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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방송 고리로 야권연대 불씨될 것”20년 언론운동 마치고 정의당 국회의원 도전하는 추혜선 예비후보
권순택 기자 | 승인 2016.03.03 11:20

“난 정의당 최종병기다. 20대 총선의 저평가 우량주라는 별명도 붙었다. 20년간 시민운동 영역에서 활동하가다 정치인, 그것도 척박한 진보정당에 입당했다. 그리고 이제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에 나선 진보정당 유일의 방송통신정책 전문가다.”

추혜선은 누구인지를 간명하게 설명해달라는 말에 대한 답이다. ‘추혜선’이라는 이름 석 자를 사람들의 인상에 깊게 남긴 사례 중 하나로 2006년 11월 즈음의 사건을 거론할 수 있다. 최근 MBC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 등이 등장하는 ‘MBC 녹취록’이 폭로돼 세간의 관심을 끌었는데, 당시에는 이른바 ‘강동순 녹취록’으로 언론계에 비상이 걸렸다. 새누리당 추천으로 방송위원회에 입성한 강동순 위원과 당시 한나라당의 유승민 의원, 신현덕 전 경인방송 대표, 윤명식 KBS 공정방송노조 위원장, 모 프로덕션 J대표 등이 참석한 저녁식사 자리 나눈 대화가 공개된 것이다.

당시 참석자들은 보수세력이 KBS를 장악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았다. 지금의 MBC 녹취록 내용과 사실상 다를 바가 없다. KBS ‘시사·보도 프로그램 장악’과 ‘노조무력화’, ‘박정희 다큐 제작’ 등이 소재가 됐던 것도 마찬가지다. 대화가 이뤄진 장소가 한정식집과 일식집이라는 차이 외에는 본질적으로 다른 게 없다.

당시 언론개혁시민연대(이하 언론연대) 사무차장이었던 추혜선 후보는 ‘방송중립성’을 지켜야할 강동순 위원의 사퇴를 촉구하며 피켓시위를 주도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위는 약 3개월 간 계속됐다. 한 언론계 인사는 그에게 “악바리”라는 평가를 남겼다. 이 시위가 강동순 위원의 사퇴로 이어지진 못했지만 상당한 불편함을 호소했다는 뒷말이다.

추혜선 후보는 이후 언론연대에서 △한미FTA 시청각미디어 분과 영역 협상 대응 투쟁, △신방겸영 허용 <미디어법> 개정 투쟁, △19대 총선 및 18대 대선 공약 제시, △미디어렙 개정 투쟁, △종편 정보공개 투쟁 등 굵직한 사안마다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며 조직과 정책생산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추혜선 후보가 언론운동에 매진하던 시기의 모습들. 세월호 참사 당시 KBS가 수신료를 인상하려 하자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한 모습과 KBS 앞 수신료 인상 반대 시위. 방송통신심의위원으로서 박근혜 대통령 후보를 위해 발로 뛴 엄광석 위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1인시위 모습. 그리고 방통위의 종편 승인자료 공개 청구 기자회견과 지역MBC 독립성 확보를 보장하라고 진행했던 기자회견. 마지막 사진은 KBS 시청자 광장에서 수신료 인상 반대 시위를 하다가 청경들에게 맞는 장면 ⓒ미디어스

이렇게 언론운동에 20년 간 몸담아 온 추혜선 후보는 2015년 가을 갑자기 “정치를 해야겠다”고 선언하고 정의당에 입당했다. 이후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장을 맡아 △<신문법시행령> 개정안 헌법소원, △MBC녹취록 관련 야3당 대응 등을 이끌어냈다. 자리는 바뀌었지만 ‘언론 정상화’를 위한 실천을 끈질기게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실질적인 야권연대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시민단체가 점점 열악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 사람의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부담이 있어 쉽사리 떠나지 못했다. 하지만 남거나 떠나거나 똑같은 무게의 짐을 짊어지고 갈 수밖에 없다면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 같은 나의 도전이 시민사회 내 실질적 동력을 줄 수 있는 그런 실천행위였으면 한다.

