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학살’로까지 불리는 이번 용산 철거지역의 경찰 특공대 진압 사태. 사태의 참담함 못지 않게, 이를 바라보는 일부의 시선과 행동 역시 참담하고 망극하기 이를 데 없다.

일부 신문의 보도와 일부 인사들의 발언은 희생자들에 대한 망언과 조롱, 또는 돈에만 혈안이 된 냉혈한의 모습으로, 흡사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듯 보이기까지 한다. 이러한 맹렬한 몰아붙임이 결국 특공대에 맞서 화염병을 든 철거시민들에게 죄를 지워 체포하는 결과를 이끌어 낸 게 아닐까.

용산참사와 관련한 다섯가지 시선들을 꼽아보았다. 이들은 최신유행이라는 ‘막장 드라마’와 같은 코드로 묶을 수 있을 만큼 ‘충격적’이고 ‘선정적’이다.

◇ 지만원 “시체 생산은 누군가의 작품일 것” = 군사평론가 지만원씨는 지난 2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용산 참사에 대해 “시체 생산은 누군가의 작품일 것”이라며 “극렬 노동자들과 극렬 좌익들은 남을 희생시켜 목적을 달성한다. 대규모 폭력시위의 불씨는 바로 시체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시체를 만들어 내기 위해 남들을 죽이고 자기는 살아나왔을 수 있다는 것이다”고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또 그는 “(전태일 분신을 비롯해) 1970~80년대에 발생한 17명의 인간불화살이 바로 이런 것들이었다. 선량한 근로자를 감언이설로 꼬여 영웅심을 불어넣고 신나를 뒤집어쓰게 만들었다. “너는 영웅이다. 대중 앞에서 장엄한 분위기만 연출해야” 그리고 순간 어지러운 환경을 만들어내 누군가가 성냥을 그어 던졌다. 그리고 그 시체를 가지고 폭력시위를 더욱 가열시켜 나갔던 것이다”면서 “만일 검찰이 결정적인 순간에 화염병에 불을 댕긴 사람을 찾아낸다면 그가 바로 그런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음모론을 꺼내들었다.

▲ 지만원 시스템 클럽 홈페이지 캡처.
이어 청와대의 김석기 내정자 교체 검토와 관해 “오늘 청와대는 제2의 화염병에 불을 댕겼다. 서서히 들고 일어나는 국가전복 폭력시위에 불을 댕겨준 것”이라면서 “김석기 내정자에 대한 교체는 앞으로 전개될 국가전복 폭력 시위대에 엄청난 용기와 자신감을 안겨주는 뇌관이 될 것이다. 이번 사건은 저들에게 공권력의 엄중함을 선보일 수 있는 절호의 소재였다. 이 아까운 소재를 이렇게 망쳐놓다니!”라며 ‘김석기 청장 사퇴 반대시위’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23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과 인터뷰에서 용산참사를 “불놀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에게는 철거 세입자들의 처참한 죽음은 한갖 조롱거리일 뿐이다.

◇ 김은혜 “과격시위의 악순환 끊는 계기 되길” =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은 참사 발생 당일인 20일 오전 “지금까지의 사고를 보면 시위의 악순환이 계속됐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과격시위의 악순환을 끊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
김은혜 부대변인의 발언이 나온 40여분 뒤 곽경수 춘추과장은 청와대 기자실에 나타나 “김 부대변인의 발언은 개인 의견으로 정리됐다”고 긴급히 철회하며 양해를 구했다.

이에 진보신당은 21일 “김 부대변인이 경거망동으로 철거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면서 “국민을 적대시하는 청와대의 시각을 고스란히 보여준, 실언 속 진심이 적나라하다”며 “공식사과가 불가피하다”고 요구했다.

지난 21일 <오마이뉴스>에는 ‘95억 부동산 부자 김은혜는 그들을 모른다’는 기고글이 오르기도 했다. 정부 관보 2008년 5월 7일자에 따르면 김 부대변인의 재산은 모두 97억 원으로, 이 중 95억 원이 부동산이다. 강남구 대치동에 88억 짜리 빌딩을 한 채 갖고 있고, 강남구 논현동에 6억이 넘는 고가 주택도 있으며, 경기도 일산에 땅도 소유하고 있다.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다음으로 부동산 재산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MBC 뉴스데스크 앵커를 한 전직 기자의 순발력은 돋보였으나, 그의 눈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 인격으로 기자를 계속했다면 이번 참사를 어떻게 보도했을까. 그나마 기자를 그만 둔 게, 시청자들로서는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 공성진·신지호 한나라당 의원 등 “고의방화”,“도심테러” =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김석기 서울청장과 관련 “김 청장의 태도는 매우 미흡하고 떳떳하지 못했다”면서 “다시는 이런 상황에 있어도 공권력을 투입하고 당당히 책임 지겠다는 대답을 기대한 국민에게 그 분(김석기 서울청장)의 답변 태도는 매우 안타까웠다”고 발언했다.

