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NC와 개막전 경기에서 아쉬운 1점차 패배를 당했다. 충분히 이길 수도 있는 경기였지만 그 작은 힘의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는 점이 아쉽다. 초반 NC가 앞서가던 상황에 기아가 추격하는 형태를 취한 이번 경기의 승부처는 8회였다. 동점 상황에서 기아는 기회를 놓쳤고, NC는 기회를 살려 역전에 성공했다.

양현종 홈런 2방 4실점, 지크 아쉬운 투구 하나가 승패를 갈랐다

이길 수도 있는 경기였지만 양현종의 초반 홈런 두 방은 NC가 경기를 지배하는 이유가 되었다. 워낙 강력한 중심 타선을 갖추고 있는 NC라는 점에서 대량 득점도 가능해 보였지만 양현종은 역시 에이스다웠다. 비록 홈런 두 방으로 4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중요했다.

NC의 첫 득점은 2회 무사 1루 상황에서 이호준의 몫이었다. 양현종이 1회 가볍게 상대 타선을 잡으며 기선을 잡은 상황에서 홈런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호준은 강했고, 양현종을 상대로 2016 시즌 첫 홈런이자 NC 역사상 첫 개막전 홈런의 주인공이 되었다.

KIA 선발 양현종, NC 선발 해커 Ⓒ연합뉴스

이적 후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친 박석민에 이어 이호준과 상대를 한 양현종은 좋은 공들을 쳐내는 이호준과의 대결에서 패했다. 밋밋하게 들어간 변화구는 실투였고 이를 놓칠 리 없는 이호준은 승기를 잡는 2점 홈런으로 NC 다이노스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홈런을 내준 후 기아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3회 첫 타자로 나선 백용환은 해커를 상대로 완벽한 홈런을 만들어내며 추격전에 나섰다. 지난 시즌 적은 출장수와 포수라는 포지션에도 불구하고 두 자릿수 홈런을 친 백용환은 시즌 첫 경기부터 화끈한 파괴력을 선보였다.

1점차로 좁힌 경기는 테임즈에 의해 다시 멀어졌다. 1-2까지 추격한 경기는 3회 말 NC 공격에서 다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1사후 김성욱의 유격수 깊은 타구가 내야 안타가 되면서 얻은 기회를 테임즈는 놓치지 않았다. 완벽한 어퍼 스윙으로 가공할만한 홈런을 만들어낸 테임즈는 올해도 여전히 강력하다는 사실을 홈런 한 방으로 보여주었다.

1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와 KIA 경기. 2회말 NC 이호준이 홈런을 터트린 후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아로서는 에이스 양현종을 개막전 선발로 내세워놓고 초반 2점 홈런 두 방으로 맞은 상황은 최악이었다. 누구도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상상하지 못했지만 강해진 NC 타선은 최고의 좌완 투수라는 양현종을 상대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도망치면 쫓아가는 이번 경기는 그래서 흥미로웠다. 양현종이 홈런 두 방으로 4실점을 했듯, NC의 에이스 해커 역시 완벽하게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4회 시작과 함께 김주찬이 몸에 맞는 볼로 나가고, 필의 좌전 2루타와 이범호가 볼넷까지 얻으며 무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무사 만루에서 나오는 첫 타자의 활약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 안타를 치면 대량 득점으로 이어지지만 그렇지 못하면 득점을 못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원섭은 후자였다. 유격수 땅볼로 병살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NC의 실책 하나는 3-4까지 경기를 추격하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이후 백용환의 안타까지 나오며 추가 득점도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득점에 성공하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6회 한 점차 상황에서 필의 안타에 이어 김원섭이 적시 2루타로 동점을 만든 것까지는 좋았다. 이후 기아는 2사 3루 상황에서 백용환과 김민우가 연속 볼넷을 얻으며 다시 만루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벤치는 곧바로 오준혁을 빼고 나지완을 대타로 내세웠다. 한 방이면 경기를 끝낼 수도 있는 중요한 상황에서 나지완은 초구부터 힘껏 휘둘렀지만 중앙 펜스 앞에서 공이 잡혔다.

