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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디지털 파업을 말하다[인터뷰]박성제 노조위원장+보도국 이정은·임명현 기자
완군·송선영 기자 | 승인 2009.01.12 14:28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총파업이 성공적으로 갈무리됐다. 이번 파업은 누구라도 노조 쪽에 불리한 싸움이 되기 될 것으로 봤다. 상대는 너무 강한, 삼위일체의 유려한 조합이었다. MB는 최강 맷집을 지닌 인파이터였고, 한나라당은 거꾸러뜨리기에 덩치가 너무 좋았고, 조중동+뉴라이트로 짜인 코칭스태프는 그 자체로 유기적이었다. 하지만 패배에 대한 ‘익숙한’ 전망은 파업 첫날에 벌써 근본적인 수정을 요구받았다.

우연과 노력이 겹쳐지면서, 최근 몇년간 한국 사회의 변화를 추동해 가던 3가지 구도가 압축적으로 이번 파업에 물렸다. ‘몰상식과 상식’의 대결, ‘신문과 인터넷’의 대결, ‘텍스트와 이미지’의 대결이 그것이다. 종합하건대, 상황은 결국,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대결이었다. 댓글러들의 대활약에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충격과 혼란의 자중지란에 빠졌다. 어쩌면, 좌우 가릴 것 없이 이번 파업은 ‘파업’이라고 하는 오래된 습관에 대한 복잡한 반성을 요구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디지털 파업. 이번 언론노조 총파업을 잠정 갈무리하며 <미디어스>가 꼽은 키워드다. 그러나 이번 파업의 디지털화를 마냥 칭송하기에는 스스로 콘텐츠 생산 집단이자 스타를 동원할 수 있는 파업 주체의 특수성을 외면하기 어렵다. 다만, 한 가지만 기억했으면 한다. 언론노조, MBC본부 스스로 이긴 것이 아니라는 것을. 평범한 상식으로 매일 인터넷에 접속하는 디지털화된 개인들의 연합으로 이번 승리를 끌어낼 수 있었음을. 파업이 디지털화할 때, 당대의 상식은 끝내 패배하지 않는다.

MBC노조원들로부터 이번 파업의 전반적인 의미와 디지털 파업에 대한 경험담을 들어보기 위해 지난 9일(금) MBC노조 사무실을 찾았다. MBC 조합원 그리고 언론노조 조합원 모두 고생하셨다. 그리고 그 모든 수고로움에 더해 업무 복귀 첫날의 바쁜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신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박성제 본부장과 디지털 파업의 현장에서도 섭외와 취재의 ‘본업’으로 바빴던 이정은, 임명현 기자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이 인터뷰 기사는 사실 지난주에 나갔어야 했지만, 미디어스 본위로 갈 수 없는 외부사정 탓에 지연됐다. 바로 미네르바의 체포와 구속이었다. 언론노조가 총파업의 기치로 내걸었던 ‘언론장악 7대악법 저지’는 새로운 각도에게 상기되고 있다. 그래서 파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잠정 중단일 뿐이다.


박성제 본부장 “조중동이 우리를 단결시켰다”

   
  ▲ 언론노조 MBC본부 박성제 본부장. ⓒ송선영  
 
“우리가 한나라당의 언론 관련법 강행 처리를 저지하겠다는 초기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에 작은 승리라고 볼 수도 있지만, 더 나아가서 MBC가 왜 이런 싸움을 했는가에 대해 국민들의 이해를 얻고 지지를 얻은 것을 더 큰 수확으로 보고 싶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박성제 본부장)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총파업 투쟁 중 ‘전면제작거부’라는 강수를 두고 파업에 참여한 MBC본부(이하 MBC노조).
이번 MBC노조의 파업에는 <뉴스데스크>의 박혜진 앵커를 비롯해 <무한도전> <황금어장> 등 인기 예능프로그램의 제작진도 참여해 네티즌과 시청자들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방송사의 파업은 시청자들의 피해와 불편을 가져올 수밖에 없음에도, 네티즌과 시청자들은 이례적으로 이번 파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박 본부장은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를 이번 파업의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그는 “조중동 같은 신문들이 허위 사실을 보도했음에도 꿋꿋하게 MBC를 응원해 주셨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마음을 얻었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며 “그렇기에 야당 의원들이 열심히 싸울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줄 수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투쟁에 들어가기에 앞서 내부적으로 노조원들 사이에서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투쟁에 들어가면서 “왜 우리가 이 싸움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노조원들 사이에 공감이 형성되었고, 조중동의 악의적 보도로 인해 오히려 내부의 투쟁 동력이 높아졌다고 한다. 

