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조원을 투입하기로 하는 등 4대강 정비사업이 본격화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한반도 대운하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정부는 4대강 정비사업이 대운하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4대강 정비사업은 홍수예방과 하천환경 개선을 위한 것으로 뱃길을 만드는 운하건설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네티즌들은 정부의 이같은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지난 5월 “4대강 정비 실체는 대운하 계획”이라고 폭로했던 김이태 연구원을 지켜주기 위해 인터넷 공간에 모였던 수많은 네티즌들이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 발표에 따라 다시금 모여 “4대강 정비사업이 대운하를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더군다나 김 연구원의 양심선언이 있은 지 7개월이 지난 지금 애초 약속과 달리 징계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지난 15일 <한겨레>는 김 연구원이 “지난 금요일까지 보름간 감사를 받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 연구원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연구원이 수주한 용역(연구 주제, 성격 등)이 외부에 유출됐고 이는 ‘원규’(연구원 규정) 위반이라는 취지의 감사였다”며 “징계를 전제한 감사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양심선언 당시 징계하지 않겠다고 정부와 건기연이 밝혀 그런 줄 알았는데 믿은 내가 바보였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김 연구원을 지키기 위해 지난 5월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인터넷 공간에 모이기 시작했다. 김 연구원을 응원하기 위한 모금청원을 제안한 한 네티즌은 “정권의 압력으로 양심선언을 했던 김 연구원이 특별감사를 받고 징계를 받을 상황”이라며 “이미 7개월여의 시간이 지난 일을 두고두고 심중에 담고 있다가 여론이 잠잠해지니 처벌하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 김이태 연구원 지원 모금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다음 아고라의 청원 게시판.
지난 15일에 시작된 이 청원에는 하루만인 16일 오후 2시 현재 3600여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 외에도 김 연구원을 지키자는 청원과 대운하에 대한 국민저항운동을 제안하는 청원에 이르기까지 네티즌들의 행동제안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경향닷컴은 양심선언 후 김 연구원의 징계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취재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당시 김 연구원은 경향닷컴과의 전화 통화에서 “징계 등의 특별한 불이익 없이 건기연에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심선언과 관련해 어떠한 입장표명도) 언론에 노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이유를 들어 취재를 끝내 거부, 결국 무산됐다.

이때만 해도 건기연 측은 김 연구원이 언론에 노출돼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막았을 뿐 징계 등 직접적인 불이익을 가하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7개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 뒤늦은 징계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15일 발표한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한 사전 포석이라는 것쯤은 짐작하기 그리 어렵지 않다.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에 앞서 김 연구원과 같은 또 다른 내부 고발자를 차단해 양심선언을 막아보겠다는 꼼수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이러한 정황을 종합해 볼 때 “4대강 정비의 실체는 운하계획”이라고 지적했던 김 연구원의 말처럼 정부는 결국 4대강 정비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그 많은 국민이 반대하는데도 왜 그리 대운하 공약만을 꼭 지키려 집착하는지 이제 궁금하기까지 하다.

연평균 7% 성장에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로 세계 7대 강국으로 가겠다던 ‘747공약’과 비교해보면 확연한 차이를 엿볼 수 있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2%도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 속에서도 뾰족한 대책은커녕 “우리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세계가 모두 어렵다”, “경제가 어려우니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등의 말 한마디로 회피하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오는 29일로 예정된 6회차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연설의 한 대목을 상상해본다.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세계 경제위기 때문에 어려워진 국민들이 경제를 살려달라고 해서 대운하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곧 대운하를 원하는 국민의 뜻”이라고….

김 연구원을 지키기 위해 나선 수많은 네티즌들은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이 대통령이 대운하를 백지화하는 그날까지 국민저항운동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사이버모욕죄 등 아무리 수많은 인터넷 규제법을 제정해 탄압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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