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인터넷 블로거 ‘미네르바’ 박씨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조중동이 다시 네티즌들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중앙지법 김용상 판사의 증명사진과 신상, 영장심사 이력 등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네티즌의 비판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사이버 테러’라는 것이다.

이에 앞서 조선일보는 12일자 3면 기사 ‘네티즌들이 또…미네르바 영장발부 판사에 ‘인신공격’’기사에서 관련 게시물을 자세히 다룬 뒤 이날 사설에서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이 미네르바를 ‘경제대통령’이라고까지 키웠다”면서 “그 사회병리현상이 자칭 미네르바 박OO(미디어스 편집자 익명 처리)씨가 구속된 뒤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의 올해 1월 12일치 3면기사

▲ 조선일보의 지난해 8월 13일치 기사

한편으로는 사법부의 독립과 판사의 프라이버시를 강하게 옹호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피의자의 실명을 노출하는 조선일보의 이런 보도는 사뭇 분열적인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조선일보의 사법부 존중과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과거의 인식수준은 어느 정도였을까.

지난해 8월13일치 조선일보에는 한 판사의 ‘증명 사진’이 등장했다. 이날 조선은 10면 ‘판사가 불법시위 피고인 두둔 발언’이라는 머릿기사에서 “불법 촛불시위 주동자에 대한 재판을 맡은 판사가 재판 과정에서 잇달아 피고인을 두둔하고 현행법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사견을 드러내 물의를 빚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안진걸 광우병대책위원회 팀장의 보석 결정을 내린 서울중앙지법 박재영 판사의 공판 발언 하나하나를 걸고 넘어진 뒤 “문화제 형식의 합법 집회에 참여하겠다”는 안 팀장의 대답을 거론하며 “이같은 대답을 듣고도 보석을 허가한 것은 재판부가 사실상 재범을 방조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자체적인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한발 더 나아가 지난해 8월 14일 사설에서 박재영 판사에게 “이런 판사가 아직껏 판사 노릇을 하고 있는 사법부의 현실이 놀랍기만 하다”면서 “이 판사는 자신이 그동안 촛불시위에 나가지 못하게 했던 거추장스러운 법복을 벗고 이제라도 시위대에 합류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사실상 퇴직(?)을 강권하기까지 했다.

▲ 조선일보의 지난해 8월 14일치 사설

다시 2009년 1월로 돌아와, 조선일보는 지난 9일 1면 ‘‘미네르바’ 체포…인터넷에 허위 사실 유포 혐의’에서 미네르바로 추정되는 박씨의 실명을 앞장서 공개하는 선구자(?)의 면모를 보였다.

또 같은 날 5면‘“경제 독학한 30세 무직남”’에서는 박모씨의 학력과 대학에서의 전공 등을 세세히 전했고, 10일 4면 ‘이웃·동창이 본 박씨 “집 밖 거의 안 나온 얌전한 청년”’에서 박씨의 고등학교와 대학 성적, 박씨 주거지 주소, 박씨의 가족관계 등을 낱낱이 보도했다.

이같은 조선일보의 기사 덕분에 ‘미네르바 박씨’의 개인 신상정보는, 그의 체포혐의와 무관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대대적이고 무차별적으로 공개된 셈이다.

▲ 조선일보의 올해 1월 10일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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