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을 40일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 공영방송 KBS의 ‘활약’이 그야말로 매섭다. KBS는 선거 관련 정당, 의제 언론보도의 균형과 공정성을 모니터하는 총선보도감시연대(민변 언론위원회, 방송기자연합회,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총 26개 단체 참여)가 꼽은 ‘나쁜 방송보도’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선거를 앞둔 KBS 보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북한’ 관련 보도다. 사상 최대 규모 한미연합훈련이 벌어졌던 지난 7일, KBS는 북한과의 대결 구도를 부각하는 보도를 하루에만 9건 쏟아냈다. 이는 종편 TV조선과 같은 양이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종편급 북풍몰이”라고 꼬집었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8일 낸 보고서에서 나쁜 방송보도로 7일 KBS 메인뉴스 <뉴스9>의 보도를 선정했다.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 판>(<주말뉴스 토일>),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 1부>를 모니터링한 결과 KBS <뉴스9>의 북한 관련 보도량은 총 9건으로 TV조선 <뉴스쇼 판>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KBS의 북한 관련 보도 9건을 종류별로 살펴보니, 한미연합훈련 3건, 북한의 반발 및 위협 3건, 박근혜 대통령의 북한 압박 발언, 중국의 대북 제재 1건, 중국의 제재로 인한 북한 사회의 혼란상 1건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북한 위협 관련 보도였다.

3월 7일 KBS <뉴스9> 톱 보도

<뉴스9>의 7일 톱 보도는 <“북, 주요인사‧철도기관 사이버공격”> 리포트였다. 북한의 사이버테럽 위협을 첫 리포트로 보도한 곳은 8개 방송사 중 KBS가 유일했다. <뉴스9>는 “북한이 올해 초 4차 핵실험을 감행한 뒤 국내 인사와 기관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사이버 공격을 해왔다고 국가정보원이 공개했다”며 “불특정다수가 아니라, 정부 주요 인사를 특정해 노렸다는 점에서 사안이 간단치 않다”고 보도했다.

이어, “정부 주요 인사들의 스마트폰이 해킹됐고, 철도 관련 기관을 노린 사이버 공격은 당국이 차단했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 방송사와 금융사를 대상으로 했던 사이버 테러와 달리 이번엔 정부 주요인사와 공공기관이 북한의 목표였다고 국정원은 설명했다”고 전했다. 국정원의 발표 내용을 그대로 옮긴 내용이었다.

바로 다음 나온 <“북 사이버테러 현실화”…정부 ‘대책’ 착수> 리포트는 국정원이 “4차 핵실험에 따른 UN안보리의 제제 조치까지 내려진 만큼 북한이 사이버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경고했다”는 것과 “8일 국정원이 국무조정실과 미래부, 국방부 등 정부 14개 부처가 참여하는 긴급 사이버안전 대책회의를 연다”는 내용이었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타사 보도와 비교했을 때, KBS가 국정원의 발표 내용을 기정사실화해 강조한 것에 주목했다. SBS <8뉴스>는 같은 날 <“북, 정부 주요 인사 스마트폰 해킹”> 보도에서 “(국정원이) 스마트폰이 해킹당한 정부 인사가 누구인지, 어떤 방식으로 해킹돼 어떤 자료가 유출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JTBC는 아예 해당 사안을 보도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총선보도감시연대는 “국정원의 북한 테러 위협 첩보가 근거가 없는 첩보 수준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과거부터 있었으나 KBS는 이를 외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스9>는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도 타사보다 자세한 보도를 선보였다. <‘작계 5015’ 선제타격 대상은?> 리포트에서는 “인민무력부와 인민군총참모부 등 북한군 지휘부 시설”, “김정은의 집무실”, “미사일 전력을 총괄 지휘하는 전략로켓사령부 등 대량살상무기 관련 지휘부”등 한미연합군의 타격 대상을 북한 지도에 표시해 가면서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전시를 방불케 하는 보도”라며 “JTBC를 제외한 타사도 이와 비슷한 보도를 했지만 대결 국면 조성에 있어 북한의 위협 3건, 한미연합훈련 3건을 대비시킨 KBS의 보도량과 뉴스 구성은 단연 압권”이라고 비판했다.

3월 7일 KBS <뉴스9> ‘작계 5015’ 선제타격 대상은? 리포트

또한 총선보도감시연대는 “KBS는 타 방송사에서 다루지 않은 사안까지 망라하면서 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을 옹호하고 대결국면을 조장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면서 “이미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개성공단 폐쇄를 기점으로 압도적인 ‘북풍 몰이’를 행태를 보여 온 KBS는 이번에도 보도량과 질에서 TV조선이나 채널A를 능가했다”고 평가했다.

7일 KBS <뉴스9>와 북한 보도량이 9건으로 공동 1위였던 TV조선은 북한과 관련한 ‘다른 뉴스’에도 집중했다. <필리핀 “북 보복할까 우려”>는 “필리핀 정부가 수빅만에 도착한 북한 선박에 대해 전격 몰수를 하며 첫 대북 제재 이행을 하자 필리핀 내부에서 혹시 북한이 보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단독보도였다. <달러벌이 대거 파견… 인권 유린에 신음>에서는 “달러벌이를 위해 중국 등 해외 식당으로 여성들이 대거 파견되면서, 요즘 북한에서는 평양에 아가씨들 씨가 말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군대에서도, 달리는 열차에서도 북한 여성들은 수시로 성폭생을 당하는데 인권이라는 말을 배운 적이 없어서 인권침해라는 인식도 없다고 한다”며 북한 인권 문제를 다뤘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KBS가 보도량과 자극적인 내용에서 타사를 압도했지만 다른 방송사들도 북한의 위협을 부각시키면서 대결 국면 조성에 일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모두 북한의 사이버테러 위협의 진위 여부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고 강 대 강으로 치닫는 한반도 정세에 대한 우려도 외면했다”며 ‘북풍 몰이’로 수렴하는 방송뉴스 보도행태를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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