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뉴스에서 유난히 독일과 관련된 기사들을 손쉽게 볼 수 있다. 작년 섣달그믐(Sivester) 퀼른(Koln)시(市)에서 발생한 난민들의 집단 성추행/성폭행 사건 때문이다. 자극적인 기사를 좋아하는(?) 국내언론들은 이 사건을 독일의 정치적 갈등이 강화되는 기조로 보도하고, 몇몇 사람들은 가뜩이나 저조한 국내의 난민입국허가를 옹호하는 어조를 표명하는 근거로 사용하고 있다. 쾰른사건이 발생하기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중동과 북아프리카지역에서 밀려들어오는 난민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메르켈 독일 총리의 태도에 찬사를 보냈던 언론사들의 논조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독일 내에서 그의 지지율 하락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우리의 폐쇄적인 정책이 안정을 가져다주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번에 발생한 쾰른사건을 통해서 대연정(Große Koalition) 정당 간의 견해차는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쾰른사건이 정치적 균열을 만드는 기폭제가 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여러 정책 방향에서 나타났던 의견 차이들이 다시금 확인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쾰른사건 이후의 독일 동향

쾰른사건이 처음으로 알려진 창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이었다. 섣달그믐이 막 지난 1월 1일 새벽 퀼른지역의 중고거래페이지인 공개그룹 Nett-Werk Koln에 난민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독일 여성을 성추행/성폭행하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페이지 운영자는 글의 내용이 선동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여 삭제하게 된다. 이때 까지는 이 사건이 지금처럼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동일자 퀼른지역의 지역신문 Kolner Express에서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국면은 180도 달라진다. 퀼른시 경찰이 해당 사건을 본격적으로 수사하면서 수십 명의 피해자를 파악했고, 이들에게 공통으로 난민들에게 피해를 봤다는 진술을 얻게 된다. 차후에 알려진 내용이지만 사건이 발생한 섣달그믐 이미 퀼른시 경찰은 관련사건 신고를 받아 이미 가담자들의 일부를 구금과 추방한 것으로 알려져 독일 사회 내에서 질타를 받게 되었다. 비판은 공영방송사들에도 이어졌다. 제2공영채널 ZDF는 사건 발생 당시 사건보도 누락은 제작진의 실수였음을 인정하면서 공식적인 사과방송을 송출했다. ZDF는 후속조치로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서 취재진행 상황과 관련 뉴스를 신속하게 보도하겠다고 표명했지만, 이 역시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자료들을 얻지 못해 또다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20여 일이 지난 현재 독일 언론에서 여전히 이 사건은 중요한 이슈임은 자명하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신문과 뉴스에선 연일 발생하는 난민들의 사건과 사고들이 보도되고 있으며, 텔레비전 시사프로그램들에선 현재의 이민정책에 대해 여러모로 토론하고 점검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대연정을 이루고 있는 기독민주당(CDU), 기독사회당(CSU). 사회민주당(SPD)의 주요 인사들도 메르켈총리가 이끌었던 난민수용정책을 비판하면서 현재 운용되고 있는 법과 제도들의 보완 필요성을 강력하게 표명하면서 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언론보도나 실제 현상에서 국내에 비친 모습과 다른 부분은 쾰른사건의 문제를 특정한 정치인이나 정당의 문제로 귀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진행된 정책과 사회문제로 다루는 목소리가 더 크다는 점이다.

