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로 구본홍 사장 반대 투쟁을 벌인 YTN 노조원들이 해·정직 통보를 받은 지 100일이 된 가운데, 이날부터 이틀간 실시되는 YTN 보도국장 선거가 YTN사태 해결의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 이번 선거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재승인 결정에 어떤 영향을 주고, 나아가 구 사장의 YTN사태 해결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YTN노조의 투쟁은 이날로 181일째가 됐다.

YTN은 지난해 8월13일 당시 홍상표 보도국장의 보직 사퇴 이후 보도국장 공석을 유지한 채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해 왔으며, 현재 강철원 취재부국장이 보도국장 직무대행을 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는 보도국에 소속돼 있는 간부들과 일반 직원 333명이 투표권자이다. 강철원 보도국장 직무대행, 김승환 라디오 뉴스편집팀장, 김호성 뉴스1팀장, 정영근 취재부국장이 입후보했다.

YTN노조는 ‘보도국장 임면에 관한 단체 협약’과 ‘보도국장 복수추천제 시행 규정’에 따라 보도국장 선거를 주관해 선거에 입후보한 후보 중 상위 득표자 3명을 사장에게 추천하며, 사장은 이 중 한 명을 신임 보도국장으로 임명하게 된다.

▲ 14일 YTN노조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투표소 주변을 지키고 있다. ⓒ송선영
◇방송통신위원회 재승인 결정에 영향 줄까?= 방통위는 지난달 11일 구본홍 반대 투쟁과 관련해 보도 정상화 및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YTN에 대한 재승인 의결을 보류했다.

방통위는 △방송의 공적책임, 공정성, 공익성의 실현가능성과 시청자 권익보호 담보 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현재로서는 경영정상화가 완전히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워, 조직 및 인력운영 등 경영계획의 적정성을 확신할 수 없다 등의 이유로 YTN에 대한 재승인 의결을 오는 2월24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재승인 의결 보류 사유로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YTN노조의 인사 불복종 투쟁’을 문제 삼았다.

이에 YTN노조는 보도국장 선거로 보도국 안정화를 꾀하는 동시에 인사 불복종 문제까지 해결해 재승인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YTN노사는 선거에 이견을 보이다 “재승인 문제를 먼저 해결하자”고 의견을 모았고, 노조는 선거에 입후보한 상위 득표자 3명 가운데 한 명을 구 사장이 임명하게 되는 부담을 안으면서도 보도국장 선거 실시를 제안했다.

한 노조원은 “우리가 인정하지 못하는 구본홍씨의 인사권에 반대해 인사 불복종 투쟁을 하고 있지만 우리가 뽑은 보도국장이 자율적으로 인사를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불복종 투쟁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구본홍 사장의 YTN사태 해결 의지 가늠 여부 될 것=구본홍 사장이 상위 득표자 3명 가운데 누구를 보도국장으로 임명하느냐에 따라, 구 사장의 YTN사태 해결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될 것으로 보인다.

보도국장 임면에 관한 단체 협약 제1조에는 다수 득표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사원들의 의사를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회사와 노조원 대표이사가 보도국장을 임면함에 있어 사원들의 의사를 충실히 반영하고 해당 국장이 소신있게 공정방송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만약 구 사장이 아무 명분없이 3명 가운데 다수 득표자를 배제하고 후보에 오른 친 구사장 쪽 후보를 보도국장으로 임명할 경우 사원들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구 사장이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자신과 가까운 사람을 보도국장으로 임명해 친정체제를 구축할 경우, YTN사태가 더 악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YTN 내부에서는 “구본홍씨가 당연히 ‘상식적’으로 다수 득표자를 보도국장으로 임명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인사권을 통해 보도국에 관여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1월14일로 YTN사태가 181일이 되었다. ⓒ송선영

◇ 강철원 체제에서 공정방송 훼손 우려=앞서 강철원 직무대행은 기자들의 성향 조사, 일부 노조원들에 대한 폭행, 수장 이미지 훼손 보도 금지를 하는가 하면 지난달 30일 구 사장과 일부 간부들의 불우이웃돕기 성금 전달을 단신 리포트로 내보내 보도국 내에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현재 YTN 내부에서는 “공정방송을 못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YTN사태 초기, YTN사태를 비교적 자유롭게 리포트할 수 있었지만, 강 직무대행이 일부 차장들의 기사 승인권을 박탈해 ‘YTN을 통한 YTN 보도’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특히 구 사장과 관련된 리포트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정치부, 경제부, 문화부의 기사 승인권을 박탈해, 기자들이 관련 기사를 쓰고도 방송되지 못하는 사례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노조원은 “YTN사태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보도도 공정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구본홍씨가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는 것을 보도하는 등 공정방송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나라당의 언론관계법에 맞선 전국언론노동조합 총파업 때도 YTN노조는 언론 악법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보도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관련 리포트가 적극적으로 보도되지 않았다.

강 직무대행은 보도국 운영 계획서에서 “‘파업사태는 fact(사실)에 입각해 보도한다. 그러나 미디어 관련 법률에 영향을 미치려는 보도는 자제한다’는 입장을 취했다”며 “YTN이 파업을 하고 있는 매체와 동일한 매체로 인식될 경우 어떤 이익이 있겠는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 YTN 15층에 붙어있는 보도국장 선거 입후보들의 '보도국 운영 계획서'. ⓒ송선영
“보도국장 선거, YTN사태 해결 계기 돼야”

YTN 노사 모두 보도국장 선거를 계기로 YTN사태가 해결돼야 한다는 점에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간부는 “선거를 계기로 YTN이 정상화되고, 나아가 재승인 문제가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른 간부도 “현재 재승인을 넘는 게 중요하다”며 “방통위가 구본홍씨를 YTN 사장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으로 노조를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사의 보도국장 선거는 경영과 보도를 정확하게 분리해, 외부에서 보도국을 좌지우지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며 “이러한 의지가 분명히 있는 사람이 보도국장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노조원도 “노조가 큰 결단을 해, 발등에 떨어진 ‘재승인’의 불을 끄자는 뜻에서 선거를 치르는 것인만큼, 선거 결과대로 국장이 뽑혔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이번 선거를 계기로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YTN노조 선거관리위원회는 “사측과 일부 보도국 간부들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체의 행위를 삼가야 한다”며 “조금이라도 선거 분위기를 해칠 수 있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선관위는 14일 오후 성명을 내어 “‘00일 보도국장이 임명된다’ ‘추가 인사는 00일에 나온다’ 등 보도국장 선거 이후 일정에 대해 공공연히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런 식의 행태는 현재 진행중인 선거와 상관없이 사실상 보도국장이 이미 내정됐다는 식의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때문에 사측이 특정 후보를 이미 보도국장으로 내정하고 사실상 교감속에 이후 일정을 짜놓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선관위가 입수한 사측의 내부 자료를 보면 똑같이 보도국장 선거 이후 일정에 대해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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