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19일 17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 이명박 후보는 일찌감치 승리를 예고했다. 그에게 ‘도덕성’ 논란은 문제되지 않았다. 방송사의 출구조사 발표와 동시에 여와 야의 표정은 극명하게 갈렸다. 투표 다음날인 20일자 신문들은 ‘국민의 선택-이명박’과 함께 ‘실용외교의 승리’라며 이명박 후보에게 ‘경제대통령’이라는 찬사를 보냈고 ‘압승’이라는 보도들을 쏟아냈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이 받은 득표율은 53.2%. 그렇게 심심한 대통령선거는 재미없게 끝났다.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 1년이 다 돼가고 있다. 언론들은 지난 1년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과연 1년 전 자신들의 찬사에 값할 만큼 이명박 대통령은 제 역할들을 하고 있나.

17일 <경향신문>과 <동아일보>이 나란히 ‘이명박 대통령 당선 1년’을 다뤘다. <경향신문>은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이명박 1년, 민주주의 후퇴’로 규정하고 총 7면을 털어 이명박 정권의 민주주의 후퇴에 대해 평가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이 대통령이 당선된 지 1년이 되는 19일을 이틀 앞두고 이들 공약이 얼마나 지켜졌는지 살펴본다”고 했다. 그렇게 <동아일보>는 “정권교체 1년…11개 핵심공약 어떻게 됐나”라는 제목으로 이명박 정권의 1년을 평가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공약 달성 여부에 맞춰서 평가를 진행한 것이다.

<동아일보>의 이명박 대통령 1년 평가는?

▲ 12월 17일자 <동아일보> 이명박 정부 1년 평가 기사 캡처
◇ ‘달성 및 추진 중’ - 정부조직 개편, 언론 자율성 확보, 세제 개편 : <동아일보>는 민주당과의 충돌에도 불구하고 정부조직 개편이 어느 정도 지켜졌다고 평가했다. 또한 “올해 안에 완료하겠다고 밝힌 ‘언론 자율성 확보’ 공약도 일부 달성됐다”고 평가했다. ‘취재선진화방안’의 폐지와 신문법 등이 비슷한 맥락에서 언론 관련법 연내 폐지 및 개정도 한나라당이 임시국회 내 처리를 목표로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는 “종합부동산세 등 일부 세금의 감면을 추진하겠다는 공약도 국회가 12일 감세법안을 일괄처리하면서 일부 달성됐다”고 평했다.

◇ ‘추진 중, 그러나…’ - 공기업 민영화, 비핵 개방 3000 구상,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 조성, 생애 희망디딤돌 복지, 예산 10% 절감 포함 : <동아일보>는 “공기업 민영화는 촛불시위를 거치면서 공기업 노조가 집단 반발함에 따라 ‘공기업 선진화’로 변경돼 추진 중”이라며 “민영화보다는 경영개선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공기업 매각으로 60조원 재원 마련→중소기업 지원 및 성장 동력 발굴→일자리 창출이라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비핵 개방 3000 구상’의 경우는 ‘금강산 피격 사건’으로 차질을 빚고 있으며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북한의 태도”에 따라 달성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폐기 또는 좌절’ - 한반도 대운하, 경제성장률 7%달성, 주택 50만 호 건설 포함 : <동아일보>는 “올해 6월까지 한반도대운하특별법을 제정해 2009년부터 경부운하 등을 착공하겠다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은 현 시점에서는 사실상 폐기 또는 보류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 6월까지 추진계획을 세우겠다던 경제성장률 7% 달성도 현 경제위기에서는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16일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 내외로 책정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의 이명박 대통령 1년 평가는?

<경향신문>은 이명박 정권을 ▲신권위주의 등장 ▲국가의 시민 통제 ▲관치 경제의 부활 ▲권위주의 리더십 ▲사회적 다원성 파괴 ▲제도와 절차의 훼손 ▲사회적 균형의 상실 등으로 평가했다. 그 분석도 구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 12월 17일자 <경향신문> 이명박 정부 1년 평가 기사 캡처
◇ 국가의 시민통제 “댓글 삭제, 방송엔 ‘낙하산’…표현의 자유 억압 : <경향신문>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후퇴시키는 것과 똑같다“며 촛불시위 초기 방송통신위원회의 <다음>에 댓글 삭제 요청, 조중동광고지면불매운동에 대한 사법처리, 사이버모욕죄 신설 추진, KBS 정연주 사장 해임, YTN 등 방송사에 낙하산 인사 등을 꼽고 있다. 또한 ‘촛불집회의 무차별한 연행’, ‘역사교과서 수정 압력’ 등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례로 해석했다.

