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폭력방지법안’에 대한 대립이 심상치 않다. 2월에 시작될 줄 알았던 2차전이 ‘국회폭력방지법안’으로 시작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2월 MB법안 입법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여겨진다.

한나라당은 지난 13일 ‘국회에서의 폭력행위 등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국회폭력방지법안)을 발표했다. 19일 공청회를 거쳐 당론으로 확정한다고 했다. 내용은 3가지로 구성돼 있다. △국회 내 형법상 폭행, 협박, 주거 침입, 재물 손괴 등은 1년 이상의 징역 △국회 내 형법상 체포 및 감금, 강요, 공무집행방해 등은 2년 이상의 징역 △국회 내 형법상 상해나 공용물 파괴 때에는 3년 이상이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집단적으로 흉기를 가지고 죄라고 했을 때 형의 1/2을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대로라면 문학진 민주당 의원은 한미FTA비준안 상정 날치기한 외통위원장실 해머로 파손한 죄로 1년 이상 징역이며 가중 처벌되어 최소 1년6개월 이상의 징역형,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역시 징역 1년 형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지난 12월13일 민주당과 민노당이 불참한 가운데 2009 정부예산안을 독단적으로 강행처리해 야당에 의해 국회 윤리위에 제소된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처벌 불가능이다. 이 예산안에는 대운하로 의심되는 예산이 정부의 원안 그대로 들어갔고 ‘형님(포항) 예산’ 역시 정부 원안에서 3.3%만 삭감됐을 뿐이다. 민주당과 합의된 내용을 지키지 않았고 상임위 절차도 무시했다. 심지어 신문발전기금과 지역신문발전기금 복원 약속도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졌다.

이것이 바로 한나라당의 국회폭력방지법의 실체이다. ‘폭력’에 대한 정의를 ‘신체’와 ‘재산’에 한정을 둔 한나라당식 ‘폭력’에 대한 정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폭력방지법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자신감은 아이러니하게도 ‘폭력’에서 나온다. 다수당의 횡포라는 ‘폭력’ 말이다. 이렇게 볼 때 ‘폭력’에 의해 발현되는 ‘폭력’은 ‘대항폭력’일 뿐이다.

진정으로 ‘폭력’은 분명 나쁜 것이다. 그러나 궁금하다. 먼저 진행된 ‘폭력’이 나쁜 것인지 아니면 그 폭력에 대항하기 위한 ‘폭력’이 더 나쁜 것인지. 한미FTA비준안 상정 당시 문고리를 걸어 잠근 한나라당이 더 잘못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 가기 위해 해머로 문을 부순 문학진 민주당 의원이 더 잘못한 일일까.

지금은 한나라당이 다수당이다. 그것도 172석이라는 거대여당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그 이전에 소수야당이었고, 앞일은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한나라당이 다수여당으로서 이렇게 지속적으로 ‘횡포’를 부린다면 다음은 기약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한나라당의 국회폭력방지법안에 대해 주요일간지 역시 조중동과 경향·한겨레가 명확하게 갈렸다.

조선중앙동아, ‘국회폭력방지특별법안’ 조속히 처리해야

◇조선일보 : 조선일보는 오늘자 사설을 통해 “국회란 한 나라의 법을 만드는 성스러운 곳”이라며 “법을 만드는 곳에서 법을 우습게 알면 대한민국에서 법을 지킬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된다”고 했다. 또한 “법을 만드는 민주주의 성소를 관리하는 책임은 국회의장에게 있다”며 “국회의장이 이런 능력도 없다면 당장 의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에는 “국회의장이 국회 내 비국회의원의 범법행동에 대해 경고 출입금지 고발 등의 징계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명확한 법적 근거를 이번에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라고 못 박았다.

▲ 1월 15일자 조선일보 27면 사설
◇중앙일보 : 중앙일보는 ‘2월 입법전쟁’을 앞둔 ‘전초전’이라고 했다. “한나라당은 야당의 물리적 점거를 막아야 하고 민주당으로선 직권상정을 못하도록 해야 하는 지상과제가 떨어진 셈”이라는 것이다. 이에 한나라당의 카드가 ‘국회폭력방지특별법안’이라는 말이다. 중앙일보는 “민주당은 발의 후 최소 20일이 지나야 직권상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직권상정 요건을 대폭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했다. 일종의 직권 상정 제한법이라며 “직권상정되더라도 재석의 3분의 2(200명)이 표결에 참여해야 한다는 조건도 붙일 방침이라고 했다. 한나라당 단독으론 처리가 불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폭력 근절 의원들에게만 맡길 수 없다”는 사설을 통해서는 “자체 해결 능력이 없으면 외부의 힘을 빌려서라도 썩은 살을 도려내야 한다”고 했다.

