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는 이런 데 하라고 있는 겁니다.

▲ 1월 17일자 한국일보 7면.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여종업원들은 6개월마다 성병검사를 받아야 한다.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남자 종업원은 안 그대로 된다.
복지부가 관장해온 현행 <위생분야 종사자 등의 건강규칙>에 따르면 다방의 여종업원들에게 성병검사를 의무화해놓고 있다. 이 다방이라는 영업 범위엔 스타벅스나 커피빈 같은 커피전문점도 들어간다.
복지부는 지난달 이 규칙의 개정을 준비하면서 ‘다방’ 대신 ‘다류를 조리 판매하는 영업’이라고 바꾸려 했다. 개정안도 여전히 스타벅스에서 서빙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인권을 무시한 채 성병검사 의무조항을 빼지 않았다.
대통령은 입만 열면 ‘규제완화’를 말한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관료주의에 절어 있는 공무원들은 이 전봇대인지, 저 전봇대인지도 모를 전봇대를 찾느라고 부산했다.
지금이라도 행정부처 장관들은 진정한 규제완화가 뭔지 곰곰히 되돌아 봤으면 한다.

오죽하면 이런 자정책까지 내놨을까.

방송 3사는 주중 밤 10시 드라마에 목숨을 건다. 특히 드라마 초기엔 시청자가 경쟁사로 채널을 틀지 못하도록 10분 정도 당겨 9시50분에 시작해 밤 10시를 넘겨 내보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드라마 한 편이 80분을 넘길 때도 많았다.
1편에 80분 넘는 월화 드라마를 방영하려면 제작진은 1주일에 160분 짜리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드라마에 영화 기법이 도입된 지도 오래다. 160분 짜리 영화 한 편 만들려면 찍는 데만 1년 이상 걸린다. 그런 일을 1주일에 해내야 하는 드라마 제작진은 늘 쓰러지기 일보직전까지 강행군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한 자정 노력으로 방송 3사가 밤 10시대 드라마를 정각에 시작하기로 했단다. 드라마 끝나는 시간도 72분으로 맞췄단다. 오죽 했으면 그랬을까.
서로 저 혼자 살겠다고 드라마 시작을 당기고, 끝을 뒤로 미루는 무한경쟁을 자제하겠다는 취지는 좋다. 진작 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렇게 인위적으로 시작과 끝을 맞추는 게 과연 옳은 건지 모르겠다. 드라마라는 창작물을 인위적으로 72분으로 딱 잘라 제작하는 게 맞는지. 또 몇 달 하다가 슬금슬금 시간을 늘려 다시 무한경쟁 속으로 추락하진 않을까 걱정도 된다.

▲ 1월 13일자 동아일보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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