시민사회에서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이것이 온전히 법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국회에서 논의 테이블에도 못 올라가고 폐기됐던 수많은 정책과 이상적 법안들이 있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산업 영역에서 미디어 공정경쟁법 등 다량의 대안이 나왔었는데 지난 19대 국회에서 실현된 것은 '제로'에 가깝다.”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로서의 활동을 넘어 보다 진전된 역할이 필요하고, 이것이 전체 시민사회운동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하필 ‘왜 정의당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추혜선 후보의 언론운동에서 활동은 실질적인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1야당과 연대를 기본으로 해왔다. 추혜선 후보가 정치를 한다면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추혜선 후보는 “편안한 길을 꿈 꿀 수도 있었다”며 “그동안 시민사회에서 (자리)보장을 받고 갔던 선례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입법성과에 있어서 무기력을 전선에서 봐왔던 입장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한계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릴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 경선 추혜선 예비후보

추혜선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은 지금의 무기력한 입법체계를 만들어낸 근본적인 책임을 가지고 있다”며 “거기서 자유로운 진보정당에서 정치를 시작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정의당의 경우, 진보적 지향에 기반을 둔 언론정책이 부재한 상태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가벼운 마음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추혜선 후보가 제1야당이 아닌 정의당을 택한 또 하나의 근거는 자신의 존재가 “실질적인 야권연대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추혜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적하는 공통점은 ‘유연성’이었다. 그리고 저 스스로 언론운동을 하면서도 실현 가능한 입법 대안들을 생산했던 유일한 활동가였다고 자부한다. 그동안 만들어왔던 네트워크를 가지로 진보정당의 영역에서 실질적인 단단한 야권연대의 불씨가 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정치적 입장이나 정치공학 속에서 당끼리의 연대가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정치적 부담감 때문이다. 그렇지만 언론·방송통신 영역에서 ‘공공성이 강하게 요구된다’는 점에서는 서로 이견이 없다. 그런 부분에서 언제든 연대가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방송철학’을 기반으로 그 속에 파고 든다면 충분히 역할을 찾을 수 있다. 시민사회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입법 생산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진보정당이 원내활동을 하면서 ‘언론’에 대한 관심을 아예 갖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 민주노동당 시절 천영세 당시 의원은 국회 문광위 소속으로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입법활동에 매진했다. 퍼블릭액세스 등 그가 중점을 뒀던 공동체미디어 영역에서의 의정활동은 지금도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추혜선 후보는 천영세 전 의원을 두고 “본받아야할 의정활동을 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우려는 여전하다.

“선거는 궁극적으로 좋은 사람을 뽑는 일이다. 지금 언론환경에서 저들의 언론장악 고집과 야욕을 꺾어내려면 야권벨트를 묶어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언론운동에서 20년을 활동한 내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MBC 녹취록 사태는 단순히 방문진 같은 규제기관에서 확인하는 차원이 아니라 국정조사를 해야 할 사안이다. 이 의제가 완전히 묻히기 전에 불씨를 살릴 수 있는 야당 공조체제를 묶어낼 것이다. 실제로 그 역할을 지금 정의당이 하고 있다. 당이 작다고, 또 힘이 없다고 일을 못하는 건 아니다.”

추혜선 후보는 종편의 탄생으로 황폐화된 언론환경을 언급하면서 “시기를 놓쳐버리면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이 많다”며 “그런 점에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의 문제 또한 심각하다. 이 부분에 대해 입법 기관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는데 그것들이 진보정당의 틈새시장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추혜선 후보는 최근 야권의 필리버스터 전술로 상당한 화제가 된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추혜선 후보는 “통신비밀 문제만이 부각되고 있지만 사실 미디어 영역도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대상이 될 것”이라면서 “새누리당에서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말하지만 머지않아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이 자연스럽게 붕괴하는 현상을 초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언론, 바다건너 샌더스 말고 한국사회 샌더스들에 주목해달라”

추혜선 후보가 언론운동에서 해왔던 일들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언론사를 적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소수정당의 경우 언론 노출이 적을 수밖에 없는데, 추혜선 후보를 영입했다는 사실 때문에 더한 푸대접을 받게 되지 않을지 걱정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정의당으로 이동한 뒤 만든 '풀뿌리인터넷언론지킴이 센터'

추혜선 후보는 이와 관련해 “심상정 대표가 ‘정의당에 결합해달라’고 제안했을 때, 이 분이 무슨 생각으로 그 같은 제안을 할까 싶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내가 언론운동 진영에서 했던 역할을 정당에서 하자는 것인데 그것이 얼마나 당 차원에서 불편한 일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인가 싶었다. 그러나 나는 이후 정의당 내에 언론개혁기획단이라는, 말하자면 언론에 '개기겠다'는 취지의 기구를 만들었다. 진보정당 내에서는 역사상 처음이 아닐까 싶다. 그 길을 열어준 분이 심 대표다. 돌이켜보면 정말 고마운 결합 제안이었고 지금도 감동이다”라고 말했다.

