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중앙회 측이 상인들에 대한 명도소송를 공언하면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수협 측이 상인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현대화 건물로의 이전을 위한 자리 추첨이 마무리되었으나 3월 15일 이후 개장하겠다는 계획이 이루어질 정도는 아니다. 당장 준공검사도 나지 않은 상황인데다가 올 상반기에 내부 보강공사도 예정되어 있다는 소식이다. 현대화건물로의 이전과 별개로 벌써부터 건물 안전에 대한 상인들의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사이, 도시계획권자인 동작구청과 서울시의 태도가 수상쩍다. 현재 현대화사업의 밑그림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마련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지난 3월 7일 동작구를 찾은 박원순 시장 앞에 불쑥 등장한 노량진수산시장 상인의 ‘서울시 대응' 요청에 검토하겠다는 정도의 답을 했다. 정말 이런 태도면 되는 것인지 차분하게 따져보자.

3월 7일 동작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 통합 개관식에 참여한 박원순 시장에게 노량진수산시장 문제에 대해 의견을 전달하는 상인의 모습. 당초 노량진시장 방문이 검토된다는 소식에 현장에서 간담회를 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방문 계획이 잡히지 않은 통에 직접 찾아갔다.

‘고가도로’라는 행정 알박기, 수산시장을 쪼개다

2005년 KDI에서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할 당시 서울시는 “장승배기~여의도간 연결도로"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2004년에는 이미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마쳤고 2005년에는 기본설계용역을 해야 했다. 하지만 노량진수산시장의 지붕을 관통해 지나갈 예정이었던 동사업의 추진여부는 수산시장 현대화사업에 달려있었다. 실제로 “노량진수산시장의 현대화사업 예비타당성조사 결과가 나오는 6월말까지 보류하고 있는 상태"라며 “6월 말 본 사업(현대화사업)의 결과에 따라 재검토 혹은 속행할 예정에 있다는 입장"이며 “더욱이 수협중앙회와의 몇 차례 협의가 있었지만 두 사업 간의 연계성을 높이기 위한 세부적인 협의는 없었다"는 서울시의 공식적인 입장이 해당 보고서에 적혀 있다.

이 연결도로는 동작구청 앞에서 여의도까지 이어지는 고가도로로 강변도로와 지하철 1호선으로 단절된 동작구와 여의도 권역을 연결하기 위한 방책으로 수립된 도시계획시설이다. 그러니까, 서울시는 당초 노량진수산시장이 현재와 같이 있는 상태에서도 시장의 옥상을 지나는 고가도로를 구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때마침 수협중앙회에서 현대화사업을 한다니 이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면서 고가도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고가도로 계획이 수협중앙회 측의 대규모 개발계획과 만나면서 장애물로 전락한다. 수협 측은 현재와 같은 저층 시장을 유지할 생각이 없었다. 당초 저층 시장을 전제로 고가도로의 밑그림을 그렸던 서울시 입장과 충돌하는 지점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수협이 2009년에 제출한 도시관리계획 변경 제안신청이 2010년 동작구청에서는 통과되었으나 서울시에서는 시설 변경결정 보류가 난다. 당시 서울시가 제시한 보류사유는 “노량진수산시장은 주변지역과 연계된 종합적인 계획수립이 필요한 바, 단순 개별개발계획에 따른 사업추진은 어렵다"는 것이다.

