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자체들의 부채 감축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특히 서울시를 비롯하여 부천시, 고양시 등 등이 채무를 엄청나게 줄였거나 심지어 채무를 완전히 상환했다고 대서특필 되기도 하였다.

▲ 지방정부의 부채감축을 다룬 주요 언론들의 표제들. 이런 언론의 관점이 지방정부로 하여금 지나치게 보수적인 재정정책을 사용하도록 한다.

엄밀한 의미에서 지방자치단체는 부채라는 용어보다 채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재정건정성을 이야기 할 때 적절하다. 물론 지방공기업의 경우는 부채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하다. 지방채무를 줄여서 채무라고 하는데 채무에는 지방채와 함께 보증채무이행책임액, 채무부담행위액이 포함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중앙정부와 달리 적자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방자치법 제122조에서는 건전재정의 운영을 명시하여 ‘지방자치단체는 그 재정을 수지균형의 원칙에 따라 건전하게 운영하여야 한다’ 고 하고 있다. 세입예산과 세출예산이 일치하도록 하고 있다. 적자를 인정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제도에서 왜 부족 재원이 발생하는 것이며 이를 충당하기 위한 지방채를 발행하는 것인가? 대규모 투자사업의 경우 일시적으로 많은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투자하게 되는데 이렇게 될 경우 지자체의 살림살이는 심각한 부족 현상을 일으키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년간에 걸쳐 재정부담을 분산하기 위해 지방채를 통해 마련하게 된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부채를 감축했다거나 전액상환 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 지자체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부채를 상환했다는 것은 일종의 치적일 수 있다. 그럼 과연 지자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채무상환은 치적이고 홍보의 대상인가? 내실 있는 살림살이를 꾸리고도 재정이 건전한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그러나 채무 상환의 과정을 보면 일단의 의구심이 든다. 과연 그 방법이 적절했는가와 함께 전액 상환이 맞는가라는 두 가지 지점에 유의해서 살펴보아야 한다.

재산 팔아서 빚 갚는 지방정부들

첫째, 지자체 채무 상환 방법의 적절성이라는 측면이다. 우리나라는 지자체별로 공기업부채, 재정수지, 채무비율 등 7개의 지표가 일정한 기준을 넘게 되면 재정위기단체로 지정하는 재정위기관리제도가 있다. 이에 따르면 예산대비 채무비율이 25%를 넘을 경우 주의단체, 40%가 넘을 경우 위기단체로 지정된다. 작년 7월 부산시, 대구시, 인천시, 태백시가 채무비율이 25%를 초과함에 따라 재정위기 주의단체로 지정되었다. 심지어 위기단체로 지정되고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예산편성권한을 중앙정부가 행사할 수 있는 긴급재정관리제도가 올해부터 시행된다. 그래서 지자체별로 채무관리에 신경을 많이 쓴다. 채무비율이 높아지게 되면 지자체는 채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다.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서는 일단 정책사업에 투여되는 재원에 여유재원이 있어야 한다. 여유재원을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세입예산을 늘리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세출예산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세출예산을 줄이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고 힘겹다. 거품이 끼어있거나 무리하게 추진하였던 사업에 대해 세출구조조정으로 통·폐합하거나 종료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예산을 수반하는 모든 사업에는 이와 연관된 단체와 수혜자가 있기에 이를 설득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세출예산 구조조정의 모범사례는 2010년 성남시가 모라토리움을 선언하고 세출구조조정을 통해 연간 1,300억원 가량의 예산을 절감한 것이다.

그러나 그 외의 많은 지자체는 좀 더 손쉬운 방법을 찾는다. 지자체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매각하여 상환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지방공기업 부채비율을 낮추는 것도 마찬가지 방식이다. 대표적인 지자체가 인천광역시다. 2014년 아시안게임 개최를 위한 대규모 SOC 투자에 따른 막대한 지방채무의 증가를 해결하기 위해 인천터미널 부지 매각, 영종도 토지 매각 등 수 많은 토지를 매각하여 채무를 상환하였다. 올해 부채 0원이 되었다는 부천시와 고양시의 경우도 각각 원미구 중동 옛 문화예술부지 매각(1천712억원)과 킨텍스 지원시설 7개 부지(5천117억원)를 매각하여 채무를 감축했다. 이러한 방법이 최선일까?

지자체의 자산(토지, 건물)은 해당 시기 단체장의 재산이 아니라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재산이다. 매각한 공유재산의 보유가치와 향후 활용도 등에 대한 검토하여 매각을 결정하여야 한다. 채무상환에 급급한 나머지 재산을 매각하는 것은 당장 먹기는 좋지만 이후 필요성이 대두될 때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가정에서 살림이 어려울 경우 용돈이나 생활비를 줄여서 생활하려고 하지 냉장고나 세탁기 등 세간을 팔아 유지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재산 매각의 방법이 아닌 유사·중복 되었거나 효율성이 낮은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해 채무를 상환하는 방안이 더 적절한 것은 아닐까? 고양시 재산 매각의 경우 지역언론에서 특혜매각, 헐값 매각 의혹을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눈속임이 되고 있는 부채 감축

하나는 법적·의무적 경비의 미충당분이다. 의무지출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으로 가령 법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재난관리기금이나 조례상 전출금등이다. 또 하나는 회계·기금간 내부거래 차입금 미상환이다. 두 가지의 경비는 채무로 분류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지출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법적·의무적 경비의 미충당분으로 대표적인 것이 재난관리기금이다. 재난관리기금은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 68조에 따라 해당 지자체 보통세의 1%를 의무적으로 적립하여 기금을 운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지자체의 경우 예산 운용의 어려움을 이유로 당초예산에서 편성하지 않고 추경예산에서 편성하겠다는 이유 등을 들며 적립을 하지 않는다. 2015년 인천시의 경우 185억원을 적립하여야 했으나 예산에서는 전액 미편성하였고 대전시의 경우 92억원 가량을 적립하여야 했으나 50억원을 적립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이러한 미적립금은 채무로 잡히지는 않는다. 또한, 개별 지자체가 조례로 규정하고 있는 각종 전출금이 예산에 편성되지 않는 경우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두 번째, 내부거래 차입금의 미상환분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다. 다른 회계나 기금으로부터 차입을 하였으나 다년간 상환을 하지 않은 내부거래 차입금은 당장 상환하지 않더라도 문제가 되지는 않으나 언젠가는 상환해야 할 예산이다. 모 지자체의 경우 2014년 자료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2005년부터 10년간 무려 1,208억원을 차입하고 38억원 상환하는데 그쳐 1,170억원의 차입금 미상환분이 있었다. 이렇게 될 경우 해당 회계나 기금은 예산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필요한 사업을 추진하지 못할 수 도 있다.

채무 상환은 재정운용에 있어 긍정적 신호다. 그러나 그 과정이 적절 했는가와 드러나지 않은 미상환액이 없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진실성의 문제이다. 두 가지 문제를 제대로 살펴보아야 지자체의 부채(채무)를 올바르게 볼 수 있다. 단순히 얼마를 상환했다거나 전액 상환 했다고 해서 채무비율만으로 지자체의 재정이 건전하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재정건전성은 채무의 과다 유무가 아닌 재정운용 전반에 걸친 평가 진단을 통해 가늠되어야 한다. 채무비율은 그러한 평가 진단의 여러 기준중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부채 감축 자체보다는 어떤 부채를 어떻게 갚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래서 정말 부채만 줄이면 재정운용을 잘하는 것인지 물어봐야 한다. 그래야 지방정부의 눈속임과 정부의 재정지출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긴축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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