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5일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 구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불법 스포츠 도박 및 승부조작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던 전창진 감독의 자진사퇴 소식을 전했다.

KGC 구단은 보도자료에서 “전 감독이 4일 저녁 구단에 감독직 사퇴 의견을 전해왔다. 그간 수사 결과를 지켜보며 전 감독의 복귀를 기다려왔으나 등록 마감 기한과 수사 진행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KGC 구단 측은 당초 전 감독에 대해 무혐의 판단이 나올 경우 시즌 운영이 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6월 말로 돼 있는 감독 등록 마감을 8월14일까지 유예하면서까지 전 감독 사건이 빨리 매듭지어지기를 희망해왔다. 하지만 경찰 수사의 진행이 더디게 진행된 데다 당장 9월에는 시즌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임을 고려해 전 감독의 뜻을 수용했다.

▲ 지난 7월 경찰에 출두하는 전창진 전 감독 <<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전창진 감독은 “불미스러운 일로 구단과 연맹을 비롯한 농구계 전체, 그리고 팬들에게 큰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앞으로 검찰에서 소명에 집중해 조속한 사태 해결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이로써 전창진 감독의 신분은 ‘현 감독’이 아닌 ‘전 감독’으로 바뀌게 됐다. 이후 KBL은 9월 25일 재정위원회를 열고 전창진 전 감독에 대해 ‘무기한 KBL 등록 자격 불허’라는 조치를 내렸다. 사실상 프로농구계에서의 퇴출 결정이었다.

KBL은 이와 관련, “전창진 전 감독이 지난 5월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며 농구계의 명예실추와 막대한 불이익을 초래한 점과, KBL 재임기간 중 다수의 불성실한 경기 운영을 포함해 KBL 규칙 위반 및 질서 문란 행위로 개인 최다 벌금을 납부한 점,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사회적 공인으로서 부적절한 주변 관리 및 행위(불법 스포츠도박 연루자와 친분 및 불법 차명 핸드폰 사용) 등으로 향후 KBL 구성원으로 자격이 부적격하다”고 ‘무기한 KBL 등록 자격 불허’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후 전 전 감독에 대한 소식은 좀처럼 듣기 어려웠다. 이후 김선형, 오세근 등 현역 선수들의 불법 스포츠 도박 스캔들이 터졌을 때 잠시 언급되는 수준에서 전 전 감독의 이름을 볼 수 있었을 뿐, 경찰 수사가 이후 어떻게 진행됐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 프로농구 전창진 전 감독 << 연합뉴스 자료사진 >>
지난 5월 25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전창진 전 감독은 경찰조사 과정에서 이런저런 의심스러운 정황이 발견됐지만 결정적인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후 서울 중부경찰서는 전 전 감독에 대한 소환조사가 있은 지 약 2개월 만인 지난 7월 22일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전창진 전 감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 2014-2015 시즌 부산 kt에서 사설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돈을 걸어 부당 이득을 얻었고, 이 과정에서 주전 선수를 적게 출전시키는 등 패배를 유도했다는 혐의였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기각했다. 경찰이 전 감독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확실한 증거를 잡지 못해 범죄 혐의를 충분히 소명하고 있지 못했고, 전 전 감독이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 당시 검찰의 판단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이후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전 전 감독의 불법 스포츠 도박 및 승부조작 혐의에 대한 수사는 최종적으로 어떤 결론에 도달했을까?

이에 대해 검색을 해봤다. 그 결과 단 한 매체로부터 전창진 전 감독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음을 알 수 있었다. 전창진 전 감독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매체는 ‘스포츠조선’뿐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전창진 전 감독이 이미 자신의 혐의로 인해 처벌을 받았거나 아직 재판을 받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 전창진 감독은 자신을 둘러싼 불법 스포츠 도박과 승부조작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사실 검찰이 전 전 감독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했을 때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전 전 감독에 대한 무혐의 처분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그에 대한 모든 의문점이 해소된 상태는 아니다. 여전히 그에 대한 의혹은 남아있고, 그가 프로농구팀 감독으로서 품위를 훼손시키는 일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그가 현재 공식적으로 범죄자 신분이 아니라는 사실 역시 분명한 팩트이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의혹을 보도한 매체들이 짤막하게나마 그와 같은 사실을 알리는 것이 전창진 전 감독의 소식을 궁금해 하는 팬들에 대한 도리가 아닐까?

특히 KBL이나 농구계는 전창진 감독으로 인해 명예와 신뢰도가 실추된 것은 맞지만 경찰의 섣부른 피의사실 공표로 인해 프로농구와 한국 농구계가 입은 타격에 대해 당당히 항의하고 재발방지를 촉구했어야 한다.

▲ 지난 9월 8일 오전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에서 박민순 사이버수사팀장이 프로농구 승부조작 및 불법 스포츠 도박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자료사진 >>
물론 이후 국가대표 선수가 포함된 전현직 농구선수들의 불법 스포츠 도박 사실이 경찰 수사로 드러나기는 했다. 하지만 그 과정도 경찰은 피의사실 공표라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시작했다. 이후 나타난 수사 결과도 경찰이 처음에 공개한 내용에 비해 상당한 수준 차이가 났던 것이 사실이다.

피해 당사자인 KBL이나 농구계는 제 식구의 잘못이 더 널리 알려지는 것을 막는 데 급급한 나머지, 이들이 누명을 벗는 일이나 명예회복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언론 역시 누군가에 대한 의혹은 말 그대로 대문짝만하게 보도하는 것과는 달리 수사 결과 무혐의로 밝혀졌거나 그 혐의가 경미한 것이 밝혀진 이후에는 그 사실을 슬그머니 알리지 않거나 쥐꼬리만큼만 보도하고 있는데 이는 분명 형평성을 잃은 처사다.

요즘 남녀를 막론하고 농구 경기장의 관중석을 보고 있노라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지 그에 대한 분석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기자가 알고 있는 한 구단들은 프로구단으로서 매년 마케팅 활동을 늘리고 있고, 농구 인구의 저변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 노력들이 국가 권력에 의해 부주의하게 침해를 당하고 있는데도 누구도 나서서 그 책임을 따져 묻지 않는다.

구단과 감독, 선수, 그리고 농구팬들은 과연 누구를 믿어야 할지 이 시점에서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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