즉 서울시가 노량진 일대의 밑그림을 그리고 거기에 맞게끔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도시계획의 종합적 성격에 비춰보면 타당한 결정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서울시가 구상했던 도시계획의 밑그림이 뭐였냐는 것이다. 그 단면은 2011년 결정하고 2012년 예산에 반영된 <여의도-노량진 전략거점조성 마스터플랜> 사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동 사업에는 4억 3,300만원이 반영되어 추진되었다. 당시 이제원 도시계획과장은 시의회에 출석해 답변을 하면서 동 사업이 가용지가 고갈된 서울시의 입장에서는 앞으로 활용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보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 등이 진행되는데 이에 따른 난개발을 막기 위한 방안을 수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장기적으로 도로, 철도 입체화라든지 이런 부분들”을 담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내용만 보면 구체적으로 서울시가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관련 계획을 다룬 언론보도를 보면 해당 사업이 노량진과 여의도와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묶는 구상을 기본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노량진현대화사업에 따른 난개발을 막겠다는 것이지만 그것은 사업관리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의 자체적인 도시개발을 하겠다는 취지였던 것이다. 그것도 지금은 백지화된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과 연계한 것이고, 이는 당연히 당시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던 운하 계획과 맞물리는 한강개발계획에 연동되는 것이었다. 사실상 서울시의 관광 개발사업에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을 맞추라는 주문인 셈이다. 그리고 도로와 철도의 입체화 방식으로 ‘철도와 올림픽대로를 지화하하거나 인공터널 형태로 지붕을 덮어 윗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흥미롭게도 2004년부터 유지되어 왔던 노량진~여의도 고가도로에 대한 언급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2011년 수협이 다시 동작구청에 도시관리계획 변경계획을 제출하면서 고가도로가 등장한다. 수협은 동작구청에 변경계획을 제출하기 전인 2011년 7월부터 9월까지 서울시와 도시계획변경에 대한 협의를 진행한다. 즉, 수협의 계획을 서울시와 사전에 조율하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그리고 이 계획은 2012년 1월 동작구청에서 서울시로 넘어가고 같은 해 3월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가 진행된 후, 같은 해 9월에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 인가가 나온다. 그리고 곧이어 10월에 건축허가가 나오면서 착공에 이르게 되었다. 따라서 현재 형태의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건물은 수협중앙회의 단독 작품이 아니라, 서울시가 자체적인 도시계획 하에서 협의를 진행해 만들어낸 공동 작품인 셈이다. 이와 같은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은 상인들에게는 치명적이었다.

위의 그림을 통해서 보이듯 기존의 고가도로 계획은 수산시장 지붕을 지나는 위치로 계획되었다. 그런데 이것은 수협이 기존 시장을 이전하고자 했던 건물과 충돌했다. 그래서 건물의 위치를 도가도로 계획에 맞춰 들어냈다. 서울시가 도시계획위원회에 내놓은 그림은 이전부지와 현재 노량진 수산시장의 부지가 엇비슷하게 그려져 있지만, 사실은 66,636제곱미터에서 26,186제곱미터가 줄어든 규모다. 기존 면적보다 ⅓ 이상이 축소된 데에는 고가도로 예정이 가장 중요한 사유였다. 현재까지 수협이 좁은 이전부지에 대해 ‘서울시의 도시계획 탓'이라고 변명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2년 3월에 심의 결과를 보면, ‘현대화사업 중에도 기존 시장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시장의 결정(변경)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것은 기존 냉동창고 부지 등 시장이 아니었던 곳을 시장용도로 지정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용도지역 변경의 경우 수산물도매시장의 현대화사업에 따른 합리적인 토지이용 및 농산물비축기지 건축용도(창고)에 맞도록 변경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말의 핵심은 그래서 기존 시장용도였던 현 수산시장 부지를 주거3종으로 전환시킨 것을 의미한다. 즉 현재 시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부지를 시장용도에서 주거3종으로 변경시킨 것인데, 이는 이후 개발 사업에 따라 변경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왜 굳이 주거3종으로 변경했을까. 그것은 현재 상인들을 퇴거시키기 위한 조치로 밖에는 해석할 수가 없다. 어차피 작년 8월에 수협중앙회가 내놓았던 카지노 복합리조트 계획도 용도변경을 전제로 한 계획이었다. 그러니까, 기존 시장용도로 두고 변경해도 될 것을 굳이 주거3종으로 바꾼 것은, 일차적으로 현재 장사하는 시장상인들의 퇴거를 용이하게 하려는 수협 측의 의도와 수협에서 추진하는 리조트 개발계획에 대해 지속적으로 개입을 하고자 하는 서울시의 의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2012년 확정된 노량진수산시장의 도시관리계획 변경 고시의 내용. 오른쪽 그림에서 분홍색으로 표시된 것이 유통상업구역이고 현재 현대화건물이 지어진 곳이다. 그리고 노란색 부분이 물류창고 등을 짓기로 예정된 곳으로 준주거지역이다. 그런데 엉뚱하게 현재 시장부지를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했다. 가운데 오렌지 색깔이다.

