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노조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조능희, 이하 언론노조 MBC본부) 노조 상근자들에게 ‘업무복귀’ 명령을 내린 데 이어, 이번에는 지역MBC 18개사 노조에도 같은 내용을 통보했다. 내부에서는 “노조 문을 닫으라는 것인가”라는 비판이 나온다.

언론노조 MBC본부 소속 강릉·광주·경남·대구·대전·목포·부산·삼척·안동·울산·여수·원주·전주·제주·청주·춘천·충주·포항지부(총 18개사 지부)는 16일 공동성명을 내어 MBC 사측을 강력 비판했다. 성명에 따르면 서울MBC는 단체협약 교섭이 진행 중인 시점에 ‘단체협약이 실효됐으니 각 지역사별로 단협 보충협약을 통해 근로시간면제자(이하 타임오프)에 대해 의논하자’고 통보했다. 이들은 “조합의 실질적인 인력을 빼 노조 활동에 큰 타격을 줌과 동시에 조합 활동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 MBC는 지난해 12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에 단협 실효로 인한 타임오프 해지를 들어 업무복귀 명령을 내렸고, 최근에는 지역 18개사 노조에도 같은 내용을 통보했다. ⓒ미디어스

성명에 따르면 18개 지역사들은 지난 2011년 이후 단협과는 별개로 협약서를 맺어 지난 5년 간 원활하게 시행해 왔다. 이 협약서는 노조법 테두리 안에서 노조는 노조 가입자격에 대한 회사 절충안을 받고, 회사는 노조 유지관리에 필요한 타임오프(지역사마다 노조 지부장 임기 2년 간 매년 2000시간)를 인정함으로써 ‘노사 상호 호혜평등의 원칙’에 따라 만들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서울 노무 관련 부서는 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지속적으로 생산한 후, MBC본부를 상대로 테스트 과정을 거친다. 이후 지역사 사장에게 지침으로 전달돼 일사분란하게 노조로 보내진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최근 ‘개별임협’, ‘보직자 경제적 시혜’, ‘타임오프 해지’등 누구나 예측가능한 방향대로 움직여 왔고, 지역사의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강제되다 보니 무리수를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방송에는 공정방송’이 있고, ‘경기에는 페어플레이’가 있다. 싸움에 있어서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있어야 이겨도 그 맛이 난다. 한 명 밖에 없는 상대방의 선수를 빼 버리고 자신들의 마음대로 전체 MBC를 휘젓고자 한다면 비겁하고 치졸한 짓”이라며 “‘백골단’과 ‘구사대’가 노조에 위력을 가하던 시대에도 노조 업무 전체를 마비시키려 한 시도는 없었다. 그러기에 이번 노조지부장들을 향한 타임오프 해지와 원대복귀 음모는 지역사의 인사노무 담당자들 또한 어리둥절하게 할 정도로 충격 그 자체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서울MBC 경영진은 오순도순 살아가는 지역사의 건강한 노사관계에 ‘분열과 파괴’라는 악성바이러스를 심으려 하고 있다. 지역사 노사관계는 당신들이 바라는 대로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며 “페어플레이가 생명인 노사관계의 장에 회사가 무차별적으로 악의적인 빈볼을 던진다면 조합은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노조 활동 위한 안식년, 무급휴가도 ‘불허’한 MBC

언론노조 MBC본부의 상황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MBC는 지난해 12월 21일, 언론노조 MBC본부 상근 집행부 5인(조능희 본부장, 송희원 사무처장, 배성민 정책국장, 김혜성 홍보국장, 이호찬 보도민실위 간사)에 대한 타임오프를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업무복귀 명령을 내렸고, 이들은 개인 휴가를 소진하며 노조 활동을 병행해 온 바 있다. 업무복귀 명령 58일째인 16일, MBC본부는 <노조 문을 닫으라는 것인가> 성명을 내어 노조 활동을 사실상 마비시키고자 하는 사측의 행태를 규탄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2015년 임금 교섭 타결 위한 지역사 순회 △단협 교섭 및 노사협의회 협상 진행 △백종문 녹취록 사태 이후 책임자 처벌 요구 피케팅 및 집회 활동 △각종 소송 대응, 사규 및 취업규칙 개악 저지 등 노조의 일상 업무 등을 해 내기 위해 상근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언론노조 MBC본부는 가족 돌봄 휴가, 안식년, 무급 전임 신청 등 노조 활동을 위한 노조 집행부의 요청을 MBC가 모두 거부했다고 밝혔다. MBC본부에 따르면 송희원 사무처장은 노조 활동 때문에 휴가를 몰아 쓴 까닭에 지난 11일부터 기술관리부로 복귀했다. 최근 어머님이 편찮아지신 점도 고려해 신청한 가족 돌봄 휴가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능희 본부장 역시 내달 초면 휴가가 모두 소진될 예정이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본부장 1명만이라도 ‘무급 전임자 발령’을 내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고, 안식년 휴직 신청 역시 어제(15일)부로 거부 통보를 해 왔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청원 안식년 휴직이 회사에 거부된 사례는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 회사 인사위원회는 ‘인력관리에 상당한 차질을 초래할까봐’ 안식년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변명하지만, 인력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것이 안식년 제도라는 것을 진정 모르고 하는 소리인가?”라며 “회사가 유독 조합 집행부의 휴가와 휴직 신청에 대해서만 불허하면서 불이익을 주고 있음이 명백하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노동계에서 ‘단협 해지’와 ‘타임오프 개입’은 노조 무력화 공격을 위한 양날의 칼로 여겨진다. 김재철 사장이 벌여놓은 무단협 상황 속에서 안광한 사장이 타임오프 일방 해지를 자행하면서 MBC 내 노조 탄압은 극에 달하고 있다”면서도 “조합을 억누르려는 불의의 압력을 이겨내고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조합을 지켜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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