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오는 25일 TV 부분조정 결과로 13년 전통의 매체비평 프로그램 <미디어 인사이드>를 폐지한 것에 대해, KBS기자협회가 “공영방송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역시 “폐지해야 할 것은 미디어 인사이드가 아니라 정권 해바라기 사장직”이라고 꼬집었다.

KBS기자협회(협회장 이병도)는 19일 성명을 통해 <미디어 인사이드> 폐지 결정을 비판했다. KBS기자협회는 “갈수록 이념적 갈등이 심각해지는 우리 사회에서 <미디어 인사이드>는 언론의 이정표 역할을 수행해왔다. 언론이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봉합하기는커녕, 정파성에 사로잡혀 특정 정파의 이익을 대변하는 오늘의 상황에서, 언론의 보도내용과 태도를 감시함으로써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따져보는 유일한 매체비평 프로그램”이라며 “제작진의 간곡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많은 평기자들의 읍소 어린 부탁에도 불구하고, 지난 13년간 미디어 파수꾼 역할을 해 온 프로그램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KBS기자협회는 “질 낮은 언론은 국민을 호도한다. 사회를 멍들게 한다. 따라서 언론은 다른 권력과 마찬가지로 비판을 받고, 감시와 견제를 받아야 한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언론 본연의 역할이자 사명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언론 스스로에 대해서도 마땅히 성립한다. 감시받지 않는 권력이 부패하듯, 언론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라며 “KBS의 매체비평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공영방송으로서 국민께서 내주시는 수신료의 역할을 십분 수행해왔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KBS기자협회는 “언론을 감시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하나는 수용자인 시민으로부터의 감시, 다른 하나는 언론기관끼리의 상호 감시라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에 하나뿐이었던 매체비평 프로그램인 <미디어 인사이드>가 폐지되면서 두 번째 방법은 우리나라에서 한동안 사라지게 됐다. 언론들은 침묵의 카르텔을 만들 것이다. 서로 봐주고 감싸주던 과거 행태로 다시 돌아갈 것이다. 앞으로 생길 폐해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 피해는 누가 볼 것인가? 암담하고 참담할 뿐”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17일 종영한 KBS <미디어 인사이드>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도 같은 날 성명을 내어 “<미디어 인사이드>는 그동안 시청자들이 매체 전반의 뉴스를 알기 쉽게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기여했고, 언론계에선 자정 역할을 해 왔다”며 “그토록 공익적인 프로그램을 KBS의 자랑으로 삼아도 모자랄 마당에 총선 나흘 후 방송을 마지막으로 폐지한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언론노조는 “KBS, MBC, 족벌신문과 종편, 보도전문채널이 총동원돼 막판 북풍몰이를 포함해 종일편파방송으로 새누리당 압승을 위해 뛰었지만 시청자, 유권자들의 정치는 더 이상 TV에 지배당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오늘 날 공영방송 경영진이 냉철하게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다. 실력 없는 일방적 편파방송만으로는, 더 이상 시청자에 머무르지 않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이용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공감 없이는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로지 본인들을 임명해 준 ‘그 분에게만 충성을 다하면 나는 살아남겠지’라는 생각으로 공영방송을 사유화하고 있다. 이번 <미디어 인사이드> 폐지 또한 방송사유화의 길목 중 하나”라며 “신뢰와 영향력 모두 잃어가고 있는 KBS에서 폐지해야 할 것은 <미디어 인사이드>가 아니라 반성도 변화도 모르는 정권해바라기 사장 자리”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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