“MBC노조는 항상 명분을 가진 싸움을 해왔다. 여러 번의 파업 투쟁을 거치면서 공정방송, 방송독립을 외쳐왔기에 그만큼 당당하다. 그렇기에 열심히 싸울 수 있었고 단결할 수 있었다. 우리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다면 내부의 분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박 본부장은 지난해 촛불 정국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다룬 <PD수첩>에 대해 검찰이 수사 압박을 가했을 때,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검찰의 <PD수첩> 제작진 강제구인을 막기 위해 수개월 동안 MBC 본관 로비에서 24시간동안 ‘공영방송 사수대’를 가동해야 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싸움(한나라당의 언론 관련법 강행 움직임)은 촛불과 YTN문제, 경제 위기 등 복합적인 일들이 겹치면서, 지난해 여름이나 가을쯤 왔어야 할 상황이 늦춰진 것”이라며 “언젠가는 부딪쳐야 할 싸움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0시를 기해 총파업을 잠정 중단한 언론노조는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다시 법안 처리를 시도할 경우 총파업을 재개하기로 했다.

“오는 2월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냐”는 질문에 박 본부장은 “비밀”이라고 답했다.

그는 “반드시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오히려 처음 시작했던 싸움보다 이길 확률이 높다고 보지만 그들(조중동)도 더 많은 준비와 여론전을 할 것은 뻔하다”며 “논리 싸움으로는, 합리적인 대결로는 우리를 절대 이길 수 없지만 그렇기에 조중동은 더욱 악독하고 악랄한 방법을 쓸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파업 기간 내내 ‘조중동’ 보도에 시달렸던 박 본부장에게 조중동 보도와 관련한 한 마디를 부탁했더니, 이렇게 답했다.

“조중동이 우리에게 ‘밥그릇’이라는 이야기를 매일 했다. 그대로 되돌려주고 싶다. 밥그릇과 사익 앞에서 기자들이 얼마나 지면의 도구가 될 수 있는지, 나아가 기자들이 자기 양심을 얼마나 팔 수 있는지가 증명되었다고 본다.” 

이정은 기자 “리포트 제작하듯 블로그질 했다”

   
  ▲ MBC 이정은기자. ⓒ송선영  
 
입사 후 처음 파업을 경험한 보도국 이정은 기자. 이제 5년차 기자가 된 그는, “취재를 많이 해왔지만 당사자가 돼 투쟁을 한다는 것, 파업을 한다는 것도 처음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번 파업을 통해 취재 현장에서 만나왔던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하게 됐다.
 

“취재할 때와는 달리 투쟁의 당사자가 되어 우리의 메시지를 알려야 하는데 사람들이 관심없어 할 때 당혹스러웠다. 사람들이 집회를 하고, 굳이 추운데 떨면서까지 아날로그적 방법으로 호소하려고 하는지 이제야 이해가 갔다.”

MBC노조원들은 이번 파업을 디지털 파업으로 이끄는 데 주요한 공을 했다. 그 가운데 보도국 기자들은 MBC노조 공식 카페에서 ‘릴레이 인터뷰’를 도맡아 영화배우 문소리, 진중권 교수, 박혜진 앵커 등 굵직굵직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투쟁의 정당성을 알렸다.

“그동안 미니홈피만 운영해봤다”는 그는 “어느날 노조 사무실에 와서 ‘디지털 선전전이 중요하다’고 거들다가 어쩌나 팀원이 되었다”며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한테 많이 퍼뜨릴 수 있고, 이를 통해 사람들의 동의와 지지를 얻을 수 있기에 인터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블로그 운영과 방송 리포트 사이의 큰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릴레이 인터뷰를 위해 적절한 취재원을 섭외하고 이야기를 나눈 뒤 인터뷰를 하는 것 자체가 평소 리포트를 만들기 위한 과정과 같았다고 말했다. 다만 당사자가 되어 파업에 대해 감정에 호소하고, 처한 상황에 대해 지지를 호소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평소 취재할 때에는 취재 내용에 대해 격식을 차리고 물어봤는데, 당사자가 된 상황에서 ‘저희 파업하고 있어요’라고 밝히며 감정에 호소하고, 당장 내가 처한 문제에 대해 묻는 게 쉽지 않더라. 제3자 입장이라면 묻는 것에 대해 거침없었는데 내가 당사자인 사안이기에 ‘이 사람이 (투쟁에 대해) 반대하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다. (웃음)”

그는 “애초에 노조의 파업을 지지하고 발언을 해주실 만한 분들과 접촉을 시도했는데 인터넷에 실리는 게 부담스럽다며 거절하시는 분들도 많았다”며 “언론계에 있는 교수들을 통해 지성에 호소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학계 자체가 한번 낙인찍히면 힘들어지는 분위기인지는 알지만 학자들이 노조의 파업을 대변해 주었으면 했기에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그는 문화계, 연예계 인사들 발언이 투쟁에 있어 주요한 동력이 되었다고 말했다.