정치권의 움직임은 현재 체류 중인 난민들의 사회통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연방법무부장관 하이코 마스(Heiko Maas, SDP)와 연방 내무부장관 토마스 데메지에르(Thomas de Maiziere. CDU)는 외국인에 대한 추방규정 개정안을 하원에 제출한다. 현재 독일체류법(Aufenthaltsgesetz)의 §54에 명시된 외국인 범죄자의 구금과 범죄 수준에 대한 처벌기준을 강화한 내용으로, 특히 독일 내에서 외국인이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자국 내에서 징역이나 구금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즉각적인 추방이 가능하도록 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 외에도 외국인이 타인 또는 여러 사람에게 신체보존(korperliche Unversehrtheit)의 권리 저해, 성적 자기결정권(sexuelle Selbstbestimmung)침해, 재산권 침해 및 공무원공무집행방해(das Eigentum oder wegen Widerstands gegen Vollstreckungsbeamte)등의 위법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이들의 권리보다는 사회적 안정을 우선으로 보호하기 위해 이들을 추방할 근거를 갖게 된다. 또한, 난민들의 거주지등록을 강화하려는 방안도 정당 간 협상에 들어갔다. 작년 독일 내 난민유입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새롭게 적용하고자 했던 난민 관련법을 한동안 유예하기로 결정했었다. 또한, 난민들의 거주등록이 한꺼번에 진행되면 발생할 혼란을 막기 위해 2016년 초까지 의무등록 기간을 연장해주도록 합의했지만, 이번 쾰른사건을 계기로 연장 기간을 축소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또한, 현재 발효가 유예되고 있는 난민 관련법을 조속히 시행하여 강화된 추방조항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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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이주정책 역사와 현재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들을 보면 국내 언론에서 소개하고 있는 것처럼 독일은 이제 난민들을 손쉽게 추방하고, 새로운 난민들을 유입하는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과거 독일이 어떤 방식으로 이주자정책을 펼쳐왔는지를 보면 단순한 전망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독일에서 외국인 비율이 높아진 것은 1980년대부터였지만 이들을 정식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1년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독일 전체 인구 중 외국인의 비율은 10% 내외를 차지하면서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부상했고, 2015년 적극적인 난민수용정책을 펼치면서 그 비율은 더 높아지는 추세다. 독일이 공식적으로 다문화 국가임을 선포한 시기는 2005년 발효된 이민법(Zuwanderungsgesetz)에 의해서다. 그 전에 독일로 유입되었던 외국인들은 1950년대 손님노동자(Gast Arbeiter), 학생 등으로 분류되어 일시적 체류만 허용된 수준이었다.

독일의 경제호황이 주춤했던 1983년에는 외국인들을 자국으로 귀환시키기 위해 유화책인 귀국촉진법(Gesetzes zur Forderung der Ruckkehrbereitschaft von Auslandern)을 제정하면서 자국정착지원금을 주기도 했다. 2000년도에 들어서 IT산업이 부상하자 전문분야 종사자들에게 제한적으로 영주권을 발급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자국에 이익이 되는 외국인들만을 선별적으로 자국에 체류하도록 했다. 2004년 의회통과, 2005년 발효된 이민법은 독일 사회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EU의 권고에 의한 성격이 강했다. 이미 8% 이상의 외국인들이 체류하고 있었지만, 이들에 대한 법적 장치가 없었기 때문에 독일은 이 권고를 받아들여 2002년 이민법을 제정한다. 하지만 연방헌법재판소는 2002년도의 입법과정이 부적절했다고 판결하여 위헌을 선언했다. 2년여의 재토론을 거쳐 결국 2004년 7월에서야 정식으로 의회통과가 선언된다.

그렇다면, 난민 문제는?

법적으로 외국인의 지위가 인정되었지만, 사회 내에서는 아직도 이들에 대한 시선은 완전하다고 하긴 어렵다. 2014년 10월 작센 주의 주도(州都)인 드레스덴에서 조직된 페기다(PEGIDA: Patriotische Europaer gegen die Islamisierung des Abendlandes, 유럽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는 독일 전역으로 세력을 확장하여 대도시를 중심으로 인종차별을 외치고 있다. 이번 쾰른사건은 이들에게도 좋은 기제로 작용하여 다시 세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2월 6일 독일을 제외한 유럽 6개국에서 시위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네오나치(Neo-Nazi)주의자들이 극우세력으로 인종차별에 나서고 있으며, 쾰른사건 이후 민족주의 기반의 극우정당 독일국가민주당(NPD)의 지지율도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독일에서 난민유입이 가져온 논쟁은 이들을 어떻게 독일사회에 적응하도록 유도하는가에 있었다. 그래서 2015년 이후 이민관련법이나 난민관련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회통합(Integration)의 기조 중 언어와 문화습득을 촉진하기 위한 어학 과정과 방송프로그램들도 확대되었으며, 이를 위한 물질지원을 강화하기도 했다. 또한, 삶의 수준을 현재 독일의 최저생계비용까지 높임으로 안정적인 생활기반을 제공하는 것도 병행했다. 이와 같은 상황은 과거의 이주정책에 비해서 상당히 유화된 방향이었지만, 문제는 이주자가 급격하게 증가한 작년과 같은 사례를 대처하기 위한 장치가 없었다는 데 있다. 195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던 독일에 이로운 인재들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였던 이주정책이 모든 대상으로 확대되면서 자국의 이익과 맞지 않는 사람들이 유입되는 상황들이 이어진 것이다. 물론 이주정책과 난민 문제는 이주자의 독일 체류목적과 방식, 그리고 법적 지위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음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지금의 독일 내 난민 문제, 특히 이번 쾰른사건을 통해 발생하고 있는 독일의 사회적 흐름을 평가하기 위해서 과거에 행해졌던 이주정책은 한 가지 시사점을 준다. 아직 독일은 다문화 국가로서 준비가 되지 않았으며, 앞으로의 전개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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