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노량진수산시장에서는 신축건물의 자리선정을 위한 추첨이 진행 중이다. 시장에서 장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자리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상인들에겐 사활이 걸린 문제일 수 밖에 없다. 수협은 그동안 상인들이 요구한 정보의 공개와 공청회 등 충분한 사전 검토 등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던 수협 측이 설 대목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상가 추첨을 공고했다. 그리고는 을씨년스러운 유인물을 상인들에게 배포했다.

▲ 상가추첨을 앞두고 상인들에게 배포된 유인물들이다. 사실상 협박문과 다름없는 어조인데, 그동안 수협이 상인들에 대해 어떤 태도와 시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쉽게 추측해볼 수 있다.

유인물의 주요 내용을 보면 수협이 현대화사업을 추진하면서 상인들을 대하는 태도가 어떠했는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일방적으로 공지한 추첨 일정에 참여하지 않으면, 장사를 할 상가를 주지않겠다는 것은 기본이고 3월 15일 이후에 현재 자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으면 바로 명도 소송 및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내용이다. 일반적인 상가분양에도 수차에 걸친 추첨시기가 있는데도 단 한차례의 추첨기회만 보장한 것도 그렇지만, 오로지 상인들이 냈던 임대료 등으로 운영해왔던 수협이 오히려 상인들에게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겁박하는 것은 상식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참고로 재정공시 자료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2014년도 기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수협이 관리하는 노랸진수산시장(주)는 2013년 1월 당기순이익이 4.8억원, 2014년 1월에는 7.1억원이 났다.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은 없었고, 당기매출액 278억원 중, 수수료 수입이 153억원, 시장관리수입이 63억원, 주차료수입이 20억원, 냉장료수입이 21억원 등 대부분 경매수수료와 임대료/관리비 등으로 충당되었다. 이중 수협중앙회와 관계에서 매출은 2천만원에 불과했지만 매입은 110억원에 달해, 사실상 수협중앙회가 노량진수산시장 운영의 의해 가져가는 돈이 100억원대를 넘어섰다. 이 사이 시장관리법인인 노량진수산시장(주)의 급여는 2013년 14억원에서 16억원으로 2억원 가량 인상된 것으로 확인된다.

이런 수협이 자신들이 추진한 현대화사업에 ‘군말없이' 따르지 않는다고 상인들에게 ‘추가추첨은 없다'거나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상인들이 연일 “노량진수산시장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당연한 궁금증이라 할 만하다. 그렇게 배포된 것으로 책자형 자료 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 바로알기>(이하 바로알기)라는 홍보물이 있다. 나름 상인들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해명한다고 만든 자료인데, 의도적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만 쓰여져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에 있어 사실관계가 정확하지 않는 내용도 발견된다. 정말 거짓말은 누가하고 있는지, 이 홍보물의 내용을 검토해보기로 한다.

12가지 항목에 대한 반박: 전문성도, 예의도, 염치도 없는 설명들

<바로알기>는 총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은 왜, 어떻게 진행되었나', ‘새로운 노량진수산시장의 미래 비전',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의 오해와 사실', ‘언론에 비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이라는 4부분으로 총 61쪽으로 되어 있다. 첫번째 부분은 추진 경과를 정리한 표를 제외하면 모두 새로 지어진 건물의 층별 배치도로 채워져 있어 부실하다. 두번째 부분에서는 노량진수산시장의 미래를 <중앙도매시장 역할 및 기능강화>와 <문화관광형 도매시장 조성>으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중 도매시장 강화라는 내용은, (1) 전가경매 활성화 및 종합 수집 기능 강화 (2) 위생적인 경매환경 조성 및 위생관리실 운영 (3) 고객과 시장종사자들의 삶의 질 향상 등 세가지로 되어 있는데 (1), (2)는 건물신축에 따른 파생적 결과에 불과하고 (3)은 상인대학, 외국어교육 등 상인재교육 프로그램에 가깝다. 반면 문화관광형 도매시장의 경우에는 (1) 문화관광 zone 구축 (2) 신랜드마크 관광코스 개발 (3) 방송 촬영지 관광 명소화 (4) 관광안내소 운영 (5) 요우커 유치 공동마케팅 추진 등 5가지가 나열되어 있다. 숫자도 숫자지만, 내용을 보면 경매장이 있는 2층에서부터 5층까지 각종 관광시설에 대한 설명과 여의도로 연결되는 투어코스를 조성하는 것이 길게 서술되어 있다. 비중으로 놓고 보면 기존의 도매시장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보다는 관광자원으로 개발한다는 취지가 부각된다.

