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와 KT는 지난해 11월부터 SK텔레콤을 물어뜯기 바쁘다.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건 때문이다. 두 사업자는 이동통신업계 1위이자 IPTV 전국사업자를 계열사로 갖고 있는 SK텔레콤이 지역사업자이자 종합유선방송업계 1위이자 알뜰폰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을 갖게 되면 ‘지배력 전이’가 일어나고 방송통신시장의 독과점이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SK는 유료방송사업자의 인수합병은 세계적 추세이며 방송통신융합 시대에 발맞춰 SK가 업계에서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시장을 선도하면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돌아갈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판단은 정부가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독과점과 지배력 전이에 대한 판단을 하고,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각종 인허가와 공익성 심사를 맡게 된다. 그러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면 이후 대형 인수합병을 추진하며 정부의 창조경제 슬로건에 적극 협력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창조경제 주무부처인 미래부의 심사는 형식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남은 것은 방통위인데, 방통위는 지난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본격 심사 준비에 나섰다. 방통위 상임위원들과 사무처 실무자들은 22일과 다음 주중 총 두 차례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정책연구실장을 초청해 ‘SK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방송정책과 방송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비공개 워크숍까지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사업자와 학계의 주장과 분석만이 이번 심사에 반영된다는 점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희망연대노동조합, 참여연대, 지역시청자단체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최근 방송통신실천연대를 구성하고 이번 인수합병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번 문제는 단순히 기업 간의 시장 점유율 획득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통신독과점의 모순을 더욱 심화시키고, △SKT가 알뜰폰 1위인 헬로비전까지 합병함으로써 SKT의 시장지배력이 더욱 심화될 것이고 △특정 재벌의 지역방송 장악과 지역방송독과점도 가속화시키고 △이용자·소비자들의 선택권에도 심각한 침해를 가져올 것 등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방통연대는 이번 거래가 방송, 지역, 노동의 측면에서 모두 부정적인 후과를 갖고 올 것으로 본다. 그리고 동시에 이번 인수합병 심사로 방송의 공공성과 지역성, 그리고 방송통신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미디어스는 21일 SK텔레콤 본사가 입주해 있는 서울 을지로 T타워 앞에서 일인시위를 벌인 김동찬 언론연대 사무처장, 박대성 희망연대노조 대외협력국장에게 인수합병 반대의 이유를 물었다.

미디어스) 언론운동단체가 SK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이유는 뭔가.

김동찬) 방송법의 기본 정신과 철학은 재벌과 대기업의 방송 진출을 제한하는 것이다. 그러나 방송에서 대기업의 비중이 커지고, 플랫폼의 역할이 커져 왔다. 이런 상황에서 독과점이 발생하면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것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사진=미디어스)

미디어스)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유료방송가입자의 60% 이상은 SK 아니면 KT 가입자가 된다. 여기에 3년 일몰제로 끝나는 유료방송합산규제가 종료되면 독과점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유료방송 가입가구의 60% 이상은 KT 또는 SK가 편성하는 방송에 노출된다.

김동찬) 이용자의 선택권이 크게 침해된다. 케이블은 지역권역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역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IPTV는 전국을 동일하게 편성한다. 입맛에 맞게 채널을 편성하는데 인수합병이 되면 이런 것이 더 고착화될 수 있다. 현재도 이용자, 가입자의 서비스 선택권은 굉장히 좁다. 지역시청자위원회 가티 시청권을 보장하는 제도도 보장돼 있지 않다. 유료방송이 이윤추구에만 관심이 있는 통신재벌 대기업 위주로 재편되면 공공성, 지역성에 대한 요구를 하기는 더 힘들어진다. 이번에 미래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좋은 규제’를 도입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미디어스) 지역채널도 논란이다. 학계에서는 대기업이 직접 지역채널을 하지 말고 지역시민사회와 지역언론이 지역채널을 운영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했지만 SK는 답을 하지 않고 있다.

김동찬) 사견을 말하자면, 대기업이 지역채널을 운영하지 않게 하고 지역채널을 독립시키는 것이 맞다고 본다. 지역채널의 존재 이유는 지역성 구현, 공공성 확보다. 이것을 재벌이 제대로 운영할리 없다. 특히 선거시기에는 지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플랫폼사업자는 플랫폼만 제공하고 지역시민사회나 지역단체, 가입자들에게 채널운영권을 완전히 넘기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미디어스) 노동조합이 이번 인수합병 추진에 반대하는 이유는 뭔가.

박대성) 고용 문제가 가장 크다. SK는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원청 정규직만 보더라도 중복되는 일이 있을 것이고 어떻게든 정리하려고 할 것이다. “CJ헬로비전 팀장급 이상은 짐을 싸라”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협력업체다. SK브로드밴드는 각 지역에 ‘행복센터’가 있고 CJ헬로비전은 23개 지역에 협력업체가 있다. 영업권역이 겹치는 곳에서 협력업체를 어떻게 할지 얘기를 않고 있다. SK는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런데 기존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일자리인가. 또 케이블은 노동조합과 함께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성, 공공성을 위해 지역사회와 함께 활동을 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담보할지도 SK에는 없다. 지역채널 또한 획일화될 가능성이 크다.

▲박대성 희망연대노동조합 대외협력국장 (사진=미디어스.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미디어스) SK의 주장을 키워드로 정리하면 글로벌 트렌드, 규모의 경제, 소비자 편익, 5년간 5조5천억 투자, 4만8천개 고용유발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취재기자로서도 답답한 것이 SK는 지역영업조직을 어떻게 통합하고, 불법 다단계하도급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답하지 않고 있다. SK브로드밴드 행복센터 노동자도 CJ헬로비전 간접고용노동자도 동일한 상품을 팔게 된다. 심지어 SK는 이동통신 결합상품을 케이블 가입자에게 권유하고, SK와 CJ 양쪽 간접고용노동자에게 성과를 경쟁시키겠다고도 했다. 그런데도 “지역조직은 변화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투자할 돈과 의지가 있다면 직접고용 정규직화 같은 것도 검토할 수 있겠으나 여기에 대한 고민도 없는 듯하다. 언론이 어떤 부분에 집중해서 보도해야 하나.

박대성) 노동 부분으로 한정하자면 재벌의 ‘고용창출’ 립서비스를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5년간 5조원 넘게 투자하고 4만8천개의 일자리를 만든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플랜이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몇 년까지는 어떻게 운영될 것이고 투자로 발생하는 일자리는 어떤 부분이다, 같은 대답을 이끌어내야 한다. 큰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작은 SO를 사들여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될 때만 보더라도 노동자들은 줄었다. 그리고 다단계하도급이나 개인사업자로 밀려났다. 통신이든 케이블이든 질 좋은 서비스를 하고 노동자에게 자긍심을 갖게 하려면 ‘직접고용’으로 가야 하는데 SK는 고민조차 없는 것 같다. SK브로드밴드 하청업체에서는 노동조합이 만들어져 정규직화 됐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CJ헬로비전은 노동조합도 없다. 다단계하도급, 개인사업자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이런 문제를 지적하고 정규직화 필요성을 지적하는 기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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