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야권의 반발에도 ‘대운하 의심 예산’으로 불리던 14조원 규모의 ‘4대강 정비사업 예산’을 통과시키자, 정부는 지난 15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한국판 녹색 뉴딜(New Deal) 정책’이라며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4대 강 개발 사업은 지역 주민의 절대적 요청에 따라 예산에 반영했다”며 “행정절차를 축소해 바로 착수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독촉했다.

정부는 “4대강 살리기와 대운하는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대규모 예산으로 밀어붙이는 정부에게 ‘대운하 추진을 위한 것이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이에 16일 대다수 언론들은 ‘4대강 사업이 과연 대운하인가, 아닌가’를 둘러싼 진실게임을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4대강을 보는 시선 하나: “대운하 재시도”

▲ 한겨레 16일치 3면
이번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4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4대강 사업은 대운하를 시도하려는 음모’라는 입장인데, 16일치 한겨레 1면 머릿기사 ‘대운하추진단이 ‘4대강 비밀추진팀’으로’가 그 대표적 사례다.

한겨레는 이 기사에서 “정부가 지난 6월 해체했던 대운하 추진사업단에서 활동한 국책 연구원들과 수자원공사(수공) 관계자 등을 중심으로 국토해양부 산하 한강홍수통제소에 4대강 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비공개 조직을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이런 가운데 정부는 대운하 사업의 사전 포석으로 의심받고 있는 ‘4대강 종합정비 사업계획’을 발표했다”며 ‘대운하 부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한겨레는 3면 기사 ‘물길 정비·제방보강…“4대강 정비는 대운하 1단계”’에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하도(물길) 정비는 하천 바닥을 준설하고 제방을 쌓아 수로를 확보하는 것으로, 운하 건설의 기초 작업이라는 점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경부운하 건설을 위해 낙동강 수계에 절반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는 것 아니냐는 점 등을 들어 “4대강 정비 사업의 세부 내용에서는 운하와 일치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라고 보도했다.

또 해당기사는 15일 운하백지화국민행동과 민주·민노·창조한국당 등이 주최한 ‘4대강 하천정비사업-한반도 운하,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쏟아진 “4대강 정비사업은 사실상 운하사업의 시작”이라는 비판을 전달하면서 이날 제기된 정부의 운하 추진 의도의 시나리오를 보도했다.

4대강을 보는 시선 둘: “필요 없다”

▲ 경향신문 16일치 3면
<경향신문>은 정부의 발표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론을 다루면서 4대강 정비 사업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16일치 3면 기획 ‘[4대강 정비-한국판 뉴딜인가] 경기부양 근거 제시 못하고 실효성 의문’에서 “생산과 고용유발 효과는 물론 여가공간을 조성하는 한국판 뉴딜정책이 될 것이란 게 정부의 입장이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그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면서 “전문가들은 나아가 이런 사업에 대규모 재정을 사용하는 이유는 대운하사업을 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경향은 해당 기사에서 “우선 정부 스스로 구체적인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인 지역별 고용효과나 생산유발 효과에 대해 국토부는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언급을 피하고 있다”면서 “현재 건설현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상당수 고용됐기 때문에 정부 예상만큼 일자리 창출이나 서민경제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건설업체들에 대한 유동성 공급이란 효과 밖에는 못 얻을 것”이라며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사업성 부풀리기’ 의혹을 내놓았다.

이어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을 ‘한국판 뉴딜’”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대공황 당시 미국의 뉴딜 정책 핵심은 테네시강 유역에서 벌인 토목공사가 아니라 사회보장망 구축과 노동자의 권익 보호 시스템을 확립한 것인데, 정부 계획은 이와 정반대”라고 반박했다.

또 경향은 “홍수를 방지하겠다며 댐을 짓고 제방을 쌓는 것은 생태적 복원이란 현재의 하천 계획을 과거로 되돌리는 처사”라며 “동강댐 건설 백지화 등 사회적 갈등 속에서 어렵게 이뤄낸 국민적 합의까지 뒤집는 정책들이 이번에 포함되어 있다”는 환경단체 관계자의 발언을 실어 ‘녹색 정책이 아님’을 시사했다.

4대강을 보는 시선 셋: “(대운하와 무관하게) 필요하다”

▲ 중앙일보 16일치 14면
같은날 <중앙일보>는 정부의 자료를 인용하며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3면 기사 ‘4대강 정비효과 일자리 19만개, 생산유발 23조…치수로 내수 살린다’에서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4대 강 인근에서 매년 홍수로 인한 피해는 2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런 피해는 강을 잘 관리했으면 줄일 수 있다는 게 해당 지역 지자체의 지적이다”며 “정부가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내세운 명분도 이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앙은 “하천 정비의 필요성은 그동안 계속 제기돼 왔다. 홍수나 가뭄에 따른 피해복구 비용만 최근 5년간 연평균 4조2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시급한 사업이었다”면서 “국가가 지방하천 정비를 위해 쓸 수 있는 예산은 연간 1조원에 그쳤다. 사전 예방을 위해 돈을 찔끔찔끔 풀었지만 효과는 없었다”며 ‘대규모 예산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4대강을 보는 시선 넷: “대운하로 이어져야”

▲ 한국경제 16일치 1면
한편 이날 포털 미디어다음 아고라에서는 4대강과 대운하를 둘러싼 토론이 팽팽하게 진행중이다. 4대강 사업 반대 의견이 높은 가운데 ‘4대강 정비 후 대운하로 이어져야’ 같은, 현 정부나 어떤 언론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찬성 입장글도 들어 있다. 경제토론방에 올라온 ‘4대강 정비, 대운하, 시대적 요청’이라는 글은 “정부의 4대강 정비 사업이 확실해지자 주식시장이 아주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는 뉴스를 봤다. 4대강 정비가 아니라 만일 대운하였다면 어땠을까?”라며 “사실 단기적으로 경기부양하고 고용창출 하는데는 토목공사보다 효과적인 것은 없다. 대운하는 거대 토목공사다. 지금 공사를 한다면 그 효과와 경제적 파급력이 사회 분위기를 뒤집어 놓을 정도로 어마어마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네티즌이 인용한 대로 <한국경제>는 이날치 1면 기사 ‘돈이 돌기 시작했다…금융시장 트리플 강세’에서 “국내에서도 정부의 4대강 정비 사업 등 경기부양책에 이어 한은이 이번 주 중 금융시장에 6조5000억원의 유동성 추가 공급 방침을 밝히면서 증시에 낙관론이 퍼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여전히 남는 의문: “과연 ‘4대강 살리기’로 강이 살아날까?”

정부의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에 대한 다양한 기사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의 “4대 강 개발 사업은 지역 주민의 절대적 요청에 따라 예산에 반영했다”는 발언이 머릿속을 맴돈다. 지자체 단체장들은 찬성 입장을 내고 있지만, 과연 지역 주민의 절대적 요청이 있는 사업일까.

국민의 세금이 14조나 들어가는 ‘4대강 살리기’로 과연 강이 살아날지, 오히려 막개발로 강이 죽어버리는 것은 아닐지, 이번 사업으로 지역민들이 바라는 ‘무엇’이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해 조목조목 따지는 기사는 찾아보기는 어렵다.

이제 언론들은 ‘대운하다, 아니다’를 넘어서서, 정쟁 중계식 프레임을 깨고, 한국판 녹색 뉴딜이라는 간판을 내건 ‘4대강 살리기’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가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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