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음악웹진 <보다>의 김학선 편집장이 미디어스에 매주 <소리 나는 리뷰>를 연재한다. 한 주는 최근 1달 내 발매된 국내외 새 음반 가운데 ‘놓치면 아쉬울’ 작품을 소개하는 단평을, 한 주는 ‘음악’을 소재로 한 칼럼 및 뮤지션 인터뷰 등을 선보인다.

* 국내 음반

이호석 <이인자의 철학> (2016. 1. 20.)

사색의 앨범이고 사색하게 하는 앨범이다. '철학'이란 낱말이 들어가 있는 제목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앨범은 조곤조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음악 안에 담긴 정서를 공유하게 한다. 이아립과 함께한 프로젝트 하와이를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이호석은 자신의 두 번째 앨범을 통해 확실하게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게 됐다.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에 두고 여백을 많이 두는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건반을 비롯해 곳곳에 자리한 다른 악기 연주들은 꼭 있어야 할 만큼만의 소리를 들려주며 더 집중해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지금의 계절에 더 잘 어울리는 '생각의 겨울' 같은 음악이다.

빌리 카터 <Yellow> (2016. 1. 12.)

첫 번째 EP가 열정적인 붉은 색이었다면 두 번째 EP는 노란 색이다. 무대 위에서 그 누구보다 뜨거운 블루스를 들려주는 빌리 카터는 <Yellow>에서 어쿠스틱 스타일로 편곡한 블루스를 들려준다. 3인조 빌리 카터가 익숙한 이들에겐 더 새롭게 들릴 수 있겠지만 드러머 이현준이 합류하기 전 이들은 기타 치고 하모니카 불던 2인조 어쿠스틱 블루스 밴드였다. 빌리 카터는 <Yellow>를 통해 빌리 카터를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거친 매력의 이미지뿐 아니라 그 안에 품고 있는 섬세함의 매력까지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거칠고 섬세한 이 상반된 매력은 김지원의 보컬에도 그대로 담겨있다. 특별히 언급하고 싶을 만큼, 자신만의 목소리를 갖게 됐다.

스위머스 <Swiimers> (2016. 1. 12.)

UHF(UltraHighFrequency)란 이름으로 활동하던 밴드는 초극단파로 이름을 바꾸고 지금의 스위머스로 또 한 번 이름을 바꿨다. 이름은 계속해서 바뀌었지만 음악의 전체적인 기조는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팀을 이끌고 있는 조민경(보컬/기타)의 존재감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포스트 록이란 범주에 속할 테지만 이들은 그 안에서 계속해서 좋은 팝송들을 만들어왔다. 스위머스의 음악 역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체적인 분위기와 정서는 마치 부유하는 듯 떠다니고 이미지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 들려오는 멜로디는 또렷하다. 서사와 선율의 바다 속에 자연스럽게 몸을 담그게 한다.

허성 <나의 노래 (To Be Sung)> (2016. 1. 12.)

드물게 존재하는 한국 남성 재즈 보컬리스트 계보에 새로운 싱어 한 명이 등장했다. 미국에서 공부하며 공연 활동까지 펼쳐온 허성은 자신의 이름인 '성'(Sung)을 이용한 앨범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한국에서의 활동을 시작하려 한다. 담백한 음성으로 스스로 만들어 부르는 노래들과 'The Water Is Wide' 같은 커버곡들은 부담스럽지 않게 편안히 흘러가지만 미국 현지에서 녹음해온 연주는 결코 녹록하지 않다. 보도자료에서 밝힌 것처럼 좋은 기회가 닿는다면 '한국의 그레고리 포터'가 될 수도 있을 얕지 않은 대중성까지도 담고 있다.

* 국외 음반

Alabama Shakes <Sound & Color>

알라바마 셰이크스를 이제야 소개하는 건 확실히 뒤늦은 감이 있다.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했고, 곧 열릴 그래미 시상식의 4개 부분 후보에 올랐다. 이런 선전 덕분인지 그동안 수입으로만 소개돼왔던 이들의 두 번째 앨범이 국내에 정식 발매됐다. 음악은 차트 성적과 평단의 찬사가 보증하고 있다. 말하자면 상업성과 작품성 모두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보컬리스트 브리타니 하워드의 마력적인 소울 보컬과 밴드의 블루스·서던 록 연주가 만나는 순간은 정말 특별하다. 특별한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매혹의 순간이다.

David Bowie <Nothing Has Changed: The Very Best Of David Bowie>

데이비드 보위의 새로운 베스트 앨범이 그의 사후 뒤늦게 국내 발매됐다. 베스트 앨범의 한계를, 그리고 죽음과 맞물린 마케팅을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데이비드 보위라는 위대한 아티스트의 광대한 세계를 부족하나마 맛보기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이미 여러 장의 베스트 앨범이 나와 있긴 하지만 데뷔 앨범부터 <The Next Day>(2013)까지 레이블을 초월하여 39곡의 노래를 두 장의 디스크에 망라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베스트 앨범을 위한 신곡 'Sue(Or In A Season Of Crime)'가 수록돼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국내에 정식으로 발매되지 않은 석 장의 디스크로 나온 디럭스 버전에는 59곡의 노래가 연대기 역순으로 수록되어 있다.

김학선 /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네이버 ‘온스테이지’와 EBS <스페이스 공감>의 기획위원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을 맡고 있다. 여러 매체에서 글을 쓰고 있으며 <K-POP, 세계를 홀리다>라는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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