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 일요일 EBS <코리아 코리아>의 한장면이다.

누가 KBS <미녀들의 수다>의 원조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주저없이 EBS <코리아 코리아>라고 답할 것이다.

이유가 무엇인고 하니 <코리아 코리아>는 새터민들을 브라운관으로 끌어모았고, 북한 핵실험이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을 토론하는 대신 수다를 떨었다. '어설픈 한국어'라는 공통 키워드도 있다. 외국인들이 존댓말과 반말을 구분하지 못해 저지른 에피소드들을 고백할 때, 새터민들은 외래어로 점철된 한국어를 소화하지 못해 겪었던 고생담을 털어놓는다.

<코리아 코리아>는 통일 프로그램의 고정관념을 깼다. 2004년 3월 6일 첫 방송 주제가 "남쪽 사는 사람들은 잠이 없다?"였다. <미녀들의 수다>로 치면 "한국사회 이런게 놀랍다~"라는 사오리의 목소리가 나오고, 브로닌이 "한국 사람은 잠이 없습니다!"라고 답하는 꼴이다. 즉, 새터민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가르치는게 아니라, 새터민이 보는 한국사회에 대해 과감하게 입을 열었다.

28일 방송 '내가 겪은 대한민국'의 주제는 '나는 돈 때문에 이런 짓까지 해 봤다'였다. 남쪽팀 출연자들이 "돈은 삶의 전부"라고 고백하자, 북쪽팀의 한옥정 씨는 처음 저금을 했을 때는 그 돈이 필요할 때 은행이 안주면 어쩌나를 고민했었다고 회고했다. 후반부에는 '통일 노래방' 코너가 이어졌고, 새터민을 주인공으로 만든 미니다큐를 감상하며 마무리됐다.

<미녀들의 수다>와 <코리아 코리아>를 보고 있으면 한국사회의 다양한 모순들이 드러난다.

먼저 <미녀들의 수다>의 '미녀'들은 "사장님 때리지 마세요"부터 배운다는 외국인노동자와 동급이 아니다. 그들은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말을 배우러 온 영광스런 손님이다. 본국 남자보다 한국남자를 더 사랑한다는 말을 끌어 내어 좋아라하고, 한국말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것을 보며 뿌듯해한다. 절대 그들은 골칫덩어리가 아니다.

<코리아 코리아>의 새터민은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다. 돌아갈 곳이 없는 손님이다. 금발의 미녀들이 한국말을 몰라 실수를 저지를 때, 한국사회는 웃고 넘어 가며 너도 나도 친절한 선생님 역할을 하려고 달려든다. 하지만 새터민들이 외래어를 몰라 난처해 할 때, 한국사회는 짜증부터 냈다. 생존을 위해 다시 한국말을 공부하는 새터민들의 이야기는 한국사회의 이중성의 핵심을 찔러댄다.

방법이 없을까? 브로닌을 <코리아 코리아>에 출연시키야 하나, 한옥정 씨를 <미녀들의 수다>로 보내야 하나. 두 미녀의 어설픈 한국말들이 충돌할 때 우리가 눈감고 있는 게 무엇인지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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