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남이가.”

청산의 대상이 된 지 오래이지만 지역주의의 위력은 여전히 대단하다. 그 힘만큼이나 유혹이 강력한 탓에서일까. 대선후보들의 입에서, 그리고 언론에서 지역주의의 망령이 스멀스멀 기어나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신태섭·김서중, 이하 민언련)은 26일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신문방송 보도에 대한 모니터 보고서를 내놨다. 지난 15일부터 23일까지 KBS, MBC, SBS 등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서울신문이 그 대상이다.

“비판의 화살, 범여권 주자들에게만 겨눠”

지난 21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충청향우회 행사가 그 단초를 제공했다. 22일자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각각 <서부벨트 ‘충청의 힘’> <“내사랑 충청”>과 같은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 10월22일자 동아일보.
다음날인 23일자 동아일보는 사설 <지역주의 망령 불러내 선거판 흔들려는 범여권>에서 신당의 ‘호남+충청 연대론’과 민주당 등과의 후보 단일화 구상에 대해 “원칙도 명분도 없는 ‘반 한나라당 지역연합’”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민언련은 “동아의 지역주의 비판은 타당한 것이지만, 이날 이명박 후보도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발언을 했음에도 비판의 화살이 범여권 주자들에게만 겨눠져 있다는 점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중앙 역시 이날 <대선 판에 다시 등장한 향우회 문화>에서 지역주의를 비판했으나 “충청이 대한민국의 중심이 되면 국제화 시대에 서울·수도권의 경쟁력은 어떻게 되는가”라고 주장해 한편으로 ‘수도권 지역주의’를 부추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충청대통령’ 발언 등으로 지역주의적 선거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민주당 이인제 후보의 발언에 대해서도 경향신문을 제외한 대다수 신문과 방송이 여과없이 보도하고 있어 그 폐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조중동, 지역감정 이용해 이명박 띄우기

민언련은 특히 지역주의에 대한 신문들의 비판적인 태도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적용되면 ‘띄우기’의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점을 경계했다.

▲ 10월23일자 중앙일보.
지난 22일 이명박 후보의 광주 순회 일정을 보도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이 후보 주변 알짜 실세는 호남출신?> <“내 주변에 있는 실세들은 다 호남 사람이라고 하더라”>를 제목으로 뽑으면서 호남민심을 ‘선동’했다는 것이다.

민언련은 “지역주의 발언을 여과 없이 확대․재생산하는 보도행태를 유지하면서, 특정 후보에 대해서는 지역주의를 조장한다고 비판하고 또 다른 후보의 지역주의적 행보는 ‘띄우기’ 소재로 활용하는 이중성과 편파성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이어 “지난 92년 초원복집 사건 때에는 불법 녹음 사실만을 부각시키는 보도태도를 보였던 일부 보수신문들이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가 ‘돈 안되고 시끄럽고 싸우는 것은 충청도로’라고 말한 데 대해서는 비판했다”며 “조중동은 이번 대선에서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후보들의 행태에 대해 비차별적이고 일관성 있는 잣대를 들이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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