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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방송 감시활동’ 역할을 하는 기자들이 자사 보도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앞두고 있다. 공영방송 KBS에서 일어난 일이다. KBS기자협회가 긴급 회의를 열어 사측에 ‘징계 철회’를 촉구했고, KBS PD협회 역시 “질문을 허하라”는 성명을 내어 비판 목소리를 냈다.

지난 15일, KBS는 새 노조 공추위 전 간사였던 A기자와 KBS기자협회 공정방송국장인 B기자가 자사 보도 문제제기를 한 것을 두고 ‘부당한 압력 행사’이자 ‘직장 내 질서 훼손 행위’라며 징계 회부를 통보한 바 있다. 두 기자에 대한 인사위원회는 오는 23일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 관련기사 : ‘자사 보도 비판’ 입 막는 KBS, 기자들 징계 추진)

KBS기자협회(협회장 이병도)는 19일 낸 성명에서 “KBS기자는 KBS뉴스에 대해 말할 권리를 갖는다. 이는 KBS의 주인인 시청자들이 KBS기자 전체에게 부여한 책무”라며 “일선 기자들의 입을 막겠다는 것 아닌가? 기자협회원끼리 내부의 소통을 막겠다는 것 아닌가? 보도본부 간부들이 KBS뉴스를 힘으로, 권위로 장악하려는 의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고 비판했다.

KBS기자협회는 기자들 위축 시도가 정지환 보도국장 체제 이후 심화되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KBS기자협회는 “정 국장은 취임 직후부터 기자협회가 편집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작심 비난을 일삼았다. 기자협회장의 편집회의 발언을 문제 삼아 소통의 문을 닫은 것도 정 국장이었다. 취재부서 부장들이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말까지 해가며 기자협회 활동을 위축시켜왔다. 급기야 이번 징계를 시작으로 건전한 KBS 기자사회의 뿌리마저 흔들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BS기자협회는 “이번 사태를 KBS뉴스에 대한 내부의 건전한 비판과 견제를 막으려는 비상식적 시도로 규정하고 징계위 회부를 철회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 고대영 사장과 김인영 보도본부장은 적반하장식 징계의 칼을 당장 거두고, 시청자로부터 위임받은 편집권을 손아귀에 쥐려는 시도를 당장 멈추라”며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모든 방법을 강구해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KBS기자협회는 18일 저녁 집행부-운영위원 긴급 연석회의를 열어 ‘기자 징계 추진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A기자, B기자에 대한 징계위 회부를 KBS뉴스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견제를 막으려는 비상식적 시도로 규정하고 징계 철회 절차를 요구하고 △징계 철회 요구 성명을 낼 것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그럼에도 사측이 징계를 강행할 경우 기자협회 차원에서 이를 막기 위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 세부 방법과 절차는 집행부에 일임하기로 의결했다. 오늘(19일) 성명은 연석회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KBS PD협회 “기자들 징계, 질문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것”

KBS PD협회도 19일 <질문을 허하라>는 성명을 내어 ‘질문이 사라진’ KBS의 현 상황을 우려했다. KBS PD협회는 “질문이 사라진 나라다.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사전 조율되었다, 대통령 앞에서 기자 아무도 연기가 아닌 제대로 된 질문을 하지 못한다. 질문을 할 능력을 잃어버린 우리 사회의 단상”이라며 “언론사에서 뉴스를 보고 궁금한 점을 질문했다고 해서 자사 기자를 징계하겠다고 한다. 이쯤 되면 질문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질문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KBS PD협회는 “궁금한 것이 있어도, 따져야 할 것이 있어도 묻지 않는 결과는 참담하다. 견제 받지 못하는 권력과 자본은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할 수 있게 되었고 그만큼 우리의 삶은 쪼그라들고 있다. 질문이 안팎을 가릴 필요는 없다. 그래서도 안된다. 질문은 위아래도 가리지 않는다. 의문이 있으면 물을 뿐”이라며 “기자, 피디를 나눌 일이 아니다.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고 적극 연대의 의지를 밝힌다”고 전했다.

KBS PD협회는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은 간언하는 신하가 없다는 사실을 걱정하지 말고, 신하의 간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점을 근심해야 한다’, ‘신하가 감히 간언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언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도리어 노여움을 사지 않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등 최근 회자된 성호사설 글귀를 언급하며 “우리는 언론이다. 제발 질문을 막는 우를 범하지 말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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