<바로알기>의 마지막 부분인 언론보도 자료는 현대화사업을 알리는 언론기사 4개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사실상 새로운 정보가 있다고 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이미 수협에서 낸 보도자료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 많다. 따라서 이 책자에서 핵심적인 내용은 세번째 항목인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의 오해와 사실'에 대한 부분이다. 총 12가지 항목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대부분은 수협 측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간단하게 살펴볼 수 있는 주장을 먼저 짚어본 후, 정작 수협 측이 감추거나 왜곡하는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자.

▲ 수협은 협동조합으로서 기능을 상실했을 정도로 부실화되어 있으며, 2001년부터 현재까지 부실한 지역 수협의 정리를 진행하고 있을 정도다. 감사원 감사결과 수협의 운영이 사실상 신용부문 사업으로 과도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① 현대화사업의 목적은? : “노후화된 시장과 기능을 현대화하여 더 많은 수산물이 시장에서 판매되고 소비됨으로써 어업인들의 판로를 넓혀주고 어가 소득을 높여주는 것 뿐 아니라 소비자가 위생적이고 안전한 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 수협의 답이다. 그리고 2009년 7월 양해 각서를 근거로 잔여부지 개발에 대해서 “시장유통종사자는 이에 관여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을 제시한다. 그러니까, 노량진수산시장은 그곳에서 영업하는 상인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수협의 목적 사업인 어업인 수익증대를 위한 판매처이고 잔여부지 사용에 대해서는 참견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기존 도매시장을 비롯한 시장에 대한 일반인들의 상식을 뒤엎는다. 지난 글에서 밝혔듯이 노량진수산시장이 기존의 유통공사에서 수협으로 이관된 것은 수협이 바라서 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런 사업의 목적은 수협이 노량진수산시장이 가지고 있는 시장 자체로의 기능과 가치에 대해 전혀 전문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또한 양해 각서의 해당 문구 전제는 “시장과 유기적인 연관성을 갖고 상권이 신장될 수 있도록 개발하여야 하며"라는 단서가 있다. 작년 8월에 수협이 문화관광체육부에 제출한 카지노 사업이 시장과 어떤 유기적인 연관성이 있으며 상권 신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안타깝게도 수협이 문화관광체육부에 제출한 자료에는 시장과의 유기적 연관성이 보이지 않는다. 상권신장에 대한 내용도 없다. 있는 것이라곤 가상의 관광 수요로 추산한 숫자 뿐이다. 실제로 김임권 수협중앙회 회장이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이 사업의 목표는 자체 수익을 올리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명분이야 어업인 지원이지만 그것은 현재의 부실한 수협구조에서 보면 바람에 가깝고 직접적인 이해관계는 수협 자체의 이익이 맞다.

②⑨ 현대화사업은 어떤 과정을 거쳐 추진되었나?, 시장종사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데?: 수협은 해당 사업이 2004년부터 추진되었고, 2005년 예비타당성조사 사업으로 타당성을 인정받았으며, 2009년에 상인들을 대상으로 현대화사업 추진계획 설명회를 개최했고, 2012년에도 시장종사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다고 말했다. 일정 상 보면 맞다. 이렇게만 보면 정말 오랜 기간 동안 많은 횟수로 상인들과 만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만약 매 시기마다 계획이 변경된 것이라면 어떤가? 그러면, 각각 새로운 계획으로 봐야할 뿐 누적횟수는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 2005년 당시 수협이 해양수산부를 통해서 제출한 마스터플랜 자료, 2007년 해양수산부 제출자료, 2012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된 조감도, 2014년 공사현장 사진

