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간 공고했던 ‘배석규 체제’를 상징하는 인물인 김백 상무가 YTN을 떠난다. 후임 사내이사로는 이홍렬 경영본부장이 내정됐다. 이홍렬 본부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파문으로 매주 촛불집회가 열리던 지난 2013년 6월, YTN의 ‘국정원 특종’ 불방을 지시한 인물이다.

YTN이사회는 지난 4일 이사회를 열어 이홍렬 본부장을 새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언론특보를 맡아 노조의 ‘낙하산 사장 퇴진 투쟁’을 불러일으킨 구본홍 사장에 이어, 배석규 사장 퇴임 후에도 상무직을 유지했던 김백 상무는 YTN을 떠나게 됐다.

오는 22일 임기를 마치는 김백 상무

김백 상무는 배석규 체제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보도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는 인물을 보도전문채널의 사장으로 맞을 수 없다며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이하 YTN지부)가 오랜 시간 ‘공정방송’을 위한 싸움을 할 때, 줄곧 노조를 비난하고 사측의 이해를 대변해 왔다.

특히 김백 상무는 YTN의 큰 상처로 남아 있는 ‘해직 사태’를 주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구본홍 사장 반대 투쟁을 했던 YTN지부 노조원 33명에 중징계를 내리고, 이 중 권석재, 노종면, 우장균, 정유신, 조승호, 현덕수 등 6명의 기자에게 ‘해고’를 결정한 인사위원회의 ‘인사위원’이었던 까닭이다. YTN지부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6년 넘도록 법정 다툼을 하는 동안, 그는 마케팅국장, 경영기획실장, 보도국장을 거쳐 상무이사로 영전했다.

YTN지부는 4일 낸 성명에서, 김백 상무가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 과정에서 후배들에 대한 갖은 탄압을 주도”했고, “지난 7년 동안 YTN을 끊임없는 갈등의 장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으로 “끝까지 갈등해소나 노사화합을 위한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YTN의 발전을 저해하고 후배들에게 온갖 악행을 일삼았던 그의 퇴임만으로도 큰 의미를 찾게 되는 현실이 가슴 아플 뿐”이라고 전했다.

김백 상무 후임에 3년 전 ‘국정원 특종’ 불방 주도한 이홍렬 본부장

그러나 후임 이홍렬 본부장 역시 ‘만만찮은’ 인물이다. 이홍렬 본부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전말이 파헤쳐지고 있던 지난 2013년, YTN의 보도국장이었다. 그해 6월 YTN은 국정원 계정으로 의심되는 트위터 계정 10개의 석 달 간 분량을 복원, 분석한 <[단독] ‘국정원 SNS’ 박원순 비하글 등 2만 건 포착> 특종을 했다. 해당 보도는 국정원 SNS 의심 계정이 쓴 글과 리트윗 2만 건을 분석하니 박원순 서울시장과 야당에 대한 비판 일색이었다는 내용으로, 대선 국면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국내 정치에까지 개입해 여론 조작을 버린 정황이 확인된 ‘단독보도’여서 뉴스가치가 높았다.

2013년 6월 20일 YTN 단독보도

이때 이홍렬 본부장은 방송중단 지시를 내렸고, 타 언론이 YTN보도를 ‘받아쓰는’ 와중에 정작 YTN에서는 보도 당일 오전 10시 이후부터 나가지 않는 ‘희귀한 풍경’이 벌어졌다. 그는 “취재원과 추출방식의 신뢰도 등 완성도가 다소 미흡한 측면이 있어 더 이상 방송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YTN지부와 YTN기자협회의 진상규명 및 보도국장 불신임 요구에도 “지극히 정상적으로 판단한 결정을 두고 외압설과 음모론을 제기하며 징계에 회부하려는 노조 공추위의 주장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문제는 이후에 더 확산됐다. YTN노조는 국정원 직원이 보도국 회의를 언급하며 ‘해당 보도 기자에게 국정원 의견도 반영해 달라고 전화를 걸었다’고 전해 왔다고 밝혔다. 이홍렬 본부장은 국정원 직원과 기자에게 확인했더니 ‘허위사실’이었다고 부인했으나, 담당 기자들은 “국정원 직원이 보도국 회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국정원 직원이 보도전문채널의 회의 내용을 꿰고 있고, ‘특종 불방’으로까지 이어진 셈이어서 논란이 컸다.

