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은 서해상에서 북한 미사일의 추진체 잔해를 추가로 발견해 이 가운데 넉 점을 공개했습니다”_KBS 뉴스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로켓의 잔해물 일부를 군이 인양했습니다. 로켓의 출력을 제어할 수 있는 주요 부품이어서 북한의 기술 수준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_JTBC 뉴스

KBS와 JTBC 보도는 또 다시 이렇게 갈렸다. 10일 보도에서 KBS는 ‘북한 미사일’이라고 했다. 반면, JTBC는 ‘북한 로켓’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7일 북한이 쏘아 올린 발사체를 두고 각 언론매체별로 명칭이 제각각이다. MBC와 SBS 또한 ‘미사일’이라고 칭하고 있다. 해외언론은 대체적으로 장거리 로켓 ‘Long range rocket’이라고 쓰고 있는데도, 한국 언론이 유독 ‘미사일’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선택한 이유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지상파 뉴스만 보는 시청자들은 북한이 쏘아올린 발사체를 ‘미사일’로 규정한 보도만 접하게 되기 때문이다.

▲ 2월 7일 KBS '뉴스9' 리포트

총선보도감시연대, "언론은 확인된 사실 기반으로 용어 확정해야"

2016총선보도감시연대는 12일 <국제적 통신사로서 낯부끄러운 연합뉴스> 모니터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들은 “연합뉴스는 7일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뒤 보도한 <북한, 장거리미사일 발사…한반도 정세 ‘격랑’(종합2보)>(▷링크)에서 미사일로 표기했다”며 “미사일과 위성은 로켓이라는 추진체로 쏘아 올린다. 차이는 미사일은 무기를 탑재하는 것이고 위성은 인공위성을 탑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물체는 지구 궤도에 올라 미사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미사일’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 연합뉴스TV의 보도 캡처

실제 REUTERS, TOKYO, Xinhua, NYT,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들은 북한과련 기사에서 ‘장거리 로켓’으로 표기했다. “한미 두 나라 등이 미사일 발사 기술에 적용될 로켓을 사용한 것”, “유엔이 북한의 위성발사도 제재 대상으로 결정했다” 등의 설명을 덧붙였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언론은 확인된 사실을 기반으로 용어를 확정해야 한다”며 “게다가 연합뉴스처럼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통신사로써 언론의 기사 작성 기본은 지켜야 했다. 미사일과 로켓의 차이가 발사체 꼭대기에 탄두를 실었는지 여부, 그리고 발사 후 궤도 조정 가능 여부로 나뉘는 만큼 북한이 공식적으로 위성 발사로 통보했고 탄두 장착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군사용 미사일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부정확한 정보를 전한 것이나 진배없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연합뉴스가 ‘미사일’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사용했는가 여부다. 총선보도감시연대가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는 까닭은 연합뉴스가 ‘미사일’에 대한 개념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는 2012년 12월 <北 발사체, ‘로켓’인가, ‘미사일’인가>(▷링크) 기사에서 강호제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의 “공학 분야에서 사용하는 ‘우주발사체’가 운반수단을 지칭하는 가장 중립적 표현”이라며 “가장 꼭대기에 탄두를 실었다고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사일이라고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또한 국방부가 2007년 발행한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이해> 책자를 거론하며 “운반체를 이용해 날려 보내려는 것이 폭약이나 핵무기 등과 같은 ‘군사용 탄두’면 미사일이고 인공위성이면 로켓”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 2월 7일 JTBC '뉴스룸' 리포트

뉴스통신사가 '미사일'이라고 하니 방송뉴스도 '미사일'이라고 한다?

결국 4·13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정부의 ‘북풍몰이’를 언론이 거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 청와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집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공식 언급한 이후부터 대다수 언론이 ‘미사일’로 보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 특별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이번에 연합뉴스를 처음으로 모니터 대상에 포함시켰다. 뉴스통신사들이 특정 사안에 대해 아젠다를 설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 제4조(뉴스통신사업자의 책임)는 뉴스통신사들로 하여금 “정확하고 공정하며 객관적인 뉴스정보를 편집·제작·제공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연합뉴스의 북한 ‘미사일’ 규정보도가 이 법의 취지에 맞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 2월 7일과 8일 SBS '8뉴스' 리포트

연합뉴스도 문제지만 지상파 뉴스가 북한 발사체를 미사일로 규정해 보도하고 있는 것 역시 큰 문제로 꼽힌다. KBS <뉴스9>와 MBC <뉴스데스크>는 7일부터 북한 발사체를 ‘미사일’로 규정해 보도했다. SBS의 상황은 조금 특이하다. SBS는 7일 <8뉴스>를 통해 <北 장거리 로켓 발사 강행…"성공 가능성 커">라고 보도했으나 하루 만에 ‘미사일’로 용어를 바꿨다. 연합뉴스 등 통신사가 북한의 발사체를 미사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을 반영한 걸로 볼 수 있겠으나 언론의 역할에 대한 신중한 고찰이 필요할 때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연합뉴스와 지상파 뉴스들이 정부의 ‘북풍몰이’에 편승해 어느 한쪽에 유리한 보도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계속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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