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상승세는 꺾이고 약점이 노골화된 경기가 펼쳐졌다. 기아가 분명 강점도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많은 약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엘지와의 목요일 경기는 보여주었다. 3-0으로 앞선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무너지며 대량 실점을 하고 패한 기아로서는 시즌 내내 이 극과 극을 오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나지완, 결정적인 실책 두 개가 경기를 망쳤다

개막전 경기에서 불펜으로 나선 지크가 시즌 첫 선발로 나섰다. 초반 흐름은 선발 싸움이었다. 엘지의 소사와 기아의 지크는 상대 타자들을 제압해나가며 투수전의 재미를 느끼게 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4회와 6회는 잔인한 이닝이었고 둘의 승패를 갈라놓았다.

초반 3이닝을 압도했던 두 투수의 위기는 소사에게 먼저 찾아왔다. 소사에게 3이닝 동안 안타 하나만 쳐내며 당했던 기아는 4회 전혀 달라진 모습으로 등장했다. 타순이 한 번 돌면서 소사 공략법을 완벽하게 숙지한 모습이었다. 1사 후 김주형이 2루타로 포문을 열면서 빅이닝은 시작되었다.

LG 선발투수 소사, KIA 선발투수 지크 Ⓒ연합뉴스

1사 2루 상황에서 김주찬과 필의 좌전 2루타는 득점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나지완의 안타로 3-0으로 앞선 기아로서는 당연하게 이번 경기도 지배할 것으로 보였다. 중심타선이 제 역할을 해주고 선발 야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아로서는 지는 것보다는 이기는 것이 당연해 보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6회였다. 5회까지 지크는 3개의 안타를 내주며 위기 순간들도 있었지만 효과적인 투구로 위기를 벗어났다. 초반 어수선했던 것과 달리 3회 이후 안정적인 피칭을 한 지크는 팀이 3득점을 하며 승리 투수가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문제의 6회 지크는 실책 하나로 무너지고 말았다.

시작과 함께 정주현에게 볼넷을 내준 것은 화근이었다. 아무래도 시즌 첫 선발이라는 것이 6회 아쉬움을 준 것으로 보였다. 볼넷을 내준 후 지크는 박용택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다시 제구력을 잡아가는 듯했지만 이병규에게 투런 홈런을 내주며 급격하게 흔들렸다.

그래도 투런 홈런까지는 역전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후 추가실점 없이 막기만 했으면 달라질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히메네스의 높이 뜬 공을 나지완이 놓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4회 기아가 소사를 상대로 3득점을 올리게 된 시작이 김주형의 뜬공을 이천웅의 잘못된 펜스 플레이로 2루타를 내준 것과 유사했다.

KIA 나지완 (연합뉴스 자료사진)

나지완의 이 허망한 실책은 이번 경기를 엘지의 것으로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이후 서상우에게 볼넷과 안타를 내주며 역전을 허용한 지크는 마운드를 심동섭으로 넘겼지만 병살로 끝낼 수 있는 경기를 투수의 실책으로 인해 살리며 점수 차만 늘리고 말았다.

6회 말 공격은 더 황당했다. 1사 후 이범호가 몸에 맞는 볼을 맞으며 나가며 다시 추격의 발판을 만들었다. 비록 경기가 3-5로 역전을 당하기는 했지만 곧바로 1점이라도 추격에 나서게 되면 충분히 재역전은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은 이는 바로 나지완이었다.

이번 경기에서 안타가 하나 있기는 했지만 무기력한 스윙으로 삼진을 당한 것까지는 그렇다고 해도, 주루 방해로 주자인 이범호까지 아웃으로 이끌어 이닝을 끝내는 상황은 최악이었다. 타석에만 머물렀다면 상관없지만 헛스윙을 하고 오른 발이 홈 플레이트를 밟으며 포수의 송구를 방해했다. 포수의 손이 나지완의 몸에 닿으면서 상황은 종료되었다.

김기태 감독이 나와 항의를 했지만 나지완의 수비 방해를 뒤바꿀 수는 없었다. 경기는 그렇게 완전히 엘지 쪽으로 급격하게 넘어갔다. 반격의 계기도 마련하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힘이 빠져버린 기아는 추가 3실점을 더하며 4-8로 끝나고 말았다.

KIA 나지완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크로서는 아쉬운 경기였다. 선발 자원이면서도 개막전 경기의 중요도로 인해 양현종의 뒤에 이어 불펜으로 나온 것도 부담이었는데, 출전 당일 비로 선발이 하루 뒤로 밀린 것도 지크에게는 악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했던 지크로서는 투런 홈런보다는 평범한 외야 플라이를 놓치는 순간이 최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아가 이길 때는 그 어떤 팀보다 강한 장점을 보인다. 하지만 지는 경기에서는 꼴찌를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약점이 드러나고는 한다. 이번 경기에서 선발이 무너진 후 불펜 자원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보였다는 점도 아쉽다.

흐름이 상대편으로 넘어가더라도 보다 집중력 있는 모습으로 경기에 나서야 하는데 이번 경기에서 포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나와 답답했다. 이번 경기 결정적 패인은 두 번의 황당한 실책을 한 나지완이다. 외야 수비가 능숙하지 못함에도 그를 주전 좌익수로 내보내는 것은 타격 때문인데 현재 상황에서는 그 무엇도 해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팬들마저 비난하는 선수로 전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 더 문제다. 나지완은 올해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며 명예회복에 나서려 노력했다. 하지만 경기 전체의 흐름을 끊어버린 두 번의 실책은 모든 것을 무의미하게 만들 정도로 커 보인다. 과연 나지완의 이런 자신의 실책을 만회하는 크레이지 모드를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야구와 축구, 그리고 격투기를 오가며 스포츠 본연의 즐거움과 의미를 찾아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전반에 관한 이미 있는 분석보다는 그 내면에 드러나 있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포츠에 관한 색다른 시선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http://sportory.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