위의 조감도를 보자. 2005년, 2007년, 2012년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의 겉모습이 이렇게 달라졌다. 건축물의 위치도 시장의 규모도 달라졌다. 조감도가 이렇다면 당연히 이를 뒷받침하는 세부 추진계획도 달라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따라서 몇 차례 간담회를 했다는 것이 중요하기 보다는 최종적인 계획에 대한 의견수렴이 더욱 중요하다. 수협 측이 밝힌 대로 현재와 같은 계획은 2012년 도시계획 변경이 이루어짐에 따라 확정된 것이다. 2012년 4월에 계획이 변경되고 11월에 다섯 차례 설명회만 개최한 후 12월에 착공했다. 일관된 계획에 따라 추진된 것도 아니고, 제대로된 의견수렴을 한 것도 아니다.

③④⑤⑧ 건물규모, 대상부지, 판매자리, 교통대책에 대한 쟁점: 이 부분에 이르면 정말 수협이 시장 기능에 대해 전문적이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기존 지층 시장은 그 가변성으로 인해 시장의 장점이 발휘된다. 이동통로의 유연함, 이로 인해 이동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동선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를 복층화하고, 출입구를 제한하는 방식의 건물형 시장은 현재 노량진수산시장이 가지고 있는 장소의 특징을 살리기 어렵다. 단적으로 가락시장의 갈등도 건물 내 시장이 기존 시장의 유연성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KDI에서 한 예비타당성 조사시 수협 측에서 제시한 차량이동 예상을 보자. 이들은 현대화 건물로 가면 기존 5톤 중심의 차량이(2006년 기준, 61.5%) 최소 40%는 11톤 차량으로 수송대체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시장 건물이 현대화되었다고 그 시장에 거래하러 오는 도매상인들이 갑자기 5톤 차량을 11톤 차량으로 변경한다는 것일까. 이런 변화는 시설의 변화가 아니라 거래방식의 변화에 따라 생길 수 밖에 없다.

판매자리에 대해서도 “시장상인들이 매장면적이 줄어들었다고 하는데 이는 고객통로를 무단 점유하여 사용하고 있는 현재의 비정상적인 사용실태와 비교하기 때문임"이라고 주장하는데, 시장은 학교 복도가 아니다. 물론 보행로를 지나치게 점유하는 것은 규제가 필요하지만, 지금 노량진수산시장의 구조는 그것이 이동자의 흐름에 따라 가변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반면 현대화건물에서는 그러기 어렵다. 문제는 여기에 있는 것이지, ‘무단점유' 운운하며 핑계를 댈 문제가 아니다.

⑥⑦ 비축기지 및 관리비 문제: 쟁점은 비축기지 유상매입이냐 무상매입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화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이 상인들에게 전가되는가 되지 않는가의 문제다. 수협이 밝힌 대로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가지고 있던 비축기지를 매입하고 대체시설을 제공하는 것으로 2,100억원이 추가로 소요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수협이 말하는 대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공사 자부담분 등 신규 투자분에 대한 금융비용, 감가상각비, 세금 공과 등 막대한 비용과 최첨단 시설로 현대화된 시장을 유지관리하기 위해" 관리비가 높게 책정된 것이다. 즉, 사업 과정에 대해서 상인들이 개입하지 않은 정책결정의 결과를 고스란히 상인들이 부담하게 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미안해 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판매자리가 일류 고정상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최고의 수산시장 내에 위치해 있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맞는 말이긴 한데, 고작 10년 정도 시장을 관리했던 수협이 1971년부터 이 시장을 지금의 위치로 만들었던 상인들에게 할 이야기는 아니다.

▲ 매년 도매시장의 유통량을 줄어들고 있다. 이것은 WTO 투자협정의 변화, 각종 FTA 협정으로 수입농수산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통계로 본 수산시장], 중앙일보, 2015년 10월 21일자

수협이 노량진수산시장을 담당한 직후인 2002년에는 10만8천톤 규모였던 거래물량이 10년만인 2011년에는 10만톤 이하로 떨어졌으며 2014년에는 8만톤 수준을 보였다. 수협의 말대로 노량진수산시장이 ‘대한민국 최고의 수산시장'일 수는 있는데 정작 자신이 노량진수산시장을 맡은 이래로 계속 거래량이 떨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일말의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유통량이 줄어드는데도 거래금액이 제자리인 것은, 결국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데 현대화사업을 해서 임대료가 높아지면 당연히 소비자 비용도 늘어난다고 추정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