1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와 KIA 경기. 3회초 KIA 백용환이 추격 홈런을 터트리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그래도 6회 1점을 더 얻으며 동점을 만든 상황까지는 좋았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바로 8회였다. 기아는 초반 양현종이 홈런 두 방으로 4실점까지 하기는 했지만 이후 에이스다운 피칭으로 추가 실점을 하지 않고 후반으로 이어졌다. 이 상황에서 벤치는 선발 자원인 지크를 마운드에 세웠다.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선발 자원을 불펜으로 내세울 정도로 기아는 개막전 승리를 간절하게 원했다. 그런 기운은 8회 가능성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선두 타자인 이범호가 2루타를 치고 나가자 벤치는 곧바로 대주자로 박찬호를 내보냈다. 하지만 이후 벌어진 상황은 아쉽기만 했다.

번트 작전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어수선한 상황에서 김원섭의 2루 땅볼이 결과적으로 번트 효과를 내며 1사 3루 상황을 만든 것까지는 좋았지만 스퀴즈가 실패하며 득점도 올리지 못하는 결과를 내고 말았다. 스퀴즈 작전이 나왔다면 굳이 라인에 붙이는 세이프티 번트를 댈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너무 잘하려했던 김호령의 이 번트 실패는 삼진으로 이어졌고, 후속타자인 백용환마저 유인구에 속아 삼진을 당하며 1사 3루 상황에서 역전을 시키지 못한 기아로서는 잡을 수 있는 경기를 놓치는 이유가 되었다.

역전 상황을 막은 NC는 지크를 상대로 귀중한 결승점을 뽑았다. 8회 위기를 넘긴 NC는 첫 타자인 테임즈가 안타로 포문을 열고, 2사 후 이종욱이 볼넷을 얻어나가며 기회를 이어갔다. 그리고 이번 경기의 영웅이 된 손시헌이 2스트라이크로 몰린 상황에서도 적시타를 때려내며 4-4 동점 상황을 무너트렸다.

유리한 상황에서 지크는 가운데 몰린 공을 던졌고, 중요한 상황에 강한 손시헌은 이를 놓치지 않았고 홈에서 열리는 개막전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지크의 실투인지 아니면 포수의 리드 잘못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 공 하나는 결국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공이 되고 말았다.

1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와 KIA 경기. 8회말 손시헌이 역전 안타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선발 자원인 지크까지 내세우며 개막 첫 경기를 잡고자 했던 기아는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기아의 약점이라 여겨졌던 공격력은 상대 에이스를 상대로 4점을 뽑아내며 약하지 않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불펜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아 실력을 가늠할 수는 없었지만 기아로서는 선전을 한 경기였다.

리그 최강의 타선을 갖췄다는 NC를 상대로 충분히 막을 수 있음을 보여준 기아의 방패는 그래서 희망적이다. 지난해 포수로서 두 자리 홈런을 기록한 백용환이 시즌 첫 경기에서 홈런을 쳤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NC로서도 이적한 박석민이 순조롭게 안타를 신고했고 핵심 타자들인 테임즈와 이호준이 홈런을 신고했다는 점에서도 만족스러운 경기였을 듯하다.

기아의 핵심인 필과 이범호가 멀티 안타를 쳐내며 올해도 역시 자신의 몫을 다해줄 수 있음을 증명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기아가 아쉽게 개막전 경기를 패하기는 했지만 아주 실망스러운 경기력은 아니었다. 어쩌면 기아의 진짜 실력은 토요일 경기에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개막 경기처럼 선발 투수를 연이어 등판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기아 불펜의 현실을 알 수 있는 경기가 될 것이다. 여기에 최고의 외국인 투수라고 평가받고 있는 헥터가 첫 시즌 등판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과연 명성만큼 뛰어난 피칭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이제 막 1/144이 시작되었다. 에이스를 내세운 경기의 승패라는 점에서 민감하기는 하지만 기아로서는 나쁘지 않은 경기였다. 그저 시즌이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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