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진행된 ‘영국의 공동체라디오 경험으로부터 배운다’ 특별강연 모습 ⓒ미디액트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와인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가게. 지역의 축구경기서 어떤 팀이 졌고 왜 졌는지 분석을 볼 수 있는 곳. 연말정산 등 세금공제를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곳. 이런 동네의 모든 소식들을 들을 수 있는 곳.”

포털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영국에서 운영되는 공동체라디오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지역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로 형성됐고 이로써 이 지역의 공동체라디오 사이트에 접속하면 지역출신 사람들이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어느 나라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는 곳이라고 로리 핼릿은 이야기한다.

지난 19일 ‘미디액트’는 ‘영국의 공동체라디오 경험으로부터 배운다’는 주제로 영국 오프콤(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 역할 담당 기구)의 공동체라디오 정책 담당자이며 공동체미디어연합(CMA) 활동가인 로리 핼릿의 초청특강을 진행했다. 이 강연에서 로리 핼릿은 영국 공동체라디오 현황과 전망을 중심으로 발표했다.

로리 핼릿은 “영국의 공동체 방송국들은 스스로 위치를 선택할 수 있고, 장소에 기반을 둔 공동체나 관심사에 기반을 둔 공동체(동년배 모임, 소수민족, 음악 장르, 예술 관련, 종교 등) 모두를 대상으로 하여 운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야말로 다양한 라디오방송국이 존재하는데 그 중 <Takeover Radio - Leicester>는 어린이들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어린이 라디오 방송국이며 <Angel Radio - Havant>는 60살 이상을 대상으로 1958년 이전에 나온 음악만을 방송하는 것이 내규라고 한다. 농촌 지역의 공동체 형성을 위해 방송하고 있는 공동체라디오 <Forest Of Dean Community Radio - Forest of Dean>도 있다.

현재 영국에서는 상설 공동체 라디오에 대한 허가 제도는 아직 없다. 그러나 ‘단기 제한적 방송 허가제도’(Restricted Service Licences, RSL)가 가능해지면서 이를 이용해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특정한 프로젝트 형식으로 운영이 가능해졌다. RSL을 통해서 런던에서는 한 단체 당 1년에 두 번씩 방송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제한에도 불구하고 신청자가 많은 상황이라는 것이 로리 핼릿의 설명이다.

로리 핼릿은 “2001년에 처음 실험적으로 운영되던 공동체라디오는 2008년 현재 187개의 방송국이 인가를 받았고 그 중 120개 정도가 현재 방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25W의 출력으로 반경 5Km의 권역대를 가지고 있는 것 역시 우리나라의 공동체라디오와 달랐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동체라디오는 시범사업으로 8곳에서 1W의 출력으로 운영중에 있다.

그는 그렇다고 영국의 공동체라디오가 쉽게 시작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국회를 대상으로 “전국적인 BBC와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는 상업미디어 사이의 ‘특수영역’을 다루지 않고 있다”며 “소규모 공동체를 위한 방송이 필요하다”고 끊임없이 설득했다는 것이다. 공동체라디오연합을 만들어 전국적으로 캠페인도 전개했다. 한편으로는 정책을 만들어 제시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주파수를 해방하라”, “FM은 민중의 것이다”라는 시위더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영국의 공동체라디오가 자리를 잡게 된 것은 오프콤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심의에서만 봐도 그렇다. 현재 우리나라는 공동체라디오도 방송심의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어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협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로리 핼릿은 “영국에서는 검열 법규 규정이 없다. 불법적인 내용이 없게 하는 것에만 신경 쓰고 있다”며 “검열로 인해 방송사면허취소를 한 것 역시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다만 선거기간에만 후보들에게 공평하게 발언권이 가도록 하는 것을 규정으로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영국와 우리나라의 차이는 너무나도 컸다. 상업적 방송과 공동체라디오가 다르다는 인식이 큰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일례로 우리나라 공동체라디오는 저작권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영국의 경우 상업방송이 아니기에 적은 돈을 내면 생방송 중에는 자유롭게 음악을 내보낼 수 있다고 했다.

로리 핼릿은 “한국은 공동체라디오의 후발주자로서 다른 많은 나라들의 사례를 연구해서 보편적인 것들을 선택하길 바란다”며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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