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한나라당에 의해 강행 처리된 새해 예산안에서 신문발전기금과 지역신문발전기금이 삭감된 것으로 드러나, ‘대국민, 대신문 사기극’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강행처리한 ‘2009년 새해 예산안’을 보면 당초 문화관광체육부의 안대로 인터넷신문 지원, 소외계층 구독료, 인턴사원 지원비 등 신문발전기금과 지역신문발전기금 133억원이 삭감돼 통과됐다.

지난 10월 27일 문화부가 신문발전기금과 지역신문발전기금을 각각 75억여원, 57억여원을 삭감하는 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신문업계, 인터넷신문업계의 반발이 불거져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원상회복을 공언했다.

이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예산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신문지원기금을 2008년 수준으로 유지키로 여야가 합의했다. 이와 관련해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도 기자회견을 자청, “정부가 감액 편성한 2009년도 예산안을 수정해 2008년도 수준으로 증액하기로 의견일치를 보았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그러나 신문지원금은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해 한나라당과 함께 강행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부 원안으로 돌변했다.

▲ 김형오 국회의장이 세입 부수 법안 16개를 본회의에 직권상정한 가운데 12일 밤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의원 전원이 감세법안 직권상정에 항의하며 단상 앞에서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예산안 심사에 항의하며 본회의에 불참했다. ⓒ여의도통신
이와 관련해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5일 성명을 발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국회의원의 공개 발언을 믿고 기금 원상회복을 의심하지 않았던 신문업계는 뒤통수를 맞아도 단단히 맞은 셈”이라며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이번 행태는 대국민, 대언론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유인촌 장관과 진성호 의원이 나서 감언이설을 늘어놓고 뒤에서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신문업계를 희롱했다”며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상임위 여야합의를 내팽개쳐 민주적 절차를 부정했을 뿐 아니라 ‘여론다양성’과 ‘지역균형발전’에 나서라는 언론계, 특히 지역신문업계의 요구를 무참히 짓밟았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또 “정작 필요한 신문발전기금과 지역신문발전기금은 삭감하면서 조중동 방송, 재벌방송을 위한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신문산업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기만하고 있다”면서 “언론의 자존심까지 무참히 짓밟은 이번 정부·여당의 행태를 우리는 두고두고 가슴속 깊이 새길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도 이날 성명을 발표하며 “이 대통령의 약속은 1주일 만에 부도가 났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월 9일 지역 신문사·방송사 사장단 45명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지역언론의 어려움과 현안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검토해 보겠다. 성의 있게 지역언론 문제를 바라보겠다”고 밝혀 신문지원금이 여야 합의대로 처리될 것을 시사했다.

최문순 의원은 “(신문지원금은) 이명박 대통령-유인촌 장관-한나라당 임의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그런 예산이 아니다”라며 “여야가 민의를 충분히 받아들여 만장일치로 올린 예산으로 날치기 와중에 헌신짝처럼 버린 ‘약속’을 처절하게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여야가 합의했던 신문지원금의 원상회복은 좀처럼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발위, 지발위에서 추가적인 예산을 정부측에 요구할 수 있으나 자체적인 조직운용에 관한 것으로 한정된 데다, 이 또한 기획재정부 등 정부에서 반영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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