▲ 1월 15일자 중앙일보 6면
▲ 1월 15일자 동아일보 10면
◇동아일보
: 동아일보는 ‘여야 국회폭력방지법 공방’이란 제목의 사진기사를 실었다. 한나라당이 당사에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열고 국회폭력방지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시도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여권의 야당 탄압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사진설명을 하고 있다.

이밖에 한나라당은 14일 국회 폭력사태를 막기 위해 ‘국회질서유지선’을 만드는 내용을 담은 국회질서유지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의 폴리스라인과 유사하게 국회질서유지선을 국회회의장 주변에 설정해 국회의원 외에 보좌진이나 당직자, 일반인 등이 이 선을 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안은 홍준표 원내대표의 지시에 따라 이범래 한나라당 의원이 검토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

경향·한겨레는 ‘국회폭력방지특별법안’ 여당도 반대

◇경향신문 : 경향신문은 ‘국회폭력방지특별법안’에 반대하는 이들을 조명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14일 라디오에 출연해 “굳이 특별법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를 더 해봐야 한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고 전하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국회에서 의사진행을 물리적으로 막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처벌도 필요하지만 다수당의 일방적인 의사진행을 막을 수 있는 장치도 함께 논의해갈 때 당위성을 갖는다”는 말을 인용했다. 경향신문은 또한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역시 13일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과 같은 경우엔 한나라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소수 또는 반대세력의 반대 권리에 지나치게 재갈을 물릴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음을 전했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 역시 “현행법을 가지고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국회의원들만을 겨냥한 이런 특별법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국제적인 망신 아니냐”고 전하며 여권 내부에서조차 특별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연이어 나오는 것은 이번 특별법이 지닌 ‘과도성 입법’이 내부에서조차 비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 1월 15일자 경향신문 5면
◇한겨레 : 한겨레 역시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이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폭력방지법은) 여론을 의식한 인기영합적인 기준이라는 생각”이라며 “다수당과 소수당의 입장이 뒤바뀌면 말을 바꾸는 기억상실증부터 고쳐야 한다”고 꼬집었다고 실었다.

이어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설문결과 한나라당의 국회폭력방지법 추진에 대해 46%가 “야당의 반발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으며 “국회 전반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것”이라는 답은 36.9%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또한 사설을 통해 “여당이 ‘의원직 박탈’이란 무리한 처벌규정을 둔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며 “논란 많은 ‘MB법안’들을 무더기로 통과시키려면 우선 야당 의원들의 발을 묶어야 하기에 의원직 박탈이란 초강경 수단으로 야당을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1월 15일자 한겨레 27면 사설
국회폭력방지특별법은 민주당을 위한 법이다?

재밌는 사실은 조중동에서는 여권 내 반대의견을 가진 의원들의 목소리가 전혀 담기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한나라당의 ‘국회폭력방지법안’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해대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법안을 추진하며 했던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게 국민적 요구”라고 말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말이 거짓임이 드러났다. 지난 12월 28일자 MBC <뉴스데스크>에서 국민들 61%가 방송법 개정에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수치가 의미있는 것은 한나라당 텃밭이라 일컬어지는 TK지역에서도 반대의견이 더 많았다는 데에 있다. 또한 국민들 46%가 한나라당의 국회폭력방지법안이 야당을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하니 홍 원내대표에게 ‘국민’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지 궁금하다.

계민석 한나라당 부대변인이 낸 “국회폭력방지특별법은 민주당을 위한 법이다”라는 논평을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 법안이 제정되어야 할 이유가 “민주당이 과거 70~80년대 사고에서 벗어나 21세기에 맞는 민주주의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하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 논평은 그대로 한나라당에게 돌려져야 한다. 한나라당을 위해서도 이 법은 통과되면 안된다. 그 이유는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이 정확하게 설명했다. ‘다수당과 소수당의 입장이 뒤바뀌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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