대화를 하려는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SBS “정부 정책 홍보장 되는 것은 곤란”

SBS는 이명박 대통령의 TV토론 출연을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요청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SBS 홍보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토론 출연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면서 “오래전부터 준비해 작년 9월부터 계속적으로 출연 요청을 해온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대통령 TV 토론 홍보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청와대가 출연 결정을 확정해 통보해온 것이 28일 밤이었다”면서 “그날(28일) 밤 <8뉴스>에 출연결정 소식을 급히 편성하느라 애먹었다”고 덧붙였다.

이와관련 언론노조 SBS본부 양만희 공정방송실천위원장은 “노조 차원에서 제작진에게 ‘일방적인 이야기를 듣는, 정책 홍보장이 되는 것은 곤란하다’고 당부했다”며 “제작진도 패널들에게 이러한 부분을 충분히 전달을 했으며,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이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전달 될 수 있도록 사회자와 패널들이 적극적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원탁에서 패널 순서 없이 토론이 진행되는 만큼, 오히려 효율적으로 토론이 진행돼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고하고 여론을 잘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 SBS 홈페이지 <대통령과의 원탁 대화-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캡처.

청와대 “경제 위기 극복 위해 출연 결정”

청와대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출연 배경에 대해 “지금 경기 하강의 강도와 속도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면서 “국민들에게 (TV 토론을 통해) 진솔하게 경제적 위기 상황 설명하고, ‘같이 힘을 모아 경제 위기 극복에 나서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하게 정책 홍보를 하기 위해 나가는 것은 아니다. 국정 최고지도자로서 앞으로 어떻게 (정책을)이끌어나갈 것인가 등을 언급하며 국민들에게 협조와 당부를 하려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겠지만, 이번 용산 철거민 참사와 관련해 언급 하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청와대 쪽에서 ‘어떤 사람을 패널로 선정해달라’ 요청했다기 보다는 원활한 방송 진행을 위해 방송사와 상식적 수준에서 실무적 협의를 했다”며 “토론에 대해 방송사 쪽에 지시를 하거나 요구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시청자 의견 비공개에 네티즌 “의견을 받으면 뭐하냐”

그러나 SBS와 청와대의 기대와는 달리, 이번 대통령과의 토론에 대해 네티즌들은 지난해 <대통령과의 대화>에 비하면 시큰둥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KBS가 해당 TV토론 네티즌 질문 게시판을 이날 폐쇄하자, 네티즌들이 KBS 뉴스 게시판을 비롯해 다음 아고라에 항의 글을 올렸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이같은 현상은 현재 SBS TV토론은 네티즌들이 의견을 개진할 공간은 있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폐쇄적인 운영’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SBS는 지난 29일 낮 12시부터 인터넷 홈페이지(www.sbs.co.kr)를 통해 네티즌들이 대통령에게 바라고 싶은 의견들을 접수, 방송 도중 소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네티즌들이 올린 의견은 해당 제작진만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 네티즌은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에서 “의견을 받으면 뭐하냐. 어떤 의견이 올라왔나 보려고 갔더니 다른 사람이 올린 의견들은 보이지도 않는다”며 “이게 무슨 대화를 하자는 건지, 통보를 하겠다는 건지 어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SBS가 네티즌들의 게시물을 어떻게 할까 궁금해진다”며 “이전 KBS처럼 관리자만 본다고 다른 네티즌이 올린 게시물들 못 읽게 할까”라고 비꼬기도 했다.

아직까지 SBS TV토론의 구체적인 진행방식 등은 알려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 SBS TV토론의 패널 선정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김형민 SBS 논설위원이 사회를 맡으며, 조국 서울대 법학부 교수, 정갑영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김민전 경희대 학부대학 교수, 탤런트 박상원씨가 패널로 참여한다.

이를 놓고 네티즌들은 “전반적인 국정 운영에 대해 국민들의 입장에서 비판할 수 있는 패널이 없다”며 패널 선정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라디오에 이어 TV를 통해서 나름대로 정부정책홍보전에 나선듯한데 과연 패널들이 제대로 국민을 대신해서 질문을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한 뒤 “SBS 게시판에 한마디 쓸려니 그 프로그램은 게시판도 건의사항처럼 되어있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진정으로 원탁토론을 하고 싶다면 패널은 국민이 선정한 패널로 채워 진중권이나 유시민 등 국민이 선정해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 “이 짜고 치는 쇼를 인정하지 못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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