“문화계, 연예계 인사들의 인터뷰가 영향력이 컸다. 권해효씨, 문소리씨, 정찬씨 등 인터뷰에 응해주셨던 분들의 생각이 깊었고, 단순하게 ‘MBC가 좋아요’라는 논리가 아니라 왜 공영방송이 중요한가에 대한 각자의 논리가 있었다. 연예인 분들이 방송법에 대해 잘 설명해 주니까 시청자와 네티즌의 호응도 좋았다. 기자들이 방송법의 문제에 대해 보도한 리포트에는 이러 저러한 댓글이 없었던 것과는 달리, 연예인 인터뷰에는 ‘무엇이 문제인지 잘 정리됐다’는 많은 댓글이 달렸다.”

MBC노조의 파업 기간 내내 조중동은 연일 지면을 통해 ‘MBC 때리기’에 나섰다. ‘밥그릇 싸움’부터 시작해 ‘연봉 1억’ ‘귀족 노조’등 다양한 단어로 노조의 투쟁을 폄하했다.

그는 MBC가 다른 대기업보다 연봉을 많이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나 많이 부풀려진 것이 있었기에 ‘어떻게 저런 기사를 쓸까’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김주하 기자의 인터뷰를 왜곡한 중앙일보의 경우에도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식으로 ‘제목 장사’에 나선 사람도 분명 기자일 텐데”라는 생각에 많이 속상했다고 한다.

그는 “모든 사안에 대한 스펙트럼이 다양하니까 ‘이 언론사는 어떻게 보도할지’가 예측됐다”며 “예측을 깨주지 않고, 열심히 보도해 주신 조중동 기자들에게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웃음)

임명현 기자 “마이크를 내려놓으니 키보드가 있었다”

   
  ▲ MBC 임명현기자. ⓒ송선영  
 
파업 후 현장 복귀 첫날인 지난 9일, 임명현 기자의 휴대전화가 계속 울렸다. 선배 데스크로부터 걸려오는 것 같았다. 밤 9시에 시작되는 <뉴스데스크> 리포트를 만들던 중 잠깐 짬을 내어 내려왔다고 했다. 임 기자는 파업을 시작하기 전 보도국 내에서는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적절한 시기’에 꼭 필요한 파업 투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파업에 들어가기 전 보도국에서는 ‘파업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꺼내는 카드가 아닌데, 9년 만에 꺼낼 만큼 그렇게 위중한 상황이냐’ ‘보도를 통해 알리는 게 낫지 않냐’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냐’ 등의 의견이 많았다”면서도 “노조원들과 중요한 시기에 파업에 돌입했던 것 같다. 노조 집행부의 판단이 좋았다 등의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MBC노조의 디지털 파업에 참여하면서 굉장히 뿌듯했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사실 후배들과 함께 카페 릴레이 인터뷰를 맡았지만, 저는 제대로 못했고 후배들이 많이 발로 뛰었다. 굉장히 뿌듯했다. 중요한 콘텐츠들이었고, 이것들을 다른 언론들이 기사로 만들어 재생산하기도 했다. 일부 언론이 어이없이 사실을 왜곡해 기사를 쓰면서 오히려 이슈가 더 확산된 것 같다.”

그는 “방송을 함에 있어서 광고주의 눈치를 보지 않고, 외압이 덜 한 상태에서 일하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직종을 불문하고 모두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렇기에 예능국, 드라마국 등 전 직종의 노조원들이 공영방송을 지키자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 관련법이 단순하게 경제를 살리기 위한 법안이었더라면 그동안 ‘방송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고 말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방송 장악 움직임이 무슨 내용인지 끝까지 알려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릴레이 인터뷰를 위한 영화인들과의 만남에서 기억 남는 이야기를 하나 던져주며 인터뷰를 마쳤다.

“영화인들이 지난 스크린쿼터 때 열심히 싸웠음에도 결국 스크린쿼터를 지켜내지 못한 것은 ‘한국 영화는 이미 경쟁력이 있다’는 논리를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언론인들이 주장하는 것들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되 자신의 투쟁에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와 연대해 반대 논리와 치열하게 싸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영화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했다. 중요한 시사점인 것 같다.”

완군·송선영 기자  sincere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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