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는 이명박 대통령만 내는 것이 아닌 듯하다. <중앙일보>의 신문·방송 겸영에 대한 속도전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따라오지 못할 경지에 올랐다. 중앙일보는 신문·방송 겸영이 필요하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3일자 지면에서는 드디어 자신의 욕망을 서슴없이 드러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중앙일보는 왜 ‘신문·방송 겸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가. 이날 1면과 5면에 펼친 중앙일보 기사를 통해 살펴보자.

▲ 12월 23일자 중앙일보 1면 기사 캡처
◇ “대기업·신문이 방송 참여한다고 다채널 시대 여론 독과점 불가능” : 중앙일보는 신문·방송 겸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한나라당 미디어특위 위원장인 정병국 의원의 입을 빌려 말하고 있다. 정병국 의원은 “신문 방송 겸영을 허용할 경우 여론의 독과점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과거 지상파 3사 중심으로 운영할 때 신문이나 대기업이 참여하면 여론 독과점 우려가 있었지만 현재 100개 채널이 넘는 위성TV 시대인데 400~500개 채널이 되는 IPTV 시대가 되면 여론 독과점은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고 중앙일보는 전하고 있다.

▲ 12월 23일자 중앙일보 5면 기사 캡처
◇ 언론 규제 가장 심했던 프랑스도 TV 신문·벽 허무는데… : 중앙일보는 이 기사를 통해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신문과 방송의 교차 소유(겸영)를 원천 차단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프랑스 등 많은 유럽 국가들은 미국과의 미디어 산업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규제완화에 적극적이다”라며 “신문·방송 겸영이 가능한 미국의 경우 대형 미디어 그룹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중앙일보는 “프랑스 주요 언론이 경쟁력 있는 세계적 기업으로 되려면 각종 규제 철폐가 시급하다”는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의 말을 인용했다. 여기에 더해 “이에 대한 반대 여론은 거의 없다”고 못박았다. 일본의 경우에는 신문사들이 방송시장에 진출해 주요 민영방송을 소유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 12월 23일 중앙일보 5면 기사 캡처
◇ DJ 때부터 논의해 온 방송 민영화 MBC만 유독 “언론장악 음모” 궤변 : “MBC가 연일 정부와 한나라당의 미디어 정책을 공격하고 있다”로 시작하는 기사는 “MBC는 위 프로그램들을 통해 ‘대기업이 방송에 들어오면 프로그램의 선정성이 높아지고 공영성이 훼손된다’고 주장했지만 학자들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0월 발표한 ‘방송 평가’에서 MBC가 오히려 SBS보다 최하위 점수를 기록한 것을 거론하며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고 전했다. 또한 “MBC 민영화는 1999년 김대중 정부 시절 방송개혁위원회 보고서에서 이미 공론화된 것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의 보도에는 패턴이 있다

중앙일보의 이날 보도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대기업·신문이 방송 참여한다고 다채널 시대 여론 독과점 불가능”기사에서는 3인칭 관찰자 시점을 사용하고 있다. ‘나’가 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려 이야기하는 형태이다. 그러나 이러한 3인칭 관찰자 시점은 사적 이익을 은폐하는 데 요긴하다. 중앙일보는 기사를 통해 마치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러한 나열은 위험하다. 독자들이 그 속내를 읽어내지 못하게 방어막을 치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언론 규제 가장 심했던 프랑스도 TV 신문·벽 허무는데…” 기사를 통해서 객관적인 자료인양 해외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중앙일보는 미국이 방송 겸영 허용을 통해 거대 미디어그룹이 탄생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더해 “세계 3위의 미디어 그룹으로 성장했고 6만4천명이 일하며 지난해 287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설마 데이터를 가지고 거짓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거짓말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지난 7월 미국산 쇠고기 시식 연출 사진은 중앙일보의 뚜렷한 ‘역사’다.) 그러나 기사에 미국의 언론환경이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현재 미국의 언론정책에 문제는 없는가. 미 대통령 당선자 버락 오바마는 이와 관련해 “미디어 교차소유는 소수 기업의 독점, 지역성 및 다양성 훼손을 초래했다”며 “시장원리에 배치돼 효율성이 떨어지더라도 경제적 효율성이 공익성에 우선할 수 없다”고 주장해, 앞으로 미국의 미디어산업 정책이 반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또한 중앙일보도 밝혔듯이 미국은 같은 지역 내의 교차소유는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것은 여론독과점을 막기 위한 방편이었으나 이 또한 부족했다는 인식이 이미 미국 내에서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조중동, ‘공정언론’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단체를 위시한 보수시민단체는 규제를 풀라고만 할 뿐 여론독과점 방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DJ 때부터 논의해 온 방송 민영화 MBC만 유독 ‘언론장악 음모’ 궤변”에서 중앙일보는 공격자의 위치로 공영방송인 MBC를 맹비난하고 있다. 중앙일보에서 가져온 것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 평가였다. 뭔가 궁금해 찾아봤더니 그 평가 속에는 이상한 점이 있었다. MBC가 몇몇 부분에서 턱없이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이다. 내용과 편성 그리고 운영에 대한 평가로 이뤄진 이 점수에서 내용을 구성하는 요소 중 MBC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받은 것은 ‘자체심의’, ‘방송심의 제규정 준수’에 있다. 국민들 모두가 알다시피 MBC는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보도를 두고 정권에 시달린바 있다. 우리는 그렇다면 이 방송 평가를 어느 정도 믿어야 할까. 의문이다.

중앙일보는 왜 유독 신문·방송 겸영에 더 집착하나

그것은 중앙일보가 “방송할 준비 다 됐어요”라고 외치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지난달 기자협회보의 “중앙일보가 일간스포츠를 통해 방송진출을 공식선언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기사 내용을 보면 JMnet(중앙미디어네트워크) 계열사인 일간스포츠는 지난달 5일 ‘장래사업계획 또는 경영계획’ 공시를 통해 “외국계 미디어 사업자인 터너 브로드캐스팅과 방송채널 공동 설립 관련 파트너십을 추진한다”며 “당사를 통한 중앙일보 그룹의 본격적 방송사업 진출”이라고 밝혔다고 전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이미 방송진출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중앙일보가 방송진출한다는 준비한다는 것은) 이는 지상파 TV 방송이나 종합편성PP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왜냐하면 (주)중앙일보사가 100% 지분을 가진 (주)중앙방송은 이미 PP(프로그램 공급사업자, Program Provider)로서 Q채널, History(히스토리)채널, 골프채널을 포함한 5개의 케이블 채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미디어스 11월 6일자 기사).

▲ 10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08년 지상파방송사업자(TV) 방송평가 결과'
집착에 빠진 중앙일보에게…

중앙일보의 말대로 MBC 소유구조와 재원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논란이 됐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런 논쟁이 있을 때마다 MBC 민영화 반대 목소리 역시 있어 왔고, 지금까지 MBC는 공영방송으로써 존재하고 있다. 오히려 그러한 구조로 인해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웠다는 평가까지 더해지는 상황이다. 국민들의 MBC에 대한 공공성 평가가 이를 말해준다.

중앙일보는 정병국 의원의 “IPTV 시대가 되면 KBS나 MBC도 여러 채널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말을 인용했다. 그렇다면 공영방송이 아닌 채널이 늘어난다는 의미인데 그렇다면 굳이 공영방송으로 있는 MBC를 민영화시킬 게 아니라 공영방송이 아닌 SBS 등을 공공의 영역으로 더 묶을 수 있는 방안들을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왜일까.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