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이란 언론이 만들어 낸 말로 남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북한변수’를 일컫는다. 종교적으로 보면 ‘고통과 재난을 가져오는 불길한 기운’(구약성서 잠언 25:23)이란 상징적 의미도 있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상태가 고조되면 될수록 결국 어느 쪽이 유리한가, 즉 북풍이 집권여당 새누리당에 유리한지 아니면 야당에 유리한지에 대한 논쟁이 활발하다. 보수언론들은 북풍에 역풍이 있고 딱히 누구에게 유리한 지 알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가소로운 주장이다. 유리한 쪽은 무조건 집권여당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북한과 군사 이슈에 대해 최신 데이터, 최신 전문지식, 최신 정보와 첩보를 생산하는 데 가장 뛰어난 건 정부기관이다. 그리고 이를 활용하는 쪽은 청와대와 집권여당 새누리당이다. 이를 확산하는 쪽은 절대적 다수를 점유하고 있는 보수신문과 보수방송이다. 이들이 총선까지 북한이슈와 군사이슈를 지금처럼 끌고 가면 집권여당은 당연히 유리할 수밖에.

따져보자. 일단 국방부와 북한 및 군사관련 국책연구소들의 집중적인 최신 자료 공세를 야당이 감당할 수 있는가. 즉 최신 데이타나 전문지식 그리고 통계분석 자료 등이 한여름 소낙비 쏟아지듯 발표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인데 야당은 이를 반증 반박할 수 있는 역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엄청난 예산과 인력이 집중되어 있는 국정원 기무사 경찰정보라인 청와대 정무수석실 등 정보를 다루는 정부기관들은 모두 청와대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있다. 이들이 정보와 첩보의 수집, 검증, 재가공을 통해서 청와대와 집권여당 새누리당에 컨텐츠를 제공, 선거에 활용하면 야당은 어찌 해 볼 방법이 없다.

▲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오전 북한이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와 관련, 청와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안보리서 하루속히 강력한 제재 조치 만들어야 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청와대)

중립적인 언론(일단, 중립적인 언론이 있다고 가정하자)이라고 할지라도 집권여당이나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든 슬쩍 흘리든 일단 뉴스가치가 있으면 보도한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언론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발표 그 자체를 중요시하는 보도관행 때문이다. 그리고 야당의 입장을 들어본다. 문제는 야당의 입장을 들을 때다. 여당에 유리하거나 야당에 불리한 정보가 흘러 나왔을 때, 야당이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시간과 비용,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래서 반박하는 논거와 논리가 빈약하게 된다.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 결과 언론으로부터 비판당하거나 외면당하고,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잃게 된다.

중립적인 언론도 이러한데, 정치적 목적과 지향점이 뚜렷한 보수신문과 일부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그리고 정부여당에 사실상 장악되어 있는 공영방송들이 이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논평함으로써,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발표했거나 흘린 정보들은 최소한 객관적 검증과 공정성은 상실된 채 진실처럼 돼버린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발사 이후 방송들은 대놓고 정부여당 편을 들고 있다. 북한이슈와 군사이슈를 다루는 프로그램에 객관적 평화적 진보적 접근을 주장하는 패널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잘해야 한명 정도가 배치되고 여기에 맞서는 다수의 보수강경파 패널들을 앉혀,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토론이 되기 일쑤다.

북한을 탈출한 지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십수년이 넘은 탈북 지식인들이 마치 어제 자기가 본 것처럼 경험한 것처럼 확신에 차서 북한을 아는 체 하고 거칠게 대북강경책을 선동한다. 또한 정부의 대북강경책을 비판하는 야당이나 지식인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불순한 사람들'로 매도한다. 남한의 보수적 지식인들은 세련된 최신 정보와 지식으로 강경론을 부추긴다. 이런 상황에서 평화적 해결을 요구하는 야당이나 지식인들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토론하거나 아예 출연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박근혜 정부가 최신 자료와 정보를 필요에 따라 생산,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활용하며, 이를 보수언론들이 배포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슈 군사이슈가 총선까지 지속되면 누가 승리할 것 같은가. 불문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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