언론운동의 입장에서는 정의당이 과연 언론운동의 새로운 활로를 찾아내고 현재의 교착국면을 풀 비전을 갖고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추혜선 후보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정의당의 정치적 매력’을 강조하는 것으로부터 풀어냈다.

“내가 특히 정의당에 매력을 느꼈던 건, 당원 민주주의가 잘 정착돼 있다는 점이다. 현재 주류 언론운동에서 다루지 못해왔던 방송통신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물론, 더불어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 등에서 실질적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입법적 부분에서는 시혜차원에서밖에 접근이 안 된 게 사실이다. 이에 비해 정의당의 접근방법은 근본부터 다르다. 작은 정당이지만 그 속에서 노동자들 스스로가 정치적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방송통신 비정규직 문제는 시청자들의 보편적 방송서비스에 대한 권한과도 직접적 관련이 돼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국회에 들어간다면, 이 문제를 조기에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방송통신 비정규직 노동자 당사자들이 정의당을 통해 직접적으로 자기 정치를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앞장서서 열어나가고 싶다.”

추혜선 후보의 출마선언문 중 눈에 띄는 대목은 버니 샌더스의 6% 기적이라는 의미를 되새긴 부분이다. 그는 “샌더스가 이뤄낸 기적이 당원들에게 ‘절망’이 아닌 ‘희망’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며 “기득권에 맞서는 것이 한국사회에서 또한 이상적이지만 현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혜선 후보는 버니 샌더스의 감동적 스토리에서 주목해야하는 건 그 같은 기적이 ‘미디어’를 통해 만들어지고 유통됐다는 점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정의당에 와서 보니까 진보정당에 샌더스와 같은 사람들이 넘쳐나더라. 떨어질 걸 각오하면서도 약자를 대변하면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그리고 또 깨지는 정치인들 말이다. 몇 년 열심히 일해 선거비용에 들인 빚 갚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정당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면서 숱하게 도전하는 샌더스들이 정의당에 수두룩하다”고 강조했다.

추혜선 후보는 “우리 안의 샌더스들을 두고 왜 바다 건너 샌더스에 열광하는지 의문이 생길때도 있다”면서 “그 사람들의 스토리를 있는 그대로를 전달만해도 충분히 감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혜선 후보는 “예를 들면 혁명의 모티브는 엄청난 분노이기도 하지만 감동일 수도 있다. 그걸 대중들과 같이 공유하지 못하는 현실은 그야말로 언론의 오늘을 보여주는 게 아겠나. 그런 장막을 거둬내는 것 역시 진보정치에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및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 등은 28일 오후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님, 인터넷언론은 정부의 산하기관이 아닙니다”라며 <신문법 시행령>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미디어스

이날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추혜선 후보는 자신보다 같은 언론운동 출신으로 앞서 정치권에 진출한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을 응원하기도 했다. 그는 “언론운동진영에서 정치영역으로 이동한 분의 대표적 사례는 최민희 의원”이라며 “현재 재선을 위해 열심히 하고 있는데 무조건 살아 돌아왔으면 좋겠다. 또 나도 국회에 진출해서 함께 제대로 한번 판을 바꿔봤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추혜선 후보 또한 당원과 유권자들의 선택을 먼저 받아야 한다. 정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선출 선거를 앞두고 그가 “정의당을 부탁해달라”고 호소한 까닭이다.

“언론개혁을 통해 고질적 언론 문제와 권력의 정보통신 장악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마치 지옥이 다가오는 것처럼 세상이 어두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딘가에 구멍을 뚫어 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맡고 싶다. 여러분이 정의당을 지지해 주시면 이런 꿈은 현실이 될 것이다.”

언론운동을 떠나 진보정치에 투신한 추혜선 예비후보의 꿈이 과연 이루어질 것인지, 앞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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