백지화된 고가도로, 다시 시작되는 <노량진 일대 마스터플랜>

이 처럼 고가도로계획을 완강하게 유지했던 서울시는 도시계획변경 1년 후인 2013년에 장승배기~여의도간 고가도로건설 사업에 대해 2억원을 편성해 타당성조사 재검증을 실시한다. 그럼에도 해당 사업은 정책관리사업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장승배기~여의도간 고가도로 건설(2013)

○ 위치 : 동작구 노량진동 장승배기길 동작구청앞~영등포구 여의도간
○ 규모 : 고가차도 신설 B=21.5m, L=800m
○ 사업기간 : 2003. 1 ~ 2016. 12.
○ 총사업비 : 154,850백만원

(서울시 정책실명제 자료 일부)

그런데 도리어 2014년이 되면서 고가도로 계획이 백지화 된다. 서울시는 2014년 10월 민원답변을 통해서 “장승배기~여의도간을 연결하는 고가도로 계획은 반대민원 등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여 추진이 중단된 사업이며, 향후 주변 개발계획과 연계하여 재검토가 되어야 함”이라는 명목으로 기존 고가도로 계획의 백지화를 밝힌 것이다.

이 탓에 총 1억5천만원을 들여 진행하고 있었던 기본설계 보완용역이 중단된다. 기 사용비용인 5천만원은 손실되었다. 2012년 노량진수산시장 도시계획 변경까지 버젓이 있었던 고가도로 계획이 1년 만에 재검증이 진행되고 다시 1년만에 전면 중단 것이다. 서두에 밝혔듯이 해당 사업은 2003년부터 추진되었던 사업으로 10년 넘게 노량진수산시장과 관련하여 영향을 미쳤던 도시계획시설이었다. 더구나 현재 갈등 중인 현대화건물을 지금 이 상태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이유를 제공했던 것도 이 고가도로였다. 그런데 이것이 백지화되었다. 지금도 노량진수산시장의 상인들은 고가도로가 지어질 것이라 생각하고 있으며, 지금 지어진 현대화건물도 그것을 전제로 지어졌다.

이 과정에서 대해 서울시가 어떤 해명이라도 내놓았는지 궁금하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서울시는 2016년 예산안에 엉뚱한 계획을 내놓는다. <노량진 일대 종합 마스터플랜>이 그것인데, 총 사업비 3억원에 이 중 1억원은 마스터플랜수립에, 2억원은 국제현상설계 공모를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알다시피 박원순 서울시장이 되고나서 국제현상설계 공모가 추진된 사업은 언제나 기정 사업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러니까, 어떤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데 서울시는 마스터플랜과 동시에 국제현상설계공모를 추진하고 그렇게 나온 화려한 조감도를 가지고 여론몰이를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 계획은 작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도 기존 도시계획의 위계에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타당성이 떨어지지만, 작년 7월 박원순 시장이 노량진 일대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시장방침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형편이다. 문제는 해당 마스터플랜 추진 배경인데, 결국 노량진수산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수변개발 사업에 서울시가 직접 나서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태 위원
그런데 노량진 일대는 도시계획상 어느 위계에 포함되지요? 도심, 광역중심, 지역중심, 그 밑에 더 나아가서 지구중심 이런 중심이 있습니다.

○도시계획국장 류훈
제가 지역중심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정태 위원
지역 및 최하단…….

○도시계획국장 류훈
죄송합니다.

