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은 ‘한나라당 7대 악법 저지’를 외치며, 오는 26일부터 펜과 마이크를 놓고 전면 총파업에 들어간다. 각종 시상식과 특집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연말 방송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언론노조의 이런 대응은 한나라당이 미디어관련 7대 법안을 포함해 연내 법안 강행처리를 내세운 데 따른 것이다. 조만간 ‘조중동 방송’ 혹은 ‘삼성·현대 방송’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지난 3일 한나라당이 ‘미디어산업 활성화와 경제효과’를 내세우며 들고 나온 신문법, 언론중재법, 방송법,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전파법, 지상파 텔레비전방송의 디지털 전환 특별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등 7개 법안의 핵심 내용은 △대기업과 외국자본의 지상파방송 소유 허용 △신문과 방송의 겸영 가능 △사이버모욕죄 도입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하루도 신문과 방송, 인터넷을 거르지 않는 우리네 삶에서, 한국사회 미디어 전반을 흔들어 놓는 한나라당의 7대 법안이 통과되면 적잖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과연 ‘삼성·현대 방송’이 등장하게 될 우리의 내일은 어떤 모습이기에, 언론 노동자들은 펜과 마이크를 내려놓겠다는 것일까.

한나라당이 야당에게 준 크리스마스 선물이 있다. 연말 임시국회 법안처리와 관련, 114개의 ‘중점처리 법안’을 선정해 25일까지 야당과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방침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24일자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타협 실패 땐 다수결 처리해야”한다고 말한 것을 보아 하니 25일이 지나면 또다시 다수당의 힘으로 날치기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음이 짐작 가능하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제시한 114개 법안에 떡하니 명시된 것 가운데 ‘사이버모욕죄’가 있다. 사이버모욕죄 신설을 위해 형법과 정보통신망법의 개정을 올해 안에 마무리 짓겠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간단하게 사이버모욕죄에 관련된 문제 하나 풀고 들어가자. (답은 마지막에 공개된다.)

문제1. 경제위기로 반토막 펀드라는 말들이 국민들의 가슴에 그야말로 ‘대못’을 박고 있는 시점에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 주식을 사면 최소 1년 이내에 부자가 된다”고 연설을 했습니다. 또한 KBS 라디오 연설을 통해 “상황을 탓하면서 잔뜩 움츠린 채 편안하고 좋은 직장만 기다리는 것은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고도 했는데요. 이에 당신은 어떤 댓글을 달면 사이버모욕에 걸리지 않을까요? (복수체크 가능)

①“대답할 가치가 없다. ‘무플’ 댓글달기 운동본부에서 나왔습니다.”
②“2MB-쥐새끼처럼 생겨가지고, 너 같은 게 무슨 정치냐. 발로 정치해도 너보다는 잘하겠다. 뒈져버려라.”
③“더는 못 참겠다. 너 때문에 내 인생 이렇게 꼬였는데 상황만 탓하지 말라고? XX놈아. 내가 바로 청년실업자다.”
④“‘요즘 사람들 기가 죽어서 크리스마스가 되어도 크리스마스 기분이 안 난다’는 말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⑤“이명박 대통령님. 경제위기의 모든 책임이 대통령이 져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일말의 책임감을 가지고 말과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그런데 책임지지도 못할 주식을 사라고 하고 취업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상황만 탓하지 말라니요. 우리나라 대통령이라는 것이 창피합니다.”

한나라당이 입법추진 중인 사이버모욕죄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사이버상에서 타인에게 ‘모욕’을 주는 행위를 피해자의 신고 없이도 수사기관에서 직접 공소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반의사불벌죄’가 골자다. 그러나 ‘모욕’이라고 하는 것은 개인의 감정에 의해 다 다를진대 그것을 수사기관에서 어찌 판단할 수 있을까마는 한나라당은 황소고집같이 이 법안을 연내에 처리하겠단다. 그렇다면 사이버모욕죄의 입법을 통해 어떤 현상이 생겨날지 한번 생각해보자.

