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대기업의 방송 소유 허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한나라당의 미디어관련법을 놓고 2월 임시국회에서 ‘대격돌’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국PD들이 모여 결의를 다지는 자리가 마련됐다.

▲ 16일 서울 수유리 호텔 아카데미하우스에서, 한국PD연합회는 1987년 창립 22년만에 최초로 ‘2009 PD전국대회’를 개최했다. ⓒ곽상아

한국PD연합회(회장 김영희)는 16일 서울 수유리 호텔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전국의 PD 300여명이 모인 가운데 1박2일 일정으로 ‘2009 PD전국대회’를 열었다. 전국의 PD들이 모인 대회는 1987년 PD연합회 창립 이후 22년만에 최초로 열린 것이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방송의 위기를 넘어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이 시대의 숨결이 되겠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발표했으며, 방송계 현안에 대한 토론과 함께 향후 대처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이들은 이날 ‘방송! 시대의 숨결이 되겠습니다’는 제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 등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권력의 부당한 압박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위기를 증명한다. 재벌과 거대신문이 보도채널은 물론 지상파방송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니 방송의 위기를 넘어 민주주의의 위기”라며 “민영 미디어렙 도입 등 산업 중심의 방송구조 재편으로 지역 공동체의 기반인 지역방송과 우리 사회 다양성의 근간인 특수종교방송이 고사하기 직전이다. 심지어 우리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외국 자본이 보도논평을 하는 상황까지 예견된다.”

이들은 “‘권력의 나팔수’라는 오명을 떨쳐내고, 공정한 방송을 지키기 위해 온 몸을 던져 방송의 역사를 만들어왔던 우리들은 처음 그때처럼 앞으로도 계속 시대정신을 앞장 서 밝혀갈 것”이라며 “방송이 시대의 숨결로써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희 한국PD연합회장은 “방송환경이 무한경쟁을 강요받음에 따라 방송의 공공성이 위협을 받고 있다. 2009년은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며 “진보나 보수 노선을 떠나서 방송환경이나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PD들은 잘 모이기 힘든 집단이라는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우리는 언제든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며 “이 대회는 내년에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문석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현 시국에서 22년만에 전국PD들이 모여 결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언론운동 차원에서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며 “PD들이 현정부의 언론탄압에 대해 자각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 개그맨 김제동씨 ⓒ곽상아
이날 대회에서는 결의문 채택외에 ‘방송환경 변화와 지상파의 과제’를 주제로 양문석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의 강연과, ‘TV속 사람이 TV 바라보기’에 대한 개그맨 김제동씨의 강연도 진행됐다. 17일에는 방송발전 기원 고사와 등반대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MBC <100분 토론>에서 사이버모욕죄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는 개그맨 김제동씨는 이날 자리에서도 사이버모욕죄에 대해 “심각한 인신모독이나 명예훼손은 현행법으로 할 수 있다. 집단지성은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씨는 “아이들에 1달러 투자하면, 사회적 비용이 20달러 절감된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느냐. 교과서 책을 조금 고치고 국제중 입학 플래카드 내걸고…그런 것에 쓸 돈 대신에 애들한테 필기구를 사주는 게 정상”이라고 주장,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TV라는 매체에서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공간들이 점점 비좁아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시청률에 관계없이 사람냄새가 나는 프로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예능PD출신인 김영희 회장은 김씨에 대해 “방송철학도 있고, 나름대로 (사회적) 견해도 가지고 있어 개그맨 가운데 가장 이 대회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가장 좋아하는 개그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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