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본부)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받아들여, “MBC 사측이 노조 민주방송실천위원회(이하 민실위)의 취재 불응을 지시하고 민실위 간사와의 접촉을 보고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결정했다.

이에 앞서 MBC 최기화 보도국장은 지난해 9월 9일, MBC본부가 발간한 민실위 보고서를 훼손했다. 이 보고서에는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기피 의혹 수사와 관련 보도가 편파적이라는 점, 정종섭 장관의 ‘총선필승’ 건배사 사건을 ‘늑장 보도’한 점, 박근혜 대통령 동생 박근령 씨의 발언 논란을 누락한 점 등 MBC <뉴스데스크> 보도를 비판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한 최기화 보도국장은 보도국 편집회의 때 민실위 간사 취재에 불응할 것을 기자들에게 지시했다. 9월 16일에는 민실위 간사와 접촉했을 경우 그 내용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MBC본부는 최기화 보도국장의 이 같은 행동이 ‘지배·개입 의도가 있는 부당노동행위’라며 지난해 10월 28일 지노위에 구제 신청을 냈고, 지노위는 지난 15일 판정서를 노사 양쪽에 송달했다.

지노위는 MBC본부가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한 3가지 중 △민실위 간사의 취재에 불응하라고 지시한 행위 △민실위 간사와 접촉한 내용을 보고하라는 지시 2가지를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다.

“민실위 취재 불응, 접촉사실 보고 지시는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한 까닭은?

MBC 사측과 최기화 보도국장은 민실위 이호찬 간사의 취재행위는 ‘부당한 업무방해’이고, 기자들에게 ‘업무방해 행위’에 응하지 말라고 한 것은 방송제작 가이드라인 등 회사 사규에 따른 당연한 원칙을 확인한 것이기 때문에 ‘정당한 권한 내의 행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노위의 판단은 달랐다. 지노위는 5가지 근거를 토대로 최기화 보도국장의 행위가 부당노동행위라고 보았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지난해 9월 17일 발간한 노보에서 최기화 보도국장이 민실위 보고서를 찢어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밝혔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지노위는 △노조가 민실위 보고서를 발행하고 그 발행을 위한 취재활동을 하는 것은 노조 운영에 해당하고, 이런 취재활동은 민실위 보고서 발행을 위한 중요한 준비활동으로 볼 수 있다는 점 △최기화 보도국장이 보도국 기자들에게 취재 불응과 접촉사실 보고를 지시한 이유는 뉴스데스크 보도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 때문인 점 △헌법 상 보장된 언론과 표현의 자유, 방송 공공성에 비추어 누구든지 MBC 뉴스 보도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 △민실위 간사의 질문이 모욕적이었고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나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입증이 존재하지 않고 문제가 있다 해도 지적과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것을 넘어 보도국 기자들에게 취재불응과 접촉사실을 보고하도록 지시한 것은 정당화될 수 없는 점 △이 같은 지시로 인해 노조의 자유롭고 독립적인 민실위 보고서 발행과 취재활동이 제한될 위험이 있는 점 등을 들어, “민실위 보고서 발행과 취재활동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노조 운영에 대한 개입에 해당하는 부당노동행위로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지노위, ‘공정방송은 노사 공동 의무’, ‘노조의 자사 보도 비평 자유’ 확인

또한 MBC 사측과 최기화 보도국장은 민실위의 취재 및 보고서 발간 행위가 명백한 ‘월권’이며, 나아가 <방송법>을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노조 민실위가 보도국 구성원들을 취재할 권한이 없는데도 보도내용을 추궁하고 비방한 것은 구성원들의 취재 및 보도 자유를 침해, 위축시키는 월권이고 △민실위 보고서 발간행위는 근로조건 유지·개선 및 단결 강화를 위한 정당한 노동조합의 활동에도 해당하지 않으며 △보도국 기사 취재내용은 영업비밀인데, 노조가 민실위 보고서를 만들어 배포하는 행위는 기사 내용에 대한 사후검열이자 작성 기자들의 기사작성 권한 위축 우려가 있어 <방송법> 제4조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노위는 “<헌법> 제 21조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공영방송의 뉴스보도는 공적인 사항에 해당된다. MBC와 같은 공영방송의 뉴스보도에 대한 비평 활동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의 일환으로 다른 어떤 사항보다 더 자유롭게 보장되어야 하고, 비평활동의 주체가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이어, “불공정한 뉴스보도에 대해 법적으로 언론중재나 기타 재판에 의한 구제절차가 보장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뉴스보도에 대한 자유로운 비평을 배제할 수 있는 근거는 될 수 없다고 할 것”이라며 “노조가 회사에 뉴스 보도의 경위에 대한 취재와 그에 대한 의견을 기재하는 민실위 보고서를 발행하는 것이 방송편성에 대한 규제나 간섭으로서 <방송법> 제4조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민실위 보고서 발간이 노조 본연의 목적과 무관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지노위는 “<방송법> 등 관련 법령상 요구되는 공정방송 권리와 의무는 방송사업자인 이 사건 회사뿐만 아니라 그 구성원인 임직원들에게도 부여된 권리이자 의무라고 할 수 있고, 민실위 간사의 취재활동 대상이 되는 보도국 기자 중에는 조합원들도 포함돼 있으므로 노조 민실위의 공정방송 모니터링 활동은 근로조건이나 노동조합의 단결강화 활동과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민실위 보고서 훼손에 대해서는 MBC본부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MBC본부는 “민실위 보고서는 노조의 재산이며, 최기화 보도국장이 이를 훼손한 행위는 명백한 범죄행위로서 시설관리권에 해당하지 않고, 설령 시설관리권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시설관리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지노위는 “(민실위 보고서 훼손 행위는) 보고서 내용에 대한 반대 의사 표시로 볼 수 있고, 그 행위만으로 노조가 의사결정하고 행동을 할 때 사측 의도를 반영해 변경되게끔 하는 효과를 가지는 행위로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MBC, 지노위 판정서 및 별도 공고문 사내 게시해야

이번 결정에 따라 MBC는 지노위가 인정한 부당노동행위를 즉시 중단하고, 판정서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판정서와 별도의 공고문을 사내 공용 게시판과 전자 게시판에 1주일 동안 게시해야 한다. 지노위가 MBC에게 게시 명령을 내린 공고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사건 사용자들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2015. 9. 9. 보도국 편집회의를 통해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의 취재에 불응할 것을 지시한 행위와 같은 달 16일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와의 접촉사실을 보고하도록 지시한 행위는 민주방송실천위원회의 보고서 발행과 취재활동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노동조합의 운영에 대한 개입에 해당하며, 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4호의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고 판정을 받았습니다”

MBC본부는 16일 비대위 특보를 통해 “사측은 이번 구제신청 과정에서 ‘업무방해’나 ‘사후검열’ 등 온갖 딱지를 붙여가며 30년 가까이 유지돼 온 민실위 활동을 ‘위법 행위’로 몰아붙였다. 방송법 위반을 내세우며 민실위 활동이 ‘2년 이하 징역, 3천만원 이하 벌금 처분’에 해당하는 행위라고까지 주장했다. 민실위 간사의 보도국 출입을 조합이나 당사자에게 통보도 없이 몰래 차단한 사실도 확인됐다. 건전한 소통은 가로막는데 급급하고, 내부 비판은 ‘범법행위’로 몰아가는 무리수만 남발하고 있는 것”이라며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지금이라도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공표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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