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의 석방을 촉구하는 <우리는 한상균이 무죄라는 것을 압니다> 콘서트가 열렸다. 지난해 11월 14일 열린 민중총궐기를 주도한 혐의로 현재 구속 상태이기에 정작 주인공은 참석할 수 없었지만, 그가 무죄라는 것을 알고 있는 많은 이들이 마음을 모아 마련한 자리였다.

심리치료센터 와락 권지영 대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김정열 사무총장, 금속노조 김혁 기획국장, 인권중심 사람 박래군 소장은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 사무국장의 진행 아래 ‘내가 기억하는 한상균’과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노동자 탄압에 대한 소회를 풀어놨다.

▲ 21일 오후 7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의 석방을 촉구하는 콘서트가 열렸다. 왼쪽부터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 사무국장, 인권중심 사람 박래군 소장,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김정열 사무총장, 심리치유센터 와락 권지영 대표, 금속노조 김혁 기획국장 ⓒ미디어스

권지영 대표는 “지금까지 만나 본 가장 재미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인데, 총궐기 전후 해서 언론에서 아주 흉악무도한 사람처럼, 악마처럼, 마치 피도 우리와 색깔이 다른 것처럼 묘사를 했다. 그런데 저희는 안다, 상균이 형을”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평택에서도 종편 채널에서 계속 한상균 위원장을 아주 나쁜 사람으로 묘사하니까 동네 할머니들도 ‘저 인간 왜 안 잡아가나’ 하더라. 10~11살 아이들이 듣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고 한다. 나중에 설명해 주니 ‘상균이 삼촌은 나쁜 사람이 아니고 힘든 사람들, 노동자들 위해서 한 건데 나쁜 경찰과 나쁜 대통령 때문에 잡혀가신 것’이라고 하더라. 10살, 11살 아이들만도 못한 세상이 아닌가, 그런 어른들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정열 사무총장 역시 “기자회견에서 ‘나는 살인범도 파렴치범도 아닌 해고노동자’라고 한 발언이 인상적이었다”며 “저희 농민들에게 한상균 위원장은 봉황에서 농사짓던, 임복선 어머니의 아들이다. 다른 계급의 사람이 아니라는 거다. 여성 농민들은 한상균 위원장을 그렇게 봤고, 민중총궐기를 통해 노동자의 삶에 대해 새롭게 보게 됐다. 그게 총궐기로 이뤄낸 연대의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래군 소장은 “2009년 쌍용차 파업 투쟁 들어갈 때 위원장으로 한상균 씨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투쟁을) 정리하고 나올 때 조합원들을 서로 안아주면서 뜨겁게 울던 모습들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한상균 위원장이 감옥에 가는 상황이 참 미안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안탄압이 기승을 부리고 있고 올해 들어 더 심해질 거라고 본다. (정부는) 효과 보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민주노총을 위축시키고 힘을 못 쓰게 하면 장기집권이 순탄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1차 민중총궐기 때) 13만이 나온 건 벼랑 끝에 선 사람들이 ‘살고 싶다’, ‘살려달라’고 비명 지른 것이다. 이걸 언제까지 폭력으로만 대응할 수 있겠나”라며 “겨울 공화국의 긴 터널에 들어가고 있지만 옆에 있는 사람들을 믿고 이겨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상균 위원장 “석방 아닌 해방 준비하는 민주노총 될 것” 옥중 편지 보내와

같은 자리에서 안산 단원고 2학년 4반 고 최성호 학생 아버지 최경덕 씨는 “가족들은 혼자 싸우고 있는 줄 알았고 옆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다. 그래서 외롭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우리가 말하는 것을 믿고 지지하고 더 큰 목소리로 얘기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어느 순간 느꼈다”며 “한상균 위원장은 처음에 민주노총 위원장인지도 몰랐다. 다만 저 사람도 ‘우리’ 중의 하나구나 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최경덕 씨는 “여기에 수많은 ‘우리’들이 와 있다. 다른 사람들, 너희들이 아니고 여기에 계신 분들이 모두 ‘우리’ 중의 한 명이라고 저는 믿고 있고, 그 중에 저희 416 가족협의회가 있어서 기쁜 마음도 있다”며 “우리들은 한상균 위원장이 무죄라는 걸 안다. 더 강한 우리들이 되기 위해 이 자리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우리이기 때문에 바꿀 수 있고 이길 수 있고 더 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강한 우리들을 위해서 파이팅하고 싶다”고 전했다.

▲ 한상균 위원장의 어머니 임복선 씨의 영상편지 ⓒ미디어스

이날 콘서트에서는 한상균 위원장의 어머니인 임복선 씨의 영상편지와, 한상균 위원장의 옥중 편지가 공개되기도 했다. 형편이 어려워 대학을 보낼 수 없었던 것을 미안해했던 어머니는, 사회생활을 시작하고도 꼬박꼬박 편지를 챙겨 보내오는 아들을 떠올리며 “언젠가는 편지를 보듬고 잤당께”라고 털어놨다.

임복선 씨는 “(같이) 고생하신 양반들 너무너무 감사하고 또 고맙다. 하루라도 앞당겨서 나오게(석방되게) 좀 해 주셨으면 좋겠다. 제가 생각할 때는 쟤(한상균)가 사람을 죽였을까 도둑질을 했을까, 서민을 위해 살자는 노릇이라고 보는데 그게 죄라고 하니까… 죄값을 받아야 한다고 해도 죄 좀 감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상균 위원장은 <더 큰 감옥에 갇힌 당신들에게>라는 제목의 편지에서 “한상균 콘서트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민망한 일”이라며 “아직 노동개악을 막지도 못했고 무도한 정권과 맞서 싸워야 할 이때에 다른 분들에게 책임을 넘겨드린 것 같아 송구스런 마음 금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웃을 일 만드는 민주노총, 석방이 아니라 해방을 준비하는 민주노총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십시오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뮤지션 시와, 랩퍼 제리케이, 노래패 우리나라 등의 공연으로 한껏 고조됐던 한상균 위원장 석방 촉구 콘서트는 2시간 20여분이 지나서야 끝났다. 이날 콘서트 진행 비용은 시민들의 자발적 기부로 마련됐다. SNS 상에서는 “내가 한상균이다”라는 문구와 함께 인증샷 올리기, #한상균석방 해시태그 달기, 한상균 위원장 석방을 촉구하는 조각보 성명 만들기 등의 행사들도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 랩퍼 제리케이의 무대가 펼쳐지고 있다. ⓒ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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