YTN기자협회는 ‘국정원 특종 불방’ 책임을 물어 이홍렬 본부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진행했고, 그 결과 이홍렬 본부장은 불신임 109표(전체 투표수 139표, 78.4%)를 얻어 불신임을 받았다. 투표가 종료되기 전 이홍렬 본부장은 YTN기자협회를 자진 탈퇴한 바 있다.

보도와 관련된 논란은 더 있었다. 2014년 2월, <무대책 경찰 증원…불만 속출> 리포트를 취재, 보도한 기자들은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해당 리포트가 어떻게 ‘난도질’ 당했는지를 조목조목 밝혔다. 경찰이 대통령 공약에 따라 대책 없이 증원하고 있다는 것을 비판하는 이 리포트는 ‘특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3번의 데스킹, 3번의 재제작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마저도 최종 방송분에서는 마지막 문장을 제외하고는 대통령을 언급한 멘트가 모두 빠졌다. 결국 ‘무대책 증원’이라는 결과를 만든 원인인 ‘대통령 공약’에 관한 설명이 부족한 채로 리포트가 나갔다는 게 기자들의 주장이었다.

당시 기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박’자도, 대통령의 ‘대’자도 쓰지 못하는 언론사가 과연 종편, 또 다른 뉴스채널 등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냐”며 “YTN 고위층의 자기 검열과 권력 눈치 보기가 드러났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시 보도와 관련된 파문이 일어났는데도, YTN 수뇌부는 이홍렬 보도국장을 그대로 유임시켰다. 이후, 이홍렬 보도국장은 YTN사이언스TV 본부장, YTN 경영본부장을 거치며 계속 승진했고 상무(사내이사) 영전을 앞두고 있다.

김백 상무에 이어 사내이사로 내정된 YTN 이홍렬 경영본부장

YTN지부는 7일 발행한 노보에서 “(이홍렬 본부장은) 이미 YTN 안에서 기자로서의 권위와 신뢰를 잃었고, 기자협회 회원 자격까지 없어졌다. 더 이상 어떤 형태로든 YTN 보도에 관여할 명분도, 정당성도 상실한 인물”이라며 “경영본부장으로서의 공을 인정해 발탁했다면 철저히 경영에만 매진하게 하고, 보도에는 일절 관여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총괄 상무라는 타이틀로 과거 보도국장 시절과 같은 부당행위를 자행할 여지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YTN 파국의 주역들이 떠나고 이제 새로운 발전을 기대하는 사원들의 열망이 크다. 그러나 ‘보도 농단’의 책임자를 승진시킨 이번 인사는 무척 실망스럽다”면서 “이홍렬 상무 후보의 행보와 조준희 사장의 향후 인사를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다. 더 이상은 사원들을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YTN은 오는 25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 뉴스퀘어 1층 YTN홀에서 주주총회를 연다. 이날 이홍렬 경영본부장이 사내이사로 정식 선임되며, 비상무이사로는 김영규 한국마사회 부회장(신임), 이성욱 우리은행 재무기획부장(재선임)이, 감사로 김광석 전 SBS뉴스텍 사장이 각각 선임된다. 이들의 임기는 모두 3년이다. 또한 사외이사로 정흥보 전 춘천MBC 사장(신임), 신완선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신임), 우제세 한국담배판매인중앙회장(재선임) 등 3명이 선임될 예정이다. 사외이사의 임기는 1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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