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보다 남성혐오가 더 많다? 혐오사회의 실상과 그 원인을 다룬 JTBC <뉴스룸> ‘탐사플러스’ 보도를 정리하면 그렇다. ‘강간모의’ 등 큰 충격을 주었던 소라넷 사태. 소라넷을 사회에서 퇴출해야한다는 요구와 공격들을 ‘혐오’라는 단어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인가? JTBC는 소라넷 사태가 ‘남성혐오’를 낳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과연, 원인과 결과는 무엇인가. 메갈리아는 일베와 같은 수준의 남성혐오를 낳는 커뮤니티로만 규정됐다. 곧바로 JTBC 보도에 대해 문제가 제기됐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소장 윤정주)는 11일 JTBC <뉴스룸>의 탐사플러스와 관련해 “해당 보도는 기존의 연구결과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며 “특히, 남성에 대한 혐오가 여성에 대한 혐오보다 많다는 내용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라면서 팩트체크를 통해 바로잡아달라고 요청했다.

▲ JTBC '뉴스룸' 1월 27일자 보도

JTBC의 ‘혐오’의 실상와 원인은?…혐오는 혐오를 낳는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JTBC <뉴스룸>은 지난달 27일 ‘탐사플러스’ 코너를 통해 지난 2년간 온라인에 올라온 게시물 5200만 건을 분석해 이를 보도했다. 혐오에 대한 실상과 원인을 찾아 개선해보고자 하는 취지였다. 하지만 오히려 JTBC의 혐오를 보는 시각 자체가 논란이 됐다. JTBC는 <인터넷 익명성 가면 뒤 막말…‘혐오공화국’> 리포트(▷링크)에서 ‘일베의 혐오는 또 다른 혐오를 낳았다’며 메갈리아 사이트를 소개했다. JTBC는 메갈리아와 관련해 “남성을 노예처럼 부린다는 카톡 대화 내용을 자랑삼아 올리고, 남성을 조롱하고 혐오하는 내용의 글들이 대부분”이라면서 “지난해 10월엔 남자 어린이를 성적 대상화하는 글도 올라왔다. 특히, 당시 글을 작성한 사람이 유치원 강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고 전했다.

JTBC는 <날뛰는 ‘혐오’, 2년 새 2배…게시물 분석하니> 리포트(▷링크)를 통해 “‘혐오’는 사회적인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그 이슈에 반하는 감정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한다”며 “개그맨 장동민 씨의 여성 비하 발언으로 남성 혐오가 급증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메르스 의심환자 여성 두 명이 격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성 혐오가 증가했고, 메갈리아가 등장하면서 이성 간 혐오가 극에 달랐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소라넷’ 사이트도 거론됐다. 지난해 말 강간을 모의하는 글들이 소라넷에 게시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폐쇄 요구가 거세게 일었던 시기다. 하지만 JTBC의 보도대로라면 이 같은 감정들 또한 단순히 ‘혐오’라는 틀 속에서 분석된 것으로 보인다.

▲ JTBC '뉴스룸' 1월 27일자 보도

JTBC는 “조사 대상이 된 주요 커뮤니티들이 혐오하는 대상을 분석해본 결과 정치에 대한 혐오가 가장 많았고, 남성과 여성이 그 뒤를 이었다. 금수저 논란을 낳은 계층 간 혐오와 세대별 혐오도 눈에 띄었다”고 보도했다. 정치가 35%로 가장 많았고 남성은 19.6%, 여성은 10.4%이라는 결과였다.

JTBC는 또한 <그들은 왜 ‘혐오’를…“열등감 피해의식 혐오 원인”> 리포트(▷링크)에서 다시 한 번 메갈리아 커뮤니티를 소환했다. 한국 남성들이 저지른 성범죄 뉴스들을 모아 세계 각국 언어로 번역해 유튜브에 올린 메갈리아의 행동은 “남성 혐오를 퍼뜨리기 위해서”라고 설명됐다. JTBC는 “전문가들은 ‘온라인 혐오’의 원인으로 열등감과 피해의식을 꼽는다”면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석주 의사의 “우리가 많이 당해왔기 때문에 우리가 하려는 것은 복수라고 하는 것이고요. 해소할 곳을 찾은 게 비뚤어진 현상으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JTBC가 단순히 ‘남성혐오’라고 소개한 메갈리아 회원들의 사례는 열등감과 피해의식으로 인해 그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걸로도 해석 가능하다.

메갈리아는 여성혐오의 말과 행동 모방으로 ‘미러링’을 통해 그에 대한 잘못을 깨닫게 하겠다는 의미에서 탄생한 커뮤니티다. 물론, 그 같은 방식으로 여성혐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게 옳으냐는 지적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리고 메갈리아로 인한 크고 작은 논란이 문제가 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메갈리아를 단순히 ‘남성혐오 사이트’라고 단순규정하는 것이 옳은가는 다른 문제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JTBC ‘팩트체크’를 통해 바로 잡아야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팩트체크’를 JTBC에 요청합니다>라는 공문을 통해 “JTBC 보도에서 제시한 통계의 성별 차이는 지금까지 관련 연구결과와는 큰 차이가 있어 자칫 온라인상에서 여성혐오가 남성혐오 보다 덜 하다는 왜곡된 정보가 사실로 비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미디어운동본부는 “JTBC 보도는 기존의 연구결과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며 “여성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온라인 성차별성 모니터링 및 모니터링 도구 개발 연구>에서도 남성과 여성 혐오 모두를 모니터링 한 결과 온라인에서의 성차별성은 많은 부분 여성을 겨냥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연합뉴스 <‘김치녀 vs 한남충’…지금 인터넷에선 남녀 댓글전쟁>(2015년 12월 2일)을 보면 “‘여혐’과 관련된 언급이 ‘남혐’(남성혐오)보다 훨씬 많다”면서 2011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블로그(6억4천992만6천92건)와 트위터(78억1천947만6천137건)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여성혐오가 언급된 횟수는 월평균 8만회로, 월평균 1만여회로 집계된 남성혐오 언급 횟수의 8배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JTBC는 해당 보도가 ‘다음소프트와 함께 분석한 자료’를 근거로 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다음소프트 최재원 이사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남성혐오를 뜻하는 단어는 올해 6월 이전까지 한 달에 1∼2건 정도 나오거나 아예 없었다”며 “반면, 김치녀·된장녀 등 여성혐오 단어는 분석을 시작한 2011년부터 연 3만∼15만 회나 됐다”고 말했다. 여성혐오가 훨씬 더 많았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미디어운동본부는 “다음소프트의 ‘로데이터(raw data)’를 공개 요청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분석 대상과 방법 공개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JTBC <뉴스룸>의 또 다른 코너 ‘팩트체크’를 통해 자사 탐사플러스 보도와 관련해 바로잡아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미디어운동본부는 앞서 JTBC <뉴스룸> ‘탐사플러스’ 보도와 관련해 △조사대상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명, △조사대상 선택 기준, △사용된 키워드 분석 및 키워드 선정 기준, △남성혐오와 여성혐오라고 규정한 기준, △분석에 대한 검증절차 등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JTBC는 “다음소프트와 함께 분석한 자료”라면서 “자료 공개에 대해 다음소프트에 문의해봤는데 자료자체를 공개하는 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점 양해 부탁드린다”라는 답변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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