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지난 2일 특정 지역을 비하하고 여성을 혐오하는 내용의 글을 써 온 일베 헤비 유저 A기자를 보도국으로 발령한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새 노조)는 ‘일베가 만든 KBS뉴스’라는 시선이 우려스럽다며 경영진을 비판했다.

새 노조는 4일 성명을 내어 “일베 출신 직원을 보도국으로 발령한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고 밝혔다. 새 노조는 “그렇지 않아도 최근 우리 뉴스는 반인륜적 인터넷 사이트로 비난받는 ‘일베’에서조차 조롱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3일 일베에 올라온 글 한 편을 소개했다.

<KBS 9시뉴스 완전 폭주함 ㅋㅋㅋㅋ (feat. 북괴)>라는 제목의 이 글은 “오늘 톱뉴스를 시작으로 북괴 관련 소식만 무려 11꼭지. (MBC는 9꼭지, sbs는 7꼭지) 뉴스 분량도 자그마치 22분이나 할애함. (mbc 15분, sbs 13분.. 3사 중 압도적)”이라며 “오늘 kbs가 북괴 완전 씹어먹어버림. 요즘 kbs 9시뉴스 연일 북괴 소식으로 폭주모드 ㄷㄷㄷ 뉴스가 진짜 완전히 달라졌다 ㅋㅋ”라는 내용이다. 이 글은 일베 내에서 ‘추천’의 의미로 쓰이는 '일베로'가 700을 돌파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3월 3일 극우 성향 사이트 일베에 올라온 KBS뉴스 관련글

새 노조는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그리고 간부들에게 묻는다. ‘일베’의 환호성을 들으니 기분이 좋은가? 아니면 아직도 부족해서 ‘일베 출신 직원’의 도움이라도 필요한 것인가?”라며 “애당초 회사는 KBS의 공영적 가치와 의무를 철저히 관철했어야 한다. 그러지 못한 채 한 사람을 어정쩡하게 입사시켜놓고 은근슬쩍 뉴스제작 업무로 옮기면 모든 논란이 해결되는가?”라고 경영진을 질타했다.

새 노조는 경영진이 A기자를 지난해 보도국으로 발령내지 않은 이유가 해소된 것이 아니고, 인사권자는 인사이동과 관련해 구성원들을 설득하거나 소통하려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대한민국을 대표현다는 공영방송 안에서 벌어지는 인사의 현실이고 조직 관리의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새 노조는 보도국 근무를 요청해 온 새 노조 조합원은 인사에서 제외한 채, 일베 헤비 유저라는 사실이 드러난 A기자만을 보도국으로 보낸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새 노조는 “우리 조합원이 공정방송 수호를 위해 싸우다 징계의 불이익을 당한 경험이 있어 보도국 밖으로 밀어내는 것인가. 대신 논란과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그’(A기자)를 보도국으로 끌어들였다. 혹시 ‘그’가 가진 태생적 약점을 이용해 말 잘 듣는 ‘수하’로 키워보려는 속셈인가?”라고 물었다.

새 노조는 “‘일베가 만든 KBS 뉴스입니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그’가 보도국 안에서 어떤 업무와 역할을 하는지는 시청자에게, 국민에겐 크게 중요치 않다. 그냥 뉴스를 만드는 곳에 ‘그’가 있다는 사실”이라며 “더구나 국회의원 총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할 선거 보도가 그냥 ‘일베’ 한마디로 모든 것이 끝난다. 앞으로 ‘일베 이미지’ 사용과 관련한 실수가 벌어지더라도 국민은 더 이상 그걸 ‘실수’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우리 일터가, KBS가, 공영방송이 망가지고 있다”며 “이번 인사로 KBS로 향할 수많은 조롱과 비난, 그리고 이로 인해 앞으로 일어날 모든 문제는 고대영 사장과 보도본부 인사 책임자의 몫이며 우리 조합은 끝까지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KBS는 지난 2일, 보도국 인사(3월 4일자)를 단행해 A기자를 보도본부 보도국 뉴스제작2부로 보냈다. 지난해 1월 1일 입사한 42기 A기자는 입사 전 극우 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와 자신의 SNS에 여성혐오, 특정 지역 비하,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게시물과 댓글을 단 것이 뒤늦게 드러나 파장을 일으켰다. KBS 내 11개 협회는 A기자 임용 취소를 촉구했고, KBS기자협회는 투표를 통해 평기자인 A기자를 기자협회에서 제명한 바 있다. (▷ 관련기사 : KBS ‘일베 기자’, 보도국으로 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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