○김정태 위원
최하단 지구중심으로 되어 있습니다.

○도시계획국장 류훈
지구중심입니다. 죄송합니다.

○김정태 위원
최하단 지구중심인데 노량진 일대, 이건 정말 종합 마스터플랜이거든요. 여기는 국제현상공모까지 추진한다고 굉장히 실현적인 도시계획으로 돼 있습니다. 여기가 왜, 왜 노량진이 선택된 겁니까? 도심도 아니고 광역중심도 아니고 지역중심도 아니고 지구중심입니다. 가장 하부단위에, 이른바 지구단위계획으로 수립해야 될 게……. 보통 지구단위계획 쪽인데 여기가 왜 필요한 거지요?

○도시계획국장 류훈
노량진시장이 내년 정도에 아마 이전할 것 같습니다.

○김정태 위원
그렇습니다. 거의 다 완공됐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도시계획국장 류훈
그러면 2단계부지가 남게 되고요. 지난번에 그 2단계부지를 수협에서 문화체육관광부에 신청을 했어요. 카지노 대상부지로 신청을 했는데 그때 거기서 누락이, 그러니까 결국 탈락을 했습니다. 탈락을 하고, 그다음에 현재 노량진역사도 민자사업으로 하다가 그게 결국 부도처리되고 그 사업이 지금 현재는 중단돼 있고, 그다음에 한강 관광자원화와 관련해서 여의도부분이 노량진하고 연계돼야 할 사항들이 발생을 했습니다. 그리고 샛강부분에 대한 정비계획도 수립이 돼 있고……. 그래서 저희는 노량진과 여의도와 그다음에 노량진역, 노량진수산시장, 또 2단계부지 등을 포함해서 그 부분이 현재 철도로 막혀있고 샛강으로 막혀있고, 그래서 입체적으로 연결할 가이드라인을 저희 시에서 만들 필요가 굉장히 시급하다고 판단해서 현상공모까지 넣어서 가이드라인을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제264회 서울특별시의회 정례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회의록, 2015. 12. 5.)

서울시의 설명에 따르면, 도시계획 위계상 맞지 않지만 노량진 민자역사 사업이나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의 2단계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종합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과연 서울시가 구상하는 그림에 현재 노량진수산시장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까.

서울시, 뒤로 물러서지 말아야

현재 중도매를 관리하는 서울시가 비공식적으로 노량진수산시장 문제에 개입하고 있다는 소문은 파다하다. 용도 문제에 대해 비공식적인 답변을 함으로서 시장상인들 간의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정황도 발견된다. 이런 비공식적인 수준 외에 이제까지 서울시가 노량진수산시장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적은 단 한차례도 없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이 이제 백지화된 고가도로 계획은, 2012년 현재와 같은 도시계획변경은, 지속적인 여의도~노량진~용산의 수변관광개발의 청사진은 누가 만들고 있는가. 정말로 서울시는 현재 노량진수산시장의 갈등에 책임이 없는가. 차일피일 미루면서 모르쇠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답을 해야 할 때다. 박원순 시장이 꿈꾸는 재래시장과 함께 어우어지는 서울시의 모습이 무엇인지 말이다. 기존 시장을 대형마트 수준으로 전락시키는 것이 맞는지, 정말 그렇게 하면 기존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았던 서울시민들과 관광객들의 필요가 충족되는지 답해야 한다.

김상철 2004년부터 진보정당의 당직자로 서울시 행정을 비판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역할을 맡아 일하고 있다. 현재는 노동당서울시당 위원장이며, 문화연대, 나라살림연구소, 예술인소셜유니온에서도 활동 중이다. <정치를 탐하다>(2014,꿈꾸는사람들), <무상교통>(2014, 이매진)이라는 책을 펴냈으며 <모두를 위한 마을은 없다>(2014, 삶창)라는 책에 참여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가 노동과 인간중심으로 바뀌기를 바라는 '도시사회주의자'의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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