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럴까?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왜 자꾸 생길까? 정치권력의 변동이 대중문화계까지 강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걸까? 예전 노무현 정부 시절, 유행어인 ‘노무현 때문에’처럼 이명박 정부 시대에 ‘이명박 때문에’가 재등장할 수 있는,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현직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경향에 또 다시 국립극장이 기름을 붓고 있는 건 아닐까?

▲ 가수 김장훈 ⓒ김장훈 미니홈피
국민들로부터 폭넓게 사랑을 받고 있는 가수 김장훈씨. 사랑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일 터. 하나는 팬들에게 최선을 다해서 서비스하는 가수이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움켜쥐지 않고 끊임없이 베푸는 기부문화의 상징이기 때문일 터.

그래서 김장훈씨는 거의 모든 연예프로그램에서 못 불러 아쉬운 예능인이고, 표를 못 구해 그의 공연을 보지 못하는 게 안타까운 그런 가수이다. ‘국민가수’라고 종종 예능프로그램의 MC들이 추어올려주면 시청자 입장에서 크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가수다.

그런 그가 지금 황당하다. ‘대중가수는 안된다’는 국립극장으로부터 통보 때문. 김장훈씨는 지난 14일 오전 미니홈피에 글을 올렸다. 그가 황당한 이유는 이렇다.

“국립극장 소극장인 KB청소년하늘극장(이하 하늘극장) 대관이 안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대중가수 공연은 대관 규정에 없기 때문에 접수 자체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김장훈씨는 ‘앙코르 원맨쇼’의 소극장 편을 기획하던 중 600여 석 규모의 하늘극장을 발견, 국립극장 홈페이지에 1~3월 모든 날짜 대관이 가능하다고 해, 기획사 대표가 대관 담당자를 찾아가 문의했단다. 대관 담당자는 서류로 신청하면 심사하고 통보하겠다고 해 극장 답사까지 했단다. 그런데 마지막에 국립극장 측으로부터 대중가수 공연은 규정에 없어 접수가 안 되니 서류를 가져가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것.

김장훈씨 왈, “코미디를 볼 때 터지는 웃음이 나더라. 코미디 제목은 ‘국립 코미디 극장’ 정도겠다”며 국립극장을 향해 웃어버렸다. 하늘극장은 국민은행이 기부한 소극장인데, 이에 대해 김장훈씨는 “국립극장의 해오름극장, 달오름극장도 아니고 기업에서 문화공헌 차 기부한 소극장이 대중가수여서 접수조차 안 되는 것은 코미디”라며, 국립극장을 향한 힐난 뒤에 묻어있는 불편한 심기를 굳이 숨기지 않은 것.

▲ 가수 김장훈이 국립극장의 대관 거절과 관련해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 글.
김장훈씨가 밝힌 내용이 사실이라면, 공연문화 쪽에서도 ‘반동의 시대’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다. 이미자 조용필 패티킴 등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대중가수들이 한때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으로부터 대중가수라는 이유로 공연을 거부당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오래된 이야기다.

한데 국립극장이 비어있는, 그것도 기업이 기부한 극장에서, 가수가, 그것도 청소년들에게 아주 건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가수가 ‘대중가수’라는 이유만으로 공연을 거부당했다면, 이것은 ‘시대의 반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태’이다.

대중문화 고급문화는 적어도 학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저급문화로서 대중문화라는 등식도 없다. 클래식이라서 고급문화라는 등식은 더욱 없다. 인류학자, 문화연구자, 커뮤니케이션학자들 중 관심있는 연구자들은 ‘황당한 국립극장의 대중가수 거부’를 ‘연구대상’으로 삼아도 될 터.

<정치권력의 변동이 ‘국립극장’의 대중가수 공연 거부에 미친 영향>…. 뭐 이런 논문이 곧 나오겠지… 그리고 4년 뒤… 이 논문을 읽으면서 아주 쓴 웃음을 지을 터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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