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년 전 세월호 보도를 반성하며 고개를 숙였던 KBS가,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이석태, 이하 특조위)의 청문회 출석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새 노조)는 11일 발행한 노보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새 노조는 “KBS 보도국은 참사 초기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을 잇달아 전해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부풀려진 당국의 구조활동을 제대로 사실 확인하지 않고 뉴스로 내보내 실종자 가족을 분노케 하고 결국 기레기 소리까지 들었다”며 “이 때문에 특조위는 지난해 12월 말 KBS에 공문을 보내 KBS 임직원 10여명(당시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등 간부와 평기자)을 상대로 참사 당시 뉴스특보 등의 보도 경위와 근거에 대한 진술을 듣기 위해, 출석 협조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고 설명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주요 언론은 세월호에 탑승해 있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전원 구조됐다는 오보를 냈다. 국가기간방송사이자 재난주관방송사인 KBS도 마찬가지였다. KBS는 그 해 5월 15일 메인뉴스 <뉴스9>에서 전원 구조 오보 등 사실 확인에 소홀했던 점, 유가족에 귀 기울기보다 대통령 부각에 힘썼던 점 등 그간의 보도 행태를 자성했고, 같은 해 7월에는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자사 보도를 돌아보는 다큐멘터리를 방송하기도 했다. 팽목항에서는 KBS 로고가 박혀 있는 점퍼를 입기조차 힘들었다는 막내 기자들의 고백도, 현실과 보도와의 괴리를 꼬집은 한 사례였다.

2014년 5월 15일 KBS <뉴스9> 보도

새 노조에 따르면, KBS는 지난 1월 8일 특조위에 ‘언론의 독립과 자유를 침해할 사후검열의 가능성이 우려되고, 출석 요청과 목적이 포괄적이고 불분명하다’며 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는) 이미 국가기관을 통해 충분히 소명된 사안’이라며 기존 국회 국정조사 자료, 감사원 감사 자료를 참고하라고 전했다. KBS는 비보도영상 등 특조위의 영상자료 제출 요청에도 불응했다.

새 노조는 “조사 당사자들은 올 들어 2차례에 걸쳐 출석 혹은 서면 진술 요구를 받았으나 회사 방침이 변하지 않는 한 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특히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경우 동행명령장까지 발부됐지만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회사로부터 징계까지 받은 상 황에서, 회사의 출석 협조 거부 방침에 변함이 없는 한 진술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동행명령을 끝내 거부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새 노조는 “우리 회사와는 달리 YTN, MBN, 연합뉴스TV 등의 케이블 방송사들은 회사 차원의 자료 협조 이외에도 개별 기자들의 조사와 진술에 협조적이거나 별다른 관여를 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의 경우 자체 발간 자료 및 참사 초기 보도리스트와 전문, 관련 영상들을 적극 협조해주고 있으며, MBN 역시 ‘전원 구조’ 오보 등과 관련된 기자가 적극적인 진술과 소명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새 노조는 “참사 2년이 다 되도록 왜 (세월호가) 침몰했고 왜 구조하지 못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가슴에 정녕 공영방송 KBS마저 가세해 대못을 박아야 하겠는가”라며 “회사는 지금이라도 ‘염치’를 차려 특조위 출석 요구 협조에 적극적으로 응하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KBS는 유독 ‘세월호 보도’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지난해 12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 간 열린 제1차 청문회 때 KBS는 중계방송도 하지 않고 메인뉴스에서 단신 2건으로 보도를 갈음했다. KBS기자협회장이 청문회 보도의 미흡함을 지적하며 보도량을 늘리자고 제안하자, 보도국 간부들은 ‘편집권 침해’라고 맞서 논란이 있었다. 이번 2차 청문회 때는 오보의 경위를 소명해 달라는 특조위의 요구를 전면 거부한 데 이어, 메인뉴스를 통해서도 청문회 관련 소식을 단 한 건도 내보내지 않아 도마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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