◇관치 경제의 부활 “고환율·감세·규제완화…‘분배’없는 시장주의” : <경향신문>은 이명박 정권이 “성장주의 경제정책에 집착하면서 민주주의를 퇴보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라며 “이명박 정권이 초기에 실시한 고환율정책은 불균형 성장 정책의 대표적 사례”라고 꼬집었다. 덧붙여 “지난 13일 통과된 예산안에서도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경감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사회간접자본 예산도 26%가 증가해 부유층과 일부 건설업체는 수혜를 받게 됐지만 저소득·취약계층의 사회안전망 확충 예산은 내년 재정지출 증가율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사회적 다원성 파괴 “한 가지 목소리가 지배하는 ‘일방 사회’ 우려” : “정부·여당이 입법 추진 중인 신문법·방송법 등 언론 관계법 개정안을 보면 어느 한 가지 목소리만 지배하는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는 것이 학자들과 시민사회의 판단이다”라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고 언론사와 대기업에 지상파는 20%, 종합편성과 보도전문채널은 49%까지 지분을 갖게 한 것을 두고 <경향신문>은 “국내 신문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조중동 등 보수색채의 신문들은 자본을 무기로 방송에 진출할 것이 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친정권적 성향의 대기업들도 언론에 진출해 자본의 이해 대변에 충실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과 <동아일보>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동아일보>의 이명박 정부 1년에 대한 평가는 처음부터 잘못 구성됐다. 공약에 대한 달성 여부가 중요한 때에는 ‘공약’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때에만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11대 핵심공약은 공약 그 자체로써 많은 문제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들이다. 이 때문에 공약에 대한 달성 여부로 이명박 정권을 평가한다는 <동아일보>의 기획은 커다란 오류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현재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선 한반도대운하를 두고 생각해보자. 70% 이상의 국민이 반대했던 한반도 대운하는 결국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동아일보>의 평가기준에 따르면 ‘한반도대운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음’은 이명박 정부 평가에 대한 마이너스 요인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오히려 여전히 ‘폐기한다’고 밝히지 않는 청와대를 질타하고 있다. ‘취재선진화방안’을 폐지하는 등 언론 자율성이 달성됐다는 <동아일보>의 평가 역시 이러한 구조적인 평가 속에 갇힐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 2007년 12월 20일 <동아일보> 이명박 당선 소식 기사 캡처
이명박 정부의 철저한 ‘시장주의’ 노선으로 점철된 정부조직 개편은 ‘낙하산인사’와 더불어 큰 논쟁거리였다. “양극화는 시대의 트렌드다”라는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은 종합부동산세라는 고소득층의 ‘대못’을 뽑아내는 성과(?)를 거두는 한편 실물경제위기 관리를 하지 못했다는 평가와 함께 장관에 대한 ‘퇴진’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이렇듯 문제는 조직개편이 아니라 조직개편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로 인해 어떤 정책들이 진행되는가이다.

게다가 <동아일보>의 이명박 정권에 대한 평가는 또한 ‘편파’적이기도 하다. ‘공기업 민영화’는 촛불시위로 인한 공기업 노조의 반란 때문에, ‘비핵 개방 3000 구상’은 ‘금강산 피격 사건’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기업 민영화’의 경우 <동아일보>에서도 이야기하듯 ‘공기업 선진화 방안’으로 변경돼 추진 중에 있으며 실상 말로만 ‘선진화’지 ‘민영화’를 위한 준비단계로 보는 시각들이 많다. 북한과의 관계 역시 이명박 정권의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정책으로 인한 것이라는 인식이 설득력 있게 이야기된다. UN의 북한 인권결의안에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하거나 삐라 살포 등 북한 정부에 신뢰를 주지 못한 측면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공약이 달성하지 못한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동아일보>는 이명박 정부를 대신해 변명해주기를 자청한 모습이다.

▲ 2007년 12월 20일 <경향신문> 이명박 당선 소식 기사 캡처
<동아일보>의 이명박 정부에 대한 1년 평가는 이미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것이다. 같은 날 같은 대상을 두고 이뤄진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의 평가 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는 사정이 거기에 있다.

2007년 12월 20일. 17대 대통령 선거 다음 날 <동아일보>는 “이명박 최다표차 대통령 당선”이라고 소식을 전했다. <경향신문>은 “이명박 당선 ‘신보수 시대’로”라고 다뤘다. 이것이 바로 <경향신문>과 <동아일보>의 이유 있는 차이가 시작된 출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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