◇ 사이버모욕죄로 사라질 것들

사이버모욕죄가 신설되면 인터넷 상의 ‘댓글’들이 사라진다. 그것도 비판이 담긴 댓글들이 말이다. 앞서도 설명했듯이 ‘모욕’이라는 것은 개인의 감정이기 때문에 어떤 글에도 가져다 붙일 수 있는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코걸이법이다. 지난 여름 조중동광고지면불매운동이 일어났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는 다음에 58건의 글 삭제를 요청했다. 행정기관에서 글이 ‘위법’인지 판단하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방통심의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위법’으로 판결 내렸다. 그러나 사이버모욕죄가 신설되면 방송통신심의위는 골머리를 썩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수사기관이 조중동광고지면불매운동 청원운동을 벌인 네티즌을 ‘사이버모욕죄’로 바로 잡아갈 수 있다. 그러고 나서 조중동에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바로 이번에 통과될 위험에 처한 형법 개정안 제311조의 2(사이버모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제70조 3항과 4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면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의 여교사 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된 “1등 신부감은 예쁜 여자 선생님, 2등 신부감은 못생긴 여자 선생님, 3등 신부감은 이혼한 여자 선생님, 4등 신부감은 애 딸린 여자 선생님”이란 말을 사이버상에서 했다면? ‘이 또한 사이버모욕죄로 처벌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과연 ‘수사기관’이 먼저 나서서 나경원 의원을 처벌할까? 이것은 나 역시 의문이다. 나경원 의원 미니홈피에 들어가 “모욕적이다”라고 말한 바로 당신이 사이버모욕죄로 처벌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 사이버모욕죄로 심화될 것들

이처럼 사이버모욕죄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권력을 가진 몇몇에 집중될 것이 뻔하다. 이로써 사이버상에서는 그 어떤 건설적인 정치적 토론도 비판도 가능하지 않게 된다. 앞서 설명했듯이 ‘사이버모욕죄’의 ‘모욕’의 감정은 각각의 관계와 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당신이 다는 어떠한 댓글도 다른 누구에게는 ‘모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이버모욕죄’로 심화되는 것은 수사기관의 인터넷상의 감시와 검열이요, 국민들의 화병이 아닐까. 민주국가에서는 누구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사이버모욕죄는 사이버상에서의 표현을 억압하고 감시할 뿐이다. 그만큼 민주주의 퇴보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인터넷이 우리사회에 미치고 있는 영향을 감안할 때 표현의 공간을 그만큼 제한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또 혹시 모르겠다. 서로의 명의를 빌려주는 운동이 많아질지도.

◇ 사이버모욕죄의 명분과 속내

한나라당은 ‘사이버모욕죄’를 통해 ‘IT 강국다운 성숙한 인터넷 문화를 조성하고 인터넷 사이버 공간이 건전하고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통한 진정한 민주주의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함’(장윤석 의원의 형법개정안 발췌)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한나라당은 ‘사이버모욕죄’를 통해 ‘정보통신서비스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제3자의 권리간의 균형을 도모’(나경원 의원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발췌)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과연 그럴까? 한나라당이 이야기하는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는 누구의 것인지 곰곰이 따져봐야 할 지점이다.

이제 앞서 냈던 문제의 답을 맞혀야 할 때이다. 답은? ‘없다’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떤 댓글을 보고 모욕감을 느낄지는 모르겠으나 수사기관에 의해 전체가 그 대상이 될 수 있고, 이명박 대통령이 이 댓글을 단 네티즌들에게 “이 네티즌들을 처벌하지 말아달라”라고 의사가 확인되지 않으면 댓글을 단 5명 모두 처벌된다. 이 문제를 낸 ‘내’가 사이버모욕죄로 처벌받지 않으면 다행일 뿐이고.

지문 중 “②2MB-쥐새끼처럼 생겨가지고, 너 같은 게 무슨 정치냐. 발로 정치해도 너보다는 잘하겠다. 뒈져버려라”라는 것은 건설한 토론이 아니기 때문에 사이버모욕죄로 처벌해야한다라고 의문을 던지는 분들에게. 현재 지문 2번 정도라면 인터넷 상의 명예훼손이라는 법에 의해서 처벌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의뢰를 한다는 조건으로만 말이다. 인터넷상의 명예훼손은 입법예고한 사이버모욕죄와는 다르게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한나라당이 야당에게 준 크리스마스 선물은 받지 말아야 할 ‘시한폭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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