⑩⑪ 현대화 시장 현장의 공개와 공청회 개최: 수협 측은 지난 12월부터 1월까지 상인들의 모임인 총연합회가 요청한 시설방문 요청, 촬영요청에 대해 상당 부분 비협조적이었다는 사실은 공박이 불필요한 내용이다. 특히, 신축건물 주변의 비축기지가 “국가의 요충시설이기 때문에 촬영을 허가할 수 없다"고 말한 바도 있다. 그러면 그런 요충지에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시장을 만드는 것은 합리적인가. 백번 양보해도 본인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것을 공개라고 하지 않는다. 또한 공청회 개최 요구 역시, 중요한 것은 건물이 지어진 다음에 개최했느냐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대로 수차례 계획이 바뀌고 내용이 바뀌었다. 2012년 착공해서 완공된 이후, 진짜 시장건물이 눈 앞에 있고 그동안 추측으로만 오갔던 쟁점들이 구체적으로 이야기될 수 있는 시점인데도 공청회를 개최하지 않겠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더 황당한 것은, 실제 건물에서 현재와 같이 상인들이 장사를 할 수 있는지 실제 시뮬레이션을 해보자는 주장에 대해 “1억원을 들여 현대화시장 판매자리에 각 부류별로 판매시설 16개를 시범적으로 설치하여 영업에 문제가 없다고 자체 판단하였"기 때문에 별도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겠다는 주장이다.

재미있는 것은 수협에서 시뮬레이션 할 당시 실제 영업을 하는 상인들이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의 인용에서 보듯 ‘자체적'으로 한 것이다. 상인도 아닌 관리회사 직원들이 임의적으로 판매대 등을 짜서 배치해놓고 ‘것 봐라, 장사를 충분히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하는 셈이다.

⑫ 현시장 철거후 어떤 시설이 들어서는지?: 수협은 “잔여부지 개발을 통해 부동산 임대업에 주력할 생각은 없음”이라고 밝히면서 “문화관광기능을 중심으로 ‘도심 속 바다'를 구현하는 최적의 해양수산테마의 복합시설 건립을 목표로 14년 5월부터 컨셉 및 개발방향, 도입시설의 종류 및 규모 등을 포함한 사업타당성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용역이 시행되는 시점을 고려하면, 작년 8월에 문화관광체육부에 내놓은 리조트사업과 병행추진하면서 논의되던 컨셉을 리조트계획에 반영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기왕에 개발계획을 추진하는데, 문화체육관광부 제출용으로 별도 용역을 의뢰해 추진했었다 볼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작년 리조트 계획은 어떤 구상이었을까. 정식 명칭은 <수협 노량진 복합리조트>라는 것이었고, 해당 계획에 따라 새로운 관광객이 49%, 38만명이 늘어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총 유입관광객 예측은 78만명). 이에 따르면,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카지노에 머무르며(31.9만명) 체류기간도 2.3일로 잡아두었다. 반면 노량진수산시장에는 18만명 만이 1일 체류하는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유사한 규모로 해양수산테마파크/워터파크에 15만명이 올 것으로 잡았다.

▲ 2015년 수협중앙회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한 리조트 개발 제안서의 일부분

그렇다면 시설은 어떻게 사용될까. 단서는 위의 제안서 중 제안시설이라는 항목에 있다. 오피스가 제안시설로 되어 있고, 선택으로 워터파크, 공연장, 영화관, 고급식음으로 명시됐다. 또한 공통시설로는 숙박시설로 고급호텔, 가족형 레지던스 호텔, 비지니스호텔을 갖추고, 카지노, 판매시설, 컨벤션 시설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제안시설로 오피스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임대사업을 의미한다. 내용은 다르지만 숙박시설도 마찬가지다. 현재까지 해당 개발사업은 민간기업의 투자를 통해서 진행하는 것으로 추진되고 있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민간기업의 최대 이윤이 식음료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 것이다. 이런 시설 옆에서 노량진 수산시장은 그저 하루 잠깐 같다 오는 부대시설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 추진하고 있다는 개발계획이 작년에 내놓은 리조트 개발계획과 전혀 다를까?

