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가 다시 홈런포를 쐈다. 이 정도면 이미 메이저리그에 적응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시범경기는 그저 시범경기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지만, 증명이 필요했던 박병호에게 시범경기부터 터진 홈런포는 분명 중요하다.

박병호, 아시아 선수 최다 홈런 기록 경신할 유력 후보

7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쳤다. 아무리 시범경기라고는 하지만 메이저 경험이 전무했던 선수가 이런 기록을 만들고 있다는 것만은 대단한 일이다. 이미 지명타자로 보직을 받은 박병호로서는 자신을 무리해서 증명할 이유는 없다. 그저 실전에 모든 것을 맞춰도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KBO 9시즌 통산 210개의 홈런을 쳐냈다. 비주전이었던 LG 시절을 지나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후 그가 기록한 홈런수는 198개다. 다섯 시즌 만에 올린 이 엄청난 기록이 단순히 한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치부할 수 없음을 박병호는 미국 현지에서 보여주고 있다.

미네소타 트윈스 박병호 [연합뉴스 자료사진]

시범경기에 7경기에 출전한 박병호는 타율 0.316(19타수 6안타) 3홈런 7타점 5득점을 기록했다. 안타 6개 중 절반이 홈런이라는 사실과 최근 4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벌이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4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쳐낸 박병호의 힘은 메이저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다시 증명했다.

박병호의 3호 홈런이 터진 순간 NBC스포츠의 애런 글리먼은 "박병호가 또 다시 홈런을 쳤다. 그가 2할2푼5리의 타율을 기록할지, 2할7푼5리의 타율을 기록할지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힘은 진짜다"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타율은 모르겠지만 홈런을 쳐내는 힘은 진짜라는 평가다.

박병호는 교타자가 아니다. 그리고 미네소타 역시 박병호에게 많은 안타를 바라고 영입하지 않았다. 그들이 원하는 것 역시 홈런이다. 팀내 대포가 없는 상황에서 경기의 흐름을 바꿔주는 홈런 타자가 절실했던 박병호는 그 지독한 가뭄을 해결해줄 수 있는 중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스윙이 크다보니 삼진수도 많다. 하지만 삼진이 많아도 한 시즌에 30개 정도의 홈런을 쳐줄 수 있는 타자라면 메이저리그에서도 탐낼 수밖에 없는 선수다. 박병호가 올 시즌 어떤 기록을 만들어낼지 알 수는 없지만, 그가 시범경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타이밍이라고 했다.

미네소타 트윈스 박병호 [연합뉴스 자료사진]

낯선 투수들이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 박병호는 홈런보다는 상대 투수들의 공을 맞출 수 있는 그 타이밍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그 타이밍은 최근 4게임에서 3개의 홈런이 증명하듯, 조금씩 적응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주전이 보장된 박병호이지만 시범경기에서 이런 홈런을 쳐냈다는 것은 중요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아직 검증이 안 된 박병호의 가치는 이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엄청난 홈런이 증명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만약 시즌 경기에서 박병호가 부진한다고 해도 믿음을 가지고 그를 출전시킬 이유가 되어줄 수 있다.

박병호가 데뷔 시즌 30개의 홈런을 쳐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모든 상대 투수들은 박병호의 약점을 노리고 나올 것이다. 이런 수많은 적들과 대항해 박병호가 어떤 적응력으로 대처해 나갈지가 관건이다. 산 넘어 산이 될 수밖에 없겠지만 박병호가 바닥에서 시작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홈런타자로 성장했듯, 메이저리그에서도 그는 잘 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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