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김성묵, 이하 방송소위)에서 또 한 번 파행이 일어났다. 새정치민주연합을 ‘종북 숙주’라고 한 것을 표현의 자유 영역이라며 낮은 수준의 징계를 주장한 여당 위원들에 반발해, 그나마 남아 있던 야당 추천 위원마저 심의를 거부하고 나가버렸기 때문이다.

▲ 17일 열린 방송심의소위에서는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에 대한 의견진술과 징계 여부 논의가 있었다.

17일 오후 3시 열린 방송소위에서는 출연자와 진행자의 ‘막말 방송’으로 심의위 단골손님이 된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에 대한 3건의 의견진술이 진행됐다. <장성민의 시사탱크>는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에서 공천 10%를 청년에게 할당하겠다는 정책 등을 언급하며 새정치연합을 ‘종북 숙주’라고 발언(2015년 8월 10일)했고, 국방부의 공식 발표 이전에 국방 관련 정보를 자신의 SNS에 게시했다며 김광진 의원을 부정적으로 언급(2015년 8월 12일)했으며, 한명숙 전 총리 유죄가 확정된 대법원 판결에 대해 ‘친노에 대한 정치적 사망선고’라고 표현(8월 20일)했다.

TV조선 관계자들은 ‘표현 중 다소 거친 부분이 있다’면서도 사회적 통념상 아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의 내용은 아니라고 항변하며 나름의 조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박문 뉴스센터2부장은 “<시사탱크> 출연 패널들이 간혹 거친 방식을 사용해 시청자들에게 걱정 끼친 것은 경영진 쪽에서도 우려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회사도 자체 심의실에서 매일 체크하고 보고서를 올리는 등 여러 조치를 하고 있다. 심의위 제재 이후에는 앵커와 담당 PD에게 감봉에 준하는 중징계를 내렸다”면서 “시사 프로그램인데 공정성과 객관성 문제가 있다는 문제가 많이 있어 1월 26일부터 야당 추천 인사를 패널로 추천해 매일 한 분씩 출연한다. 그래서 토론 분위기가 다양한 입장을 수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손형기 보도본부 전문위원(시사제작팀장)은 “오늘 아침에도 심의위에서 지적된 프로그램 모니터를 다시 한 번 하고 왔다. 물론 조금 거친 부분이 있지만 과연 그런 표현들이 사회문화적 통념상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퀘스천 마크(물음표)가 남아 있다. 사실 조금 편향된 게 있었지만 작년 말 올해 초부터는 많이 개선된 걸 피부로 느낀다”고 자평했다.

“종북 숙주 발언, 야당 매도한 게 아닌 개인 주장”

여당 추천 위원들은 <장성민의 시사탱크>의 표현이 과격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낮은 제재인 행정지도가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하남신 위원은 “토론 프로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내용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어떤 면에서 토론 프로 출연자는 자기주의, 주장, 가치관을 개진하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다만 표현 과정에서 지나치게 거친 표현, 상식을 넘는 정제되지 않은 표현으로 인신공격하거나 사생활 침해를 하거나 명예훼손성 발언을 하는 것은 심의대상이 된다고 보아 이 기준을 갖고 검토했다”고 말했다. 이어, “토론자들의 걸러지지 않은 표현은 문제가 있지만 거기에서 개진되는 내용 하나하나는 공정성과 객관성에서 문제가 없다는 게 제 견해”라며 “행정제재 수준이면 되지 않나, 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을 ‘종북 숙주’라고 한 표현이 왜 문제가 안 되느냐는 문제제기에 하남신 위원은 “이미 신문 사설이나 칼럼에 수도 없이 등장하는데 이런 것들이 다 제재를 받았나. 거기(신문)서는 다 통용이 되는 얘기다. 그러나 방송이 신문보다 공공성 강한 전파매체라는 것은 저도 인정한다”면서도 “종북 숙주라는 발언 자체가 야당을 매도했다기보다는 출연자 한 명의 주장으로서 저는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당 추천 함귀용 의원 역시 “<시사탱크>는 정부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치현상과 정책에 대해 국민들이 비판할 필요가 있을 때, 신랄하게 비판을 해서 시청자 마음을 뻥 뚫리게 하는 정치평론의 프로그램이라고 성격 짓고 싶다”며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법정제재를 해야 할 것이고 표현의 자유나 국민 알권리를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차원에서 도가 지나쳤지만 수용할 만하다고 하면 행정지도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정치연합에게) 종북 숙주당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통진당과는 관계를 끊고 나가야 되지 않느냐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법정제재까지 갈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행정지도 ‘권고’ 의견을 냈다.

▲ 17일 오후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야당 추천 윤훈열 위원이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경징계 움직임에 반발한 후 퇴장했다. 이날 심의는 결국 여당 추천 위원 3명만 있는 채로 진행됐다. (사진=연합뉴스)

야당 추천 윤훈열 의원은 “헌법으로 보장된 정당에게 종북 숙주라고 하는 게 왜 공정성, 객관성의 문제가 아닌가. 방송에서 가능하기나 한 언어인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장낙인 위원이 3차례에 걸쳐 안 나오는 상황에서도 불미스러운 일들이 발생한다. 저 역시 존재론적 입장에서 회의가 드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윤훈열 위원은 <장성민의 시사탱크> 의견진술 3건에 모두 법정제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여당 추천 위원들은 동의하지 않았고, 결국 그는 “모멸감을 느낀다. (제재 수위에 대해) 떡 하나 더 준다 이런 식으로 보시는 것 같아 저도 (심의를) 같이 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고 한 후 퇴장했다.

하남신 위원은 ‘모멸감을 느낀다’는 윤훈열 위원의 발언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낸 뒤, 공정하고 객관적인 언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넷 매체들이 심의위 이중잣대, 표적심의라고 써제끼지 않나. 그건 공정한가. 엄밀하게 말하면 공정하고 객관적인 건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척하는 것이다. 그게 언론의 속성 아니겠나. 공정하고 객관적인 언론이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요.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없다. 본질적으로 ‘척할’ 뿐이다. 그래서 토론이 있는 거고 주의, 주장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훈열 위원이 퇴장한 가운데 여당 위원들은 논의를 거쳐 행정지도 ‘권고’를 의결했다.

한편 야당 추천 장낙인 위원도 지난달 20일 ‘막말’로 심의대상에 오른 종편 프로그램들을 경징계하려는 움직임에, “심의하는 의미가 없다”고 퇴장한 뒤 17일 현재까지 방송소위를 보이콧하고 있다. 여기에 오늘 윤훈열 위원도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당분간 방송소위는 야당 위원들이 전부 빠진 채 반쪽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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