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주의 BEST : ‘믿고 보는 배우’ 박시후가 돌아왔다 <동네의 영웅> (1월 23~24일 방송)

백시윤(박시후)은 한 때 중앙정보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요원이었다. 거대한 작전을 수행하던 중 명령 불복종으로 아끼는 후배 진우(지일주)를 잃었다. 이후 교도소 수감생활을 끝낸 백시윤은 전직 요원들의 아지트인 ‘Bar 이웃’을 인수받아 그 곳에서 복수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제작진의 기획의도에 따르면, OCN <동네의 영웅>의 장르는 생활밀착형 동네첩보전이다. 그래서 1~2회에는 곳곳에 많은 궁금증과 복선을 숨겨두었다. 백시윤은 자신의 후배를 죽음으로 몰고 간 중앙정보국에 복수를 하게 될까, 아니면 어떻게든 용서를 하게 될까. 그 과정에서 ‘Bar 이웃’ 아르바이트생이자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 배정연(권유리)과 경찰 지망생 최찬규(이수혁), 현직 형사 임태호(조성하)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전직요원(강남길)은 백시윤의 후배를 죽게 만든 원수였을까, 아니면 백시윤을 구해주려다 해고된 아군이었을까. 전직 요원의 목숨을 노리는 검은 일당은 중앙정보국일까 아니면 뉴스타 인베스트 세력들일까.

그러나 이 모든 궁금증을 누르고 3회를 기다리게 만든 결정적 장면은 2회 엔딩, 자신이 한 때 사랑했던 여자와 우연히 마주친 백시윤의 슬픈 눈빛이었다. 백시윤은 당시 작전이 끝나면 서안(최윤소)에게 프러포즈를 할 계획이었으나, 후배 진우의 죽음으로 인해 모든 것이 물거품되었고 서안과도 헤어졌다. 그리고 3년 후, ‘Bar 이웃’에서 서안을 우연히 만나게 된 백시윤의 눈빛은 박시후가 아니라면 표현하기 힘든 눈빛이었다.

▲ 1월 23~24일 방송된 OCN <동네의 영웅>

과장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박시후의 전작을 본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SBS <검사 프린세스>에서도 ‘서변’ 박시후는 겉으로는 능글맞고 로맨틱하면서도 종종 상처 입은 사슴 눈으로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백시윤도 마찬가지다. 최찬규, 황사장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에게 서글서글하게 다가가는 모습, 후배를 잃고 사랑하는 여자와도 헤어진 남자의 슬픈 눈빛, 혼자 있을 때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온 몸으로 느껴지는 외로운 기운 등 박시후만이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이번 <동네의 영웅>에서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주의 WORST : 지나친 감동과 흔한 사연의 잘못된 콜라보레이션 <힐링캠프> (1월 25일 방송)

SBS <힐링캠프>에서 이경규와 성유리가 하차하고 김제동 단독 MC 체제로 간다고 했을 때도, 그가 역시 단독 MC로 진행하는 JTBC <김제동의 톡투유: 걱정말아요 그대>(이하 <톡투유>)와 비슷할 것이라는 우려는 하지 않았다. <힐링캠프>는 방청객이 MC가 되어 게스트에게 질문을 던지는 토크쇼이고, <톡투유>는 방청객의 사연에 의존해 진행되는 토크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청객의 사연을 받아 연예인 패널들이 ‘내 인생의 OST’를 불러주는 지금의 <힐링캠프>는 <톡투유>에 노래만 얹은 아류작에 불과하다. <톡투유>는 매주 한 가지 주제를 놓고 그와 관련된 사연을 듣고 전문가 패널들이 조언을 건네거나 공감을 표하는, 매우 밀도 있는 토크쇼다. <힐링캠프>는 특정한 주제가 없다. 그냥 돗자리 넓게 펴놓고 ‘얘기하고 싶은 사람 여기 모두 모여라’라고 외치는 식이다. 육아, 이별, 결혼, 심지어 부킹까지 한데 뭉쳐지지 않는 사연은 쉽게 증발되고 만다.

지난 25일 방송에서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두 딸을 홀로 키운 어머니의 사연, 자신도 쌍둥이를 길러봤기에 쌍둥이를 낳은 딸의 고생을 너무나 잘 아는 어머니의 사연은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모성애 사연은 너무나 흔해서 듣지 않고도 이미 시나리오가 그려진다. 방청객의 사연을 경청한 후 연예인 패널들이 자신의 유사한 경험을 보태며 공감을 하고 그 중 한 명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에는 자막으로 ‘세상 모든 어머니들 응원합니다’ 혹은 ‘위대한 그 이름 어머니’ 같은 눈물 짜내는 구절이 등장하는, 빤히 예상되는 사연들을 모았기에 공감은 가지만 신선하지는 않는 토크쇼가 되어버렸다.

▲ 1월 25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

심지어 한 방청객은 <힐링캠프>를 통해 ‘즉석 부킹’을 하고 싶다며 당당하게 밝혔다. 뚜렷한 사연이 없었던 그는 “(노래)제목이 어떻든 주제가 어떻든” 그냥 제시의 노래가 듣고 싶다고 말했다. 즉석에서 방청객의 만남을 주선하고 아무 사연이 담겨있지 않은 노래를 부르는 것이 과연 ‘힐링’인지 의문이다.

심지어 김제동은 <톡투유>에서 해 온 진행방식 그대로 <힐링캠프>를 이끌어간다. “여자가 프러포즈 먼저 하면 안 되나요?”라는 사연에 “됩니다. 하세요. 다음 사연 보겠습니다. 하면 되지, 그걸 왜 우리한테 묻습니까?”라며 괜한 질투를 내는 김제동의 ‘노총각’ 개그는 이제 지겨워질 때가 됐다. <톡투유>에서도, <힐링캠프>에서도 43살 외로운 노총각 김제동은 더 이상 웃기거나 애처롭지 않고 식상한 캐릭터가 되었다. 더 이상 <힐링캠프>를 보고 ‘힐링’이 되지 않는 순간이 온 것이다.

이가온 / TV평론가
웹진 텐아시아와 잡지사 하이컷을 거쳐 지금은 프리랜서로 활동 중. 회사를 퇴사한 후에도 여전히 TV를 놓지 못하고, TV평론으로 밥벌이하는 30대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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