의미없는 경제적 타당성, 없어진 보고서

지나치게 내용이 길어졌다. 마지막으로 수협이 정작 설명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지적하고 마무리하고자 한다. 첫번째는 수협이 주장하는 2005년 KDI 예비타당성분석의 비용편익이 지금 시점에서도 유효하냐는 것이다. 수협은 2006년에 발행된 <2005년도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에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의 편익이 1.35가 나왔다고 명시했다(<바로알기> 35쪽). 그렇다면 2005년에 분석한 편익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할까. 여기에 수협 측의 심각한 거짓말이 있다. KDI는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을 검토하면서 다음과 같은 대안을 설정했다. 통상적으로 몇 가지 대안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최적의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예비타당성조사의 목적이다.

“대안1: 수협이 계획하고 있는 것처럼 현 도매시장과 인접한 농림부 부지를 매입하여 도매시장의 일부 부지와 별도로 도매시장을 건축하여 자연스럽게 시장기능을 옮기는 방식임.
대안2: 가락시장처럼 현재 위치에서 단계별 재건축을 실시
대안3: 노량진수산시3장을 외곽으로 이전하는 방안"(KDI, 예비타당성보고서, 18쪽)

무슨 말인가 하니, 당시 수협이 제시한 안은 지금과 같이 별도로 시장을 짓고 여기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KDI는 이것을 대안1로 가정했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현재 시장부지에서 임시로 이전하는 방식을 통해서 재건축을 하는 것도 고민했다. 이것이 대안2다. 완전 이전안인 대안3은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배제된다.

이렇게 놓고 비용편익을 분석한 결과는, 우선 어떤 경우에도 수협 측에서 제시한 대안1은 재건축 방식인 대안 2보다 편익이 높지 않았다. 아래 그림에서 위의 두 개의 표가 이를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것은 토지이용 편익을 고려하지 않으면 두 개의 대안 모두 비용편익이 1을 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즉,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고려했던 것이 해당 토지의 기회비용을 ‘이익'으로 산정하는 것이다. 그래도 대안2가 더욱 높았다. 부지를 추가로 구입해서 추진한 방안은 기껏해야 1.27 정도가 나왔을 뿐이다. 그러면 수협이 그렇게 주장하는 1.35의 편익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것은 대안2, 즉 현재 위치에서 단계별 개건축을 하는 방안으로 이럴 경우에만 최대 1.52까지의 편익이 나온다.

그런데 이후 수협이 추진한 사업 방식은 편익이 더 떨어지는 부지 매입 방식이었다. 그런데도 엉뚱한 편익 결과를 가져다 쓰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사실상 왜곡을 넘어서서 조작에 가까운 행태다. 재미있는 것은 이 KDI 예비타당성용역(2006년 9월)과 범건축, 선진엔지니어링, 알디에프네트워크 등이 수행한 현대화사업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2008년 5월) 사이에 또 하나의 보고서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내용을 <바로알기> 3쪽에 있는 추진경과에서 누락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수행한 <노량진 수산물도매시장 현대화사업 건설기본계획 및 타당성 연구>가 그것이다. 수협에서 내놓는 어떤 추진경과에도 이 보고서가 언급되지 않는다. 하지만, 해당 연구원의 누리집에는 지금도 해당 연구보고서가 수탁과제로 명시되어있다. 사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가락농산물시장의 현대사업 사업에서도 실시설계를 수탁받아 진행한 기관이다. 따라서 수협중앙회가 이곳에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에 대한 실시설계를 맡겨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다.

2006년 10월, 즉 KDI보고서가 나온 직후에 완료된 동보고서의 내용은 2006년 11월 16일, 수협중앙회 제5차 소이사회에서 다뤄진 업무보고 자료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이 보고내용에 보면, KDI의 예비타당성조사 결과에 대해 보고하면서 “사업추진방식은 자체 부지 내에서 단계별 신축하는 방안을 현실적 최적대안으로 분석하였습니다"라고 밝혔다. 뒤이어 “본회에서도 현대화사업의 구체적 타당성 분석 및 건설기본계획 수립을 위하여 도매시장 연구경험이 많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의뢰하여 지난해 12월부터 올 10월말까지의 일정으로 <노량진 수산물 도매시장 현대화사업 건설 기본계획 및 타당성 연구> 용역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고 언급한다.

