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은 23일 여야가 대치 상황 속에서 처리되지 않고 있는 테러방지법의 ‘직권상정’ 의사를 밝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행위인 필리버스터 전술로 맞서 24일 오전 10시 55분 현재까지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은 5시간 35분 동안 발언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기록을 깼고, 이 기록은 현재 8시간 넘게 발언 중인 같은 당 은수미 의원에 의해 다시 한 번 깨졌다. 야당은 새누리당에서 제출한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에게 추적권과 조사권을 부여해, 국정원의 권한 남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직권상정을 막기 위해 회기가 끝나는 내달 10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수석원내부대표는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세계적인 테러추세가 있기 때문에 대테러방지법의 제정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상태”라면서도 “지금 제출돼 있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대테러방지법은 독소조항이 많아서 인권침해를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이 너무 크다”고 우려했다.

이춘석 부대표는 “제출된 (법의) 제9조 4항을 보면 국정원이 추적권과 조사권을 행사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원래 새누리당이 제출한 법안(이노근, 이병석, 송영근 의원 등)에서도 국정원에 이런 권한을 주지 않았는데, 이번에 제출된 법안에서는 국정원에 정보수집권 이외에도 추적권과 조사권까지 주어서 남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범위를 추적하는 권한과 조사하는 권한은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정보수집권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국정원에 이 정보에 대한 수집권을 주는 것 자체도 저희는 반대하고 있는데 정보수집권을 넘어서 추적권과 조사권까지 주는 것은 완전히 권한 밖의 권한을 주고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야당의 인권침해 우려에 새누리당이 ‘국가테러대책위 소속 대테러 인권보호관을 두겠다’고 한 것을 두고는 “대책위 소속의 인권보호관 한 명이 이런 인권침해를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우리 당에서는 국회가 선출해 신분이 보장되는 복수의 상설감독관을 신설하자는 주장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인권보호관을 여야 합의로 추천하는 사람으로 하기로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졌다가 그 부분도 규정에서 빼고 ‘대테러단체 위원회에 인권보호관 한 명을 둔다’고 했다”고 비판했다.

테러방지법에 대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막기 위해 야당은 회기가 종료되는 내달 10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이어가야 한다. 멈추는 순간 법안 표결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당, 정의당 등과 힘을 합쳐 필리버스터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이춘석 부대표는 “저희 당 108명 기준으로 할 때 3월 10일까지 계산을 하면 정확히 5시간 정도를 전 의원들이 다 해 주셔야 한다. 정의당과 국민의당이 도와주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가능은 하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이 법을 막겠다는 게 원칙이지만 사실은 새누리당과 협상이 이루어져서 독소조항들이 상당히 제거된다고 하면 최악을 선택하기보다 차악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에 정보수집권과 그 권한을 넘는 부분까지 주게 된다고 하면 우리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고 남용 가능성이 큰 상태에서 야당이 그걸 막지 못한다고 하면 그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을 한 것”이라며 “선거 유불리를 떠나서 저희는 그걸 막겠다고 선택했기 때문에 어떤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선거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멈추고 그 기회를 새누리당한테 넘겨주는 그런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김기준 원내대변인 또한 같은 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나와 국정원의 권한 남용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김기준 대변인은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시사’를 강력 비판했다.

그는 “헌정사상 국가비상사태는 1971년 유신의 서막, 그리고 79년 유신의 종말, 그리고 80년에 광주민주화운동에 따른 비상계엄 확대조치 3번 있었는데 지금까지는 모두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기 위해서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한 것이었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위해서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한 것은 헌정사상 이번이 처음”이라며 “의장 논리대로라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국정원의 테러위험에 대한 첩보나 상황만 있어도 그런 정황만 보여줘도 국가비상사태가 된다면 국회 입법 활동은 사실상 무력화 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김기준 대변인은 더민주의 테러방지법에 대해 “테러예방기능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그게 바로 대테러센터의 주요 업무”라며 “새누리당은 대테러센터를 국무총리실 안에 설치하면서도 대테러센터에 정보수집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기존 국정원에다가 정보수집권을 주자는 것인데, (국정원이)통제할 수 없는 조직이다 보니 국민의 인권을 침해해도 권력남용을 해도 아무도 그것을 제어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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