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와 주안영상미디어센터 ‘CAMF’ 주최로 ‘미디어 융합과 공동체미디어의 미래’ 국제세미나가 지난 17~18일 이틀간 서울 중구 미디액트 대강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세미나의 마지막 섹션은 최근 위기에 봉착한 ‘공동체미디어와 공적 지원’ 문제를 다뤄, 많은 이들의 큰 관심 속에 진행됐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제작 지원비를 위성방송사업자에게 직접 지급하고 프로그램 채택 방식을 비공모제에서 공모제로 전환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스카이라이프>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방영할 방송채널사업자(PP)를 공모해 해당 PP에게 지원금을 직접 지급하게 된다. 스카이라이프의 위탁을 받아 방송을 해왔던 RTV는 지금까지의 방식으로 운영이 불가능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지난 13일 국회에서 공동체라디오방송 제작 지원 예산이 전액 삭감되어 공동체라디오의 내년 운영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 12월 18일 진행된 '국제세미나' 중 공동체미디어 기금지원 섹션 토론회 모습ⓒ미디액트
이날 토론의 발제를 받은 박혜정 미국 ‘펀딩 익스체인지’(지역 공공재단의 네트워크) 활동가는 “2007년 봄부터 시작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 사태가 미국 금융시장의 위기로 확대됐고 이것은 미국의 비영리단체에게도 커다란 도전과 시련을 안겨다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파생상품에 손을 대어 돈을 굴려온 기업과 민간재단들이 올들어 33% 이상의 투자액 손실을 입고 비영리단체에 대한 기금 지원을 대폭 삭감하고 있는 바람에 10만개의 비영리단체가 2년 이내에 문을 닫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펀딩 익스체인지는 1970년대 초 민권운동의 영향을 받은 젊은 재산상속자들이 지역사회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한 것으로, 1979년 ‘펀딩 익스체인지’라는 공공재단 네트워크로 설립됐다. 이 공공재단의 ‘폴 롭슨 기금’은 독립 미디어 제작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진보적인 내용으로 지역 사회운동을 돕는 비디오, 영화,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 등을 지원하며 ‘미디어 정의 기금’ 프로그램은 미디어활동가들이 주민들과 함께 미디어 정책 변화, 지역 미디어 인프라 설립 및 강화, 미디어 공공성 확보를 위한 활동을 벌이는 데 지원하고 있다.

박혜정 활동가는 기금 분배와 관련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케이블회사, 전화회사 등을 포함한 미디어 기업들의 수익 일부분을 지역사회 미디어센터 운영에 돌려야 한다”며 “기금분배는 임원이 아닌 그 분야의 다양성을 대표하고 신뢰를 받는 이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재단 기금에만 기대어 운영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미국의 시민사회운동이 재단 기금에 의지하면서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되고, 미국 전체가 거대한 ‘영리 산업체’를 이루고 있는 실태를 다룬 책 <The Revolution Will Not Be Funded(혁명은 지원받지 못할 것이다)>을 소개한 뒤“미국의 ‘KPFA Radio’는 방송을 통해 ‘방송국이 유지돼야 여러분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홍보해 청취자로부터 78.5%의 재정지원을 받는 성공을 거두었다”고 설명했다.

사회를 맡은 김명준 미디액트 소장은 “우리나라에도 지역의 미디어 기금이라는 것이 있지만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기금이 지역 방송국이나 지역의 공동체미디어 지원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방송통신위원회로 집중되고 있다”며 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또 “현재 한국의 RTV와 공동체라디오가 위기에 직면해 ‘개인후원’ 등 다양한 재정방안 마련을 구상하고 있다”며 “그렇지만 시청권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공동체라디오의 경우 1W의 출력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RTV의 경우도 독자적인 방송이 아니어서 많은 한계들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로리 핼릿 영국 미디어활동가는 “영국의 공동체미디어는 한 개의 재단에서 단위 재정의 50% 이상의 재정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어 있다”며 재정지원단위의 다양화를 강조했다. 그래야만 예속되지 않고 독립적인 공동체미디어 활동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밖에도 이날 토론에서는 ▲지역 NGO와의 연대를 통한 지원금 마련 ▲해외NGO와의 교류 프로그램 ▲참여적 운동 재단 만들기 ▲개인 후원의 적극적인 확장 방안 마련 ▲식당 등 제3의 재정 지원 방안 마련 등이 제안되며 토론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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