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의 총선 전망 보도를 하면서 리포트 처음부터 끝까지 ‘이준석 출마’라는 자막을 띄우고, 이준석 후보의 출마 지역인 ‘노원병’을 비중 있게 다루면서 본인이 가장 강조한 공약과 관련한 시민 인터뷰를 담는다면, 이 보도는 선거방송 심의규정을 어긴 걸까.

15일 오후 4시,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위원장 최대권, 이하 선방위) 회의가 열렸다. 선거방송 심의위원들은 이날 <선거방송 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공정성’(5조 2항), ‘형평성’(6조 1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심의에 올라온 1월 24일자 TV조선 <뉴스쇼 판> 보도에 대해 심의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다수결에 따라 행정지도인 ‘권고’로 의결되긴 했으나, 9명 중 4명이 방송사 재허가 시 감점 요인이 되는 ‘법정제재’를 주장했다.

TV조선 <뉴스쇼 판>은 지난달 24일 방송에서 <'박근혜 키즈' 이준석 출마…노원 '3국지' 서막>(링크)이라는 리포트를 내보냈다. <뉴스쇼 판>은 각각 갑, 을, 병으로 나뉜 노원 지역구의 총선 전망을 다루면서 새누리당 이준석 후보의 소식을 비중 있게 소개했다.

▲ 1월 24일 TV조선 <뉴스쇼 판> 보도

“'박근혜 키즈'라 불렸던 이준석 새누리당 전 혁신위원장이 안철수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 출마를 선언했다. 물론 당내 경선을 통과해야겠지만, 안철수 의원과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까지 노원 병이 거물급의 대결장소가 됐다”, “안철수 의원 지역구인 노원병 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이준석 전 혁신위원장의 첫 일성은 '교육'”, “하버드대 출신이란 점을 활용하겠단 전략인데, 18대 때도 이곳에서 역시 하버드대 출신인 홍정욱 전 의원이 당선됐다” 등 앵커와 기자의 멘트로 이준석 후보에 대한 정보를 줄곧 설명했다.

또한 <뉴스쇼 판>은 “노원은 항상 교육의 가치를 우선에 두고 있다. 더 나은 교육시설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도 들었다”는 후보 본인의 인터뷰를 내보낸 후, 현재 후보들에게 가장 기대하는 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교육적인 면. 이제는 교육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하는 시민 인터뷰를 담았다. 리포트 처음부터 끝까지 화면 상단에 ‘이준석 출마’라는 자막이 떠 있기도 했다. 반면 노원병 경쟁상대인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본인 인터뷰가 실렸으나 공약 관련 내용이 아니었고, 노원갑, 노원을과 관련해서는 각각 어떤 후보가 출마하는지만 나타났다.

법정제재-행정지도 4:4 팽팽, 결국 권고 의결

조해주 부위원장은 “이준석 출마라는 자막이 처음부터 끝까지 남아 있다. 뉴스 전체에서 보여줄 필요가 없었다. 안철수 후보는 일부 인터뷰가 있었으나 정책이나 공약 관련 내용이 아니었다. 이준석 후보를 보충 설명하기 위한 화면까지 있었는데 다른 후보들은 그들과 관련된 주민 인터뷰도 없었다”며 “선거방송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심각하게 저해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영섭 위원도 “(자막을 계속 띄운 것은) 편파적인 부분이 맞는 것 같다. ‘북한 핵 발사’(같이 긴급한 내용)라면 몰라도…”라며 “노원을, 노원갑, 노원병 다 다룬다고 해 놓고 이준석 후보 지역구만 다뤘다. 다루려면 균형적으로 선거구를 다 (공평하게) 다루든지, 이준석 후보 출마구만 다루든지 했어야지 세 개 다 다루면서 특정 후보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고 본다”고 법정제재를 주장했다.

이병남 위원은 “자료화면을 처음 봤을 때는 크게 문제가 없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너무 자연스럽게 구성이 흘러갔기 때문에 오히려 잘 짜여진 각본처럼 의도적으로 (리포트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유권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안이 교육이라고 한다면, 교육과 관련해 각 후보의 이야기를 다 듣는 게 맞다. 모두가 관심 가지는 후보에게만 ‘교육’ 포커스를 맞춘다는 건 너무 작위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1월 24일 TV조선 <뉴스쇼 판> 보도

반면 문제는 있지만 법정제재까지 갈 사안은 아니라는 의견도 팽팽했다. 강신업 위원은 “제가 뉴스를 만든다면 팔리는 뉴스 만들 것이다. 이준석 후보는 굉장히 싱싱한 뉴스다. 어디까지 언론의 자유를 허용하고 어디까지 제재를 해야 되느냐는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의도가 있어 보이긴 하지만 법정제재까지는 그렇고 행정지도를 하는 게 어떻겠나”라고 제안했다.

김영덕 위원은 “이준석 후보가 교육을 들고 나와서 (시민 인터뷰와) 그게 맞아 떨어진 거 같은데 오히려 그걸 배제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보면 역차별 받을 수도 있는 부분”이라며 “법정제재까지 가는 건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상혁 위원 또한 “내용을 의도했다고 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그냥 드라이(건조)하게 편성 내용을 보면 적어도 법 규정이 요구하는 일정 정도의 수위는 맞추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행정지도로 가는 게 나을 것 같다”고 거들었다.

법정제재와 행정지도 의견이 4:4로 갈리는 상황에서 최대권 위원장이 권고로 의견을 내어 <뉴스쇼 판> 보도는 행정지도 ‘권고’로 의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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