또 공 의원은 “용산 참사를 계기로 현재 벌어지는 상황이 사회안전망이 잘못 구축되고 관리된 것인지, 도심 테러 성격인지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1일 국회 행정안전위 회의에서는 ‘뉴라이트’ 출신의 신지호 의원은 “(용산 참사가) 고의적 방화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고 발언했고, 또다른 ‘뉴라이트’ 출신 장제원 의원은 “선략한 시민과, 살인도 가능한 새총으로 무장된 폭력을 일삼는 집단이 같지 않다”고 말했다.

‘여자 정형근’으로 불린다는 한나라당 이은재 의원도 용산4구역 철거시민의 민주노동당 가입을 문제삼는가 하면, 용산참사에 대해 “용산 도심 테러”라며 “(이번 사태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법질서를 무시한 그런 시위대가 화를 자초한 것”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 좌측부터 한나라당 공성진 최고의원, 신지호 의원, 이은재 의원. ⓒ여의도통신
이에 <한겨레>는 23일치 6면 기사에서 “‘용산 철거민 참사’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발언이 갈수록 도를 넘고 있다”면서 “철거민들을 겨냥해 ‘고의 방화’, ‘도심 테러’ 등의 격한 표현을 써가며 이번 사태의 책임을 ‘화염병과 시너’로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지난 23일 자정에 열린 MBC ‘100분토론’-“용산 참사, 무엇이 문제인가”출연을 거부했다. “검경 수사가 시작됐고, 수사 종료 전 고귀한 생명의 희생이 정략적으로 이용될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지난주 100분 토론 미네르바 사태 편에도 한나라당은 출연을 거부했다. 거대여당이 공론의 장에 나서는 걸 거부한 채 뒤에서 망언만 일삼고 있는 것이 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다.

◇ 매일경제 “용산재개발 역풍부나”= <매일경제>는 지난 22일자 4면에서 “용산재개발 역풍부나”에서 용산 참사에 대해 “이번 사건은 용산지역 전체 재개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발빠른(?) 사업전망과 예측기사를 내놓았다.

▲ 1월 22일자 매일경제 4면.
이날 보도에서 매일경제는 참사부른 4구역 시행 건설업체 관계자와 다른 용산지역 등을 거론하면서 “이들 지역 사업자는 이번 사건이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여론 향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재개발 지역과 사업 절차 및 보상시기 등을 자세히 보도하면서 “현재 진행중인 서울시내 재개발 사업도 당분간 난관에 부딪힐 전망”이라며 “지금까지 사업시행인가 후 관리처분을 받아 철거가 시작되고 분양에 들어가는 과정이 크게 문제되지 않았으나 앞으로 철거민 문제가 공론화하면 사업 진행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파이낸셜뉴스> 등 다른 일부 신문도 매일경제와 비슷한 내용의 기획성 기사를 내보냈다. 이들에게 이번 참사의 구조적 원인인 부동산 대박의 경제체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기대하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하기야. 사람이 죽어나가는 전쟁은 정작 자본가들이 떼돈을 벌기 가장 좋은 기회이니까.

◇ 참사 뒤에도 기고만장한 국가폭력 = 대화를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간 철거 세입자들에게 대화 대신 특공대 투입으로 화답한 공권력은 참사 이후에도 시민은 물론 언론에 대해서도 무차별적인 물리력을 휘두르고 있다.

경찰은 참사 당일 추모제를 벌이는 벌이는 시민들에게, 철거 세입자들에게 퍼부었던 한겨울 물대포를 똑같이 퍼부었으며, 토끼몰이 강경진압으로 많은 시민들에게 부상을 입혔다. 심지어 경찰은 현장을 취재하던 MBC뉴스 오디오맨에게 집단폭행을 가해 뇌진탕으로 실신하게 만들었으나, 가해자는 아직까지 오리무중이다.

경찰은 사건현장에 대한 취재진의 접근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는 데다 시신수습·이송 과정에서 경찰력을 동원해 취재를 막았다. 현장을 방문한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에게 취재진이 몰리자 과잉경호를 벌여 빈축을 사기도 했다. 희생자 부검은 유족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 국가폭력과 관련된 희생자의 부검을 유족 동의 없이 강행하는 일은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다.

▲ 용산 철거민 참사현장을 완전히 봉쇄한 경찰에게 시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검찰은 농성자 연행 이틀 만에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전광석화 같은 일처리 솜씨를 과시했다. 발화지점은커녕 발화원인도 밝히지 못한 채로 6명 가운데 망루에 남아 있던 3명에겐 특수공무방해치사상 혐의를, 나머지에게는 화염병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 특공대의 강경 진압과 현장의 철거용역 폭력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에게 중죄에 해당하는 특수공무방해치사 혐의를 적용한 것은 참사의 책임을 철거시민들에게 떠넘기는 쪽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옥의 불구덩이 속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이들을 충격을 수습하기도 전에 중죄인으로 몰아가두는 것이자, 희생자들의 죽음에도 ‘명예 부관참시’를 가하는 것이다. 공권력의 야만이 극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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