즉, 별도의 독자적인 연구용역이 진행되고 있다고 확인한 셈이다. 그렇다면 버젓이 있는 연구용역보고서를 왜 누락시키고 있는 걸까. 그것은 해당 연구용역의 결과 탓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는 “인접 대체부지를 확보하여 건설한 후 기존 시장을 이전하는 방안을 최적안으로 검토"했다고 한다. 애초 수협 쪽에서 KDI에 제출한 자체 계획안이다. 그것이 KDI에 의해 최적 대안으로 선택되지 못하자, 자체 대안으로 별도의 용역을 의뢰한 것이다. 결과는 토지매입비 589억원을 포함해 2,361억원으로 추산되었다. 1,199억원 정도로 추산한 KDI 예비타당성 때의 비용과 비교하면 2배에 가깝다. 당연히 수익을 그대로 두고 비용이 2배로 증가하면 편익은 절반으로 떨어진다. 이것을 만회하려면 당시 거래량의 수배는 예측해야 될 테지만 그러면 시설 설비를 더욱 키워야 하고 비용이 늘어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결과는 눈에 보듯 뻔하다. 비용편익이 0.5만 넘어도 기적에 가까울 것이다.

실제 비용은 얼마나 늘어났을까. 공사비는 공시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1,827억원에서 2,143억원으로 늘어났다. 공사기간의 변동없이 260억원이 늘었다. 2015년 8월 준공 예정이었던 공사기간을 2개월 늘리는데 60억원이 늘어났다. 이 액수는 기존 비축기지 매입에 따른 추가 비용 2,276억원이 빠진 상태이기 때문에 총 사업비는 4,400억원을 넘어선다. 앞서 KDI 용역당시 비용이 1,199억원, 같은 기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361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오로지 노량진 수산시장 옆에 덩그라니 있는 건물 한채의 비용이 10년 사이에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구분

공사기간

공사금액

(단위: 천원)

변경사유

최초

‘12. 12. 26 ~ ’15. 8. 25

182,750,000

-

1회

변경

‘12. 12. 26 ~ ’15. 8. 25

208,126,465

-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증액

2회

변경

‘12. 12. 26 ~ ’15. 10. 20

214,332,465

- 법령변경 및 인허가 조건변경에 따른 계약금액 증액 및 공기연장

3회

변경

‘12. 12. 26 ~ ’16. 5. 27

214,332,465

인·허가조건인 순환도로 공사를 위한 공기 연장

사실을 말할 자격

수협에서 추첨기간에 배포한 자료를 보고 가장 실망한 것은, 수협이 상인들을 대하는 태도였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공청회를 하더라도 상인들에게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서 쟁점을 다뤄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수협은 그러지 않았다. 공개된 자료조차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가공했고, 감췄다. 그러면서도 상인에 대해서는 거짓말 말라고 소리를 높인다. 그동안 자신들이 하란 대로 다 쫒아 갔던 상인들이 만만해서 였을까, 아니면 이 정도 갈등은 손바닥으로 개미 잡듯 누르면 해결되리라 믿었던 것일까.

하지만 어려울 뿐 거의 모든 자료들은 찾아낼 수 있다. 수협의 손을 빌리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들이 존재한다. 통상 관급 공사의 이해관계 속에서 건축설계사들이나 각종 전문가들이 몸을 사리지만, 상인들 스스로 이런 문제를 검토하고 확인할 능력은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수협 등 관계기관이 상인들과 수평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래야 논쟁과 타협이 가능하다. 하지만 고압적인 태도로 겁박하고, 맞지 않는 사실로 윽박지르는 행태를 버리지 못하면 갈등이 해결될 리 만무하다. 지난 10년 동안 수협이 추진해왔던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의 과정을 보면서 알 수 있었던 것은, 왜 수협이 현재까지도 부실한 지에 대한 납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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