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부터 지난 2일까지 국회에서 이어진 야권의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는 ‘토론과 논쟁’이 중심이 되는 정치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갖게 했다. 테러방지법 입법을 밀어붙였던 여당은 발언신청도 하지 않은 채, 야당 의원들의 ‘말’을 수차례 중단시키고, 과거 자신들이 주도했던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등 갖가지 방법으로 필리버스터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키고자 노력했다. 종합편성채널도 필리버스터 때문에 의원들도 속기사도 고생한다는 둥, 야당의 ‘신종 선거운동’이라는 둥 폄하 보도를 계속하면서 여당의 움직임을 거들었다. 하지만 정작 ‘선거운동’을 하는 쪽은 종편이었다. 온종일 ‘시사토크’를 앞세워 함량미달 평론가들의 막말을 중계하는 종편은,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더 ‘노골적인 야권 흠집내기’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TV조선 <신통방통>, <시사탱크>, <시사Q>, <이슈해결사 박대장>, 채널A <쾌도난마>, <시사인사이드>, <뉴스스테이션>, <돌직구쇼>, MBN <뉴스와이드>, YTN <시사탕탕>, 뉴스Y <담담타타> 등 11개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한 보고서를 7일 내놨다. 이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프로그램은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였다.

막말 방송으로 연일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평일 오후 4시에 방송되는 TV조선 <시사탱크>는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며 정파를 초월한 세상을 보고 듣는 눈과 귀! 강인함과 유머를 겸비한 명품 시사토크”를 지향하고 있다. 결과는 정반대다. ‘저급한 막말’과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내용’ 등이 문제가 돼 매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에 이름을 올리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지난 2일에는 방송소위 신규 안건 중 10건이 <시사탱크>였을 정도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시사탱크>가 단순 막말 방송을 넘어 결과적으로 ‘새누리당 선거방송’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일 방송된 <시사탱크>에서 출연자 민영삼 씨는 “김종인 대표가 친노 사정을 잘 모른다”며 이해찬 의원을 포함해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름을 20여명쯤 언급하며 “이분들이라도 정리하면서 살을 붙여 친노 패권세력을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균형 있는 진행을 해야 할 진행자 장성민 씨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솜털도 안 건드렸다”, “‘숙청작업 할 테니까 친노 명단 써 달라’고 하면 제가 딱 써 줄 수 있다. 완전히 한 40명 정도”, “그 사람들 물갈이하면 확실히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4일 방송도 마찬가지였다. 민영삼 씨는 전날 방송에서 언급한 의원들의 이름을 다시 거론하며 “이 분들 고스란히 공천하면 호남 의석만 친노 세력에게 갖다 바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민 씨는 “그 당은 친노가 살면 당은 죽고, 비노나 반노가 청산하겠다고 하면 당 지지율이 올라간다”고 거들었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시사탱크>에서는 ‘친노’를 중심으로 야권 전체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과 부적절한 비유, 조롱과 희화화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진행자는 특정 정치인의 행보를 언급하며 혀를 차거나 노골적인 비난을 뱉어내고, 자신과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 정치인들을 탐욕적이고 무능하다고 폄훼하며 ‘심판’하자고 시청자들을 선동한다”며 “방송에서 제한된 정보와 개인적 견해를 앞세워 특정 정치인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불법 선거개입 방송”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진행자의 편향적인 태도와 프로그램이 노출하는 제한된 정보는 해당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유권자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런 프로그램을 계속 방치하는 것은 공정선거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막말 후 “TV조선 공식의견이 아니다”라고 하면 그만?

TV조선 <시사탱크>는 정제되지 않은 막말을 쏟아내고도 TV조선의 ‘공식의견이 아니다’라며 발을 빼는 모습 또한 보이고 있다. <시사탱크> 3일 방송에서 출연자 이종훈 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 김홍걸 씨의 공천설 등을 언급하며, “더불어비리당을 만드는 게 목표냐”, “비리백화점을 만들 것도 아니고, 김종인 대표 자신도 비리혐의 관련해 논란이 많다”고 밝혔다. 평소 치우친 발언을 바로잡아주기보다 더 거드는 진행자 장성민 씨조차 “더불어비리당이라고 하는 표현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그만큼 우려가 깊고, 여론의 비판을 반영해 하는 말이기 때문에 착오 없으시길 바란다”고 수습하기 바빴다. 그러나 이후에도 야권 움직임에 대해 ‘쓰레기’, ‘난장판’ 의 원색적인 표현을 썼다.

4일 방송은 더민주 김종인 대표 ‘난타’가 이루어졌는데, 출연진의 발언 가운데 평범한 것을 골라내기가 더 어려울 정도다. 여상원 씨는 “권모술수에 통달한 정치”라고, 고영신 씨는 “정말 볼썽사납다”고 깎아내렸다. 진행자 장성민 씨는 “갈수록 사적 감정에 치우친 정치, 감정에 사로잡혀서 정치라는 공적 도구를 사적 분노의 표출도구로 (쓰고 있다)”고 부추기기도 했다. 전날 ‘더불어비리당’이라는 표현을 썼던 민영삼 씨는 이날도 “제2의 사쿠라 협잡정치, 야합정치”라며 수위 높은 발언을 했다. TV조선은 “민영삼 출연자의 발언은 개인의 주장임을 알려드린다”는 자막으로 ‘면피’할 뿐이었다.

3월 4일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방송

총선보도감시연대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TV조선 <시사탱크>의 이러한 ‘한발 빼기’식 막말보도에 대해 다른 어떤 것보다 더 엄중하게 심의해야 한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막말을 마구 던진 뒤, ‘우리 방송사의 생각이 아니다, 이는 개인의 발언’이라고 한다고 방송사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백번 양보해서 <시사탱크> 제작진은 “민영삼 출연자의 발언을 개인의 주장임을 알려드린다”고 자막을 내보냈으니, 이날 민씨를 제외한 패널들의 ‘볼썽사납다’, ‘졸로 본다’는 등의 발언은 ‘개인의 주장’이 아니라 TV조선의 입장이라는 것인가“라며 ”‘더불어비리당’이라고 온갖 모욕을 다 해놓고, ‘저희들이 그만큼 우려가 깊다, 여론의 비판을 반영해 하는 말이기 때문에 착오 없으시길 바란다’고 한마디 하면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선방위는 명백하게 심의규정을 위반하고 특정정당을 조롱하고 선거에 해악을 끼치는 <시사탱크>에 분명한 제동을 걸어야 할 것이다. 만약 선방위가 그들의 ‘얕은 꾀’에 말려든다면, 상식 수준의 판단도 하지 못하고 정파적 이해에 급급한 자들이 하는 심의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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