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한번 내쉬기도 힘든 세상을 ‘조용히 살지 못한’ 7명의 선생님의 양심에 내려진 해임과 파면이라는 징계에 참담함을 감출 길이 없습니다. 모두가 쉬쉬하며 말을 아끼는 요즘 교육자로서의 당당함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눈물이 앞서고 분노가 이는 시간입니다.

성실의무 위반-
그렇지요. 교사는 학교와 정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지, 학부모,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어서는 아니 되는 것이지요. 교장의 승인 없이는 귀를 막고, 입을 닫아야 하며 눈을 감아야 하는 것이겠지요.

명령불복종-
암만요. 나라에서 하지 말라고 하는데 나라의 녹을 받는 자가 어찌 감히 건방지게 지엄하신 나랏님 명령에 반기를 든단 말입니까. 절대 복종만이 교사의 의무이자 살아남는 길이라는 것을 잊으신 건 아닌가요?

참으로 뻔뻔한 그들이 원하는 교육은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듯 운영되는 학교에서 묵묵히 통제에 순응하는 인간을 생산해내는 것이 목적이니 말입니다.

11일 부당한 징계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에서 해임당한 교사의 제자인 한 청소년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 선생님은 허위사실 유포가 아닌 교육법이 보장하고 있는 체험학습권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으며, 강요가 아닌 선택의 기회를 우리에게 주었을 뿐인데, 약속을 지키지 않고 기본적 상식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도리어 큰소리를 내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무한경쟁만을 강요하는 일제고사를 거부한 것도, 체험학습을 선택한 것도, 학교를 가지 않으며 교육청 앞에서 목소리를 높인 것도 우리인데 왜 선생님이 처벌받아야 하느냐.” 그들의 질문에 어떤 대답을 주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여름 거리에 촛불을 든 그들이 삼삼오오 나타났을 때 각종 억측이 난무했습니다. 아무도 그들의 주체성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행동이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교칙이라는 이름으로 억압하고 탄압하는 무리 앞에서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재기발랄한 요구들을 쏟아내며 물대포와 전경들 앞에 천연덕스럽게 앉아 있었습니다.

▲ 14일 일제고사 실시에 반대하는 청소년 40여명이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등교를 거부한 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중의소리
전 그들이 결코 기특하지도, 귀엽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그들의 그 생기 넘치는 에너지에 함께 휩쓸려 그들과 함께 거리에 앉아 있었을 뿐입니다. 혹자는 그들이 전교조 교사들의 선동에, 빨갱이 어른들의 현혹에 이끌려 나온 것이라고 비아냥거렸습니다만 야자를 땡땡이 치고, 보충수업을 젖히고, 학원을 뿌리치고 나온 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쏟아냈습니다. 그런 그들을 도대체 누가 선동할 수 있단 말입니까.

지난 10월 일제고사 때 일제고사를 비롯한 경쟁교육에 반대하며 등교거부라는 직접행동을 펼친 청소년들, 체험학습을 떠난 청소년들 역시 미친 교육을 외치며 거리에 나온 그들과 다름없이 그 누구의 선동이 아닌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했음을 그들 자신도, 그리고 우리 모두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의지는 이미 그들이 원하는 것을 실천에 옮기게 했으며 선생님이 가진 지식은 그 행동에 필요한 정당성을 주었을 뿐인데 그것이 어찌하여 잘못된 일인지 전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한 인간의 가치는 유용성의 기준으로 측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일등부터 꼴등까지 줄세우는 시험을 준비하는 것에 불과한 것을 가르치길 원하지 않습니다. 상품의 등급을 매기듯 성적을 기준으로 청소년들을 나누는 것은 학교가 아닙니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에 따라 가능성이 평가되고, 꿈이 결정되는 것은 더 이상 교육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를 짓밟고 일어서는 것을 가르치고 싶지 않았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낍니다. 그리고 선생님을 향한 부당한 징계에 맞서는 청소년들을 보며 선생님의 그 가르침이 헛되지 않았음을, 그리고 기특한 청소년이 아닌 우리와 함께 어깨를 걸고 연대하는 청소년의 모습에서 저는 마지막 희망을 가져봅니다.

이제 또 한 번의 일제고사가 다음주 23일이면 치러지게 됩니다. 더 많은 교사와, 더 많은 청소년과 학부모들이 체험학습, 시험거부, 등교거부 등의 더욱 크고 분명한 목소리로 무한경쟁교육을 향한 직접행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파면과 해임이라는 어마어마한 징계의 대상자는 교육이란 이름으로 청소년들을 죽음의 경쟁으로 내몰고 있는 공정택 교육감과 교육당국의 몫으로 돌려줘야 하니 말입니다.

두 볼이 얼어 붙을 것 같은 추운 날씨이지만 목구멍에서는 여전히 뜨거운 마음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내 맘이 원하는 일, 내 의지가 시키는 일로 23일 무한경쟁일제고사를 향한 거침없는 행동으로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다시, 우리 곁에서 여전함으로 뵙기를 바라봅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