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새 노조)가 자사 보도에 대한 문제의식을 환기시키기 위해 자사 뉴스를 기준으로 ‘올해의 나쁜 보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가장 많은 응답자들이 ‘나쁜 뉴스’로 꼽은 뉴스는 ‘개성공단 폐쇄, 북핵 관련 호전적 보도’ 등 ‘북한 관련 보도’였다.

▲ 2월 10일자 KBS <뉴스9> 보도

모바일을 통해 총 255명이 참여한 설문에서 ‘올해의 나쁜 보도’ 1위로 꼽힌 것은 <개성공단 폐쇄, 북핵 관련 호전적 보도>였다. 응답자의 36.5%인 93명이 선택했다. KBS 북한 관련 보도에 대한 새 노조 조합원들의 평가는 냉혹했다. “사실상 정부 입장을 무비판적으로 옹호하면서 한반도 긴장고조를 부추김으로써 안보불안 심리를 자극, 보수층 결집을 통해 총선정국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정부, 여당의 총선 프레임에 복무하는 보도행태”, “종편만도 못한 뉴스 꼭지로 회사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채널경쟁력을 깎아먹는 현 시점에서 가장 문제적인 보도 행태”라는 질타가 나왔다.

KBS는 지난 14일 연합뉴스와의 공동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인 답변을 차례대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성격의 응답을 입맛대로 묶어 북한에 대한 ‘강경 입장’을 강조하는 보도를 했다. 더구나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지도 못했고, 논란 끝에 결국 번복된 “개성공단 자금이 핵 개발에 사용됐다”는 통일부 홍용표 장관의 주장(14일 KBS <일요진단>, <뉴스9> 방송)을 면밀한 검토 없이 그대로 전한 바 있다.

북한이 지난 7일 쏘아 올린 발사체를 두고도 로이터,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들은 ‘장거리 로켓’(Long range rocket)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공영방송 KBS를 비롯한 대다수의 언론 매체는 ‘미사일’이라는 표현을 고집하고 있다.

2위는 <‘경제활성화법’ 촉구 서명 20만 돌파 홍보>였다. 응답자의 24.7%인 63명이 선택한 이 보도에 대해서는 “정부정책에 대한 무비판을 넘어선 나팔수 역할이다. 정책이 가져올 결과에 대한 분석이 없다는 것은 저널리즘의 기본도 갖추지 않은 것”, “국정방송의 표본”, “눈치보기용 편파 보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뉴스광장 해설, 박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칭송> 보도는 응답자의 18.4%인 47명이 선택해 3위를 기록했다. 새 노조 조합원들은 “공영방송으로서 최소한의 기계적 중립을 지키지 못했고 여야, 사회적으로 첨예한 갈등이 일고 있는 정부 정책에 대해 정확한 검증 없는 보도 행태는 세월호 보도와 다르지 않다. 시청자들이 KBS가 정부 정책 나팔수라고 인식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이었다”, “최소한의 체면도 버린 부끄러운 행위”, “맹목적 정부여당 입장 옹호” 등의 반응을 내놨다.

이밖에 <청와대, 여당 요구 쟁점법안 처리 야당 압박 보도>(8.6%, 22명), <중국내 위안부, “日 사과 고마워”…반대 여론 물타기>(7.1%, 18명), <‘증거 없이 해고’ MBC 녹취록 폭로 묵살>(3.5%, 3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최근 KBS뉴스에서 나쁜 보도가 없었다고 응답한 사람은 255명 중 3명(1.2%)이었다.

새 노조는 “이 같은 설문조사에 나선 것은 최근 KBS 뉴스 보도를 둘러싼 안팎의 문제제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우려 때문이다. 내부 논의를 토대로 정권 편향적 성향이 두드러진 뉴스 보도 6가지를 선별했고 조합원들에게 의견을 구했다”며 “더 나쁜 보도의 순위를 가려내려는 목적보다는 조합원들의 관심과 문제의식을 환기시키기 위해서였음을 밝힌다”고 설명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설문조사 결과, 조합원들이 뽑은 '올해 가장 나쁜 보도'는 북한 관련 보도였다. 기사는 노보 발행 이후 추가된 인원까지 포함돼 작성돼